전통적인 경제학적 관점에서 기업의 본질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당연히 기업의 가치는 재무적 성과와 비례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ESG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가 기업 경영의 핵심 가치로 떠올랐다.

이러한 흐름 속에 안전이 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ESG 중 사회(S) 부문에서 안전이 주요 이슈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최근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참사와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산업재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됐다. 잇따른 사고로 당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가 폭락하며 투자 수요가 위축됨은 물론, 품질과 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으며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은 ESG 경영 측면에서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POSCO홀딩스, 쌍용씨앤이,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동국제강의 2분기 사회(S) 부문 등급도 한 단계씩 하락했다. 반복적인 산업재해가 생산성을 저해하고 경영활동의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의 신용평가는 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 투자 유치, B2B 거래, 제휴, 납품업체 입찰, 국책사업 지원 등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즉, 앞으로 안전을 소홀히 하여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은 생존하고 성장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러한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가치, 신용 등을 평가하는 기관에서 산업재해를 위험지수에 반영하고, 투자자나 투자기관에서는 이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MSCI(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은 ESG 지표의 사회영역, 인적자원분야에 안전‧보건 내용을 포함시켰으며, 많은 금융기관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 금융계에서도 ESG 경영을 기업의 신용평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산업재해 우려가 큰 건설, 조선, 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의 업종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형 ESG(K-ESG) 지표’를 보면 사회 부문에 안전보건추진체계와 산업재해율, 협력사 ESG경영 등을 반영하고 있다.

ESG 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며, 특히 안전보건에 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날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ESG 경영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ESG의 안전 부문 평가항목은 경영자 리더십, 위험요인 파악 및 제거, 비상조치계획 수립, 조직의 안전보건 거버넌스 구축 등으로,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사업주의 안전보건확보의무 등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구체적 법적 기준과 달리, ESG 경영은 기업에서 스스로 안전보건을 확보한다는 차이를 가진다.

지속가능을 위한 ESG 경영 측면에서나 법적관점에서나 안전보건을 등한시 하는 기업은 결국 도태될 것이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의도를 실현하는 것. 미래를 내다보고 산업재해 예방과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기업이 늘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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