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순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학예연구관

                     
                     

여름철은 문화재 수난시대(受難時代)다. 우리나라의 기후적 특성상 폭염과 태풍, 폭우 그리고 산사태 등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수의 재난·재해위험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주요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지난 2016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차바’로 37건의 문화재 피해가 발생했다. 2018년에도 집중호우로 인해 15건의 국가지정문화재 피해가 났다.

또한 지난 2020년 7월 이틀간 내린 집중 호우로 공주 공산성 성벽이 10m 가량 붕괴됐으며, 여기에 더해 8월과 9월 각각 집중호우와 태풍(마이삭) 등으로 인해 담장 파손, 토사 유실 등 47건, 24건의 문화재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밖에도 지난 1984년부터 2013년까지 발생한 문화재 피해 1007건을 분석한 연구 등을 보면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8월과 9월에 문화재 피해가 극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매년 여름철 반복되는 문화재 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문화재청에서는 매년 5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여름철 풍수해 대비 문화재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재를 대상으로, 문화재와 주변 시설의 균열과 누수 여부, 석축과 배수로의 정비 상태 등을 면밀히 살피고, 소방과 방범 설비, 그리고 전기설비의 정상 작동 여부를, 분야별 전문가와 함께 공동으로 점검하고 있다. 그리고 점검 결과 지적된 사항은, 단계별로 시급성 등을 고려하여, 즉시 시정이 가능한 사항은 현장에서 시정조치하고, 보수나 보강이 필요한 경우 긴급보수비를 지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하지만, 야외에 위치한 문화재의 경우 안전관리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항상 태풍과 같은 재난에 노출되어 있고,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돌발 홍수나 급격한 온도 변화와 같은 기상 이변으로, 문화재가 침수 피해를 입거나, 석재의 표면이 들뜨고 갈라지는 정도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이에 여름철 안전한 문화재 관리를 위한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태풍이나 폭우로 인하여 급경사지에 위치한 문화재에 발생한 피해를 복구할 때에는, 추가적인 토사 유실이나 붕괴에 대비하여, 복구 전 경사지나 지반의 안전을 확인하여야 한다. 강풍으로 인하여 부러진 수목의 가지를 제거할 때에는 전통톱을 이용하여 손으로 제거할 수 있을 정도의 길이로 잘라 조금씩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통 담장이 무너졌을 경우에는, 무너지지 않은 좌우 담장의 안전을 먼저 점검하고, 안전한 복구를 위하여 기초부분 까지 해체한 후 충분히 다져가면서 복구하여야 한다. 산사태로 인한 토사가 회화나 서적 등의 문화재를 덮친 경우 섣불리 토사를 걷어내려 하지 말고, 관계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복구를 실시하여야 하며, 문화재가 추가로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피해를 입은 문화재에 대한 임시 보호조치 시 우장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강풍이 발생할 경우 문화재에 더 큰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용 여부를 한 번 더 검토하고, 바람에 흩날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여야 한다. 건축문화재 보수를 위해 설치된 가설덧집은 가설 비계와 비산먼지 차단용 가림막으로 구성되어 있어, 태풍과 같은 재난 발생이 예고된 경우에는, 안전 여부를 더욱더 꼼꼼히 점검하여야 한다.

문화재 피해 복구시 주의하여야 할 것은 인명의 안전이다. 피해 복구에 앞서 참여 인력의 안전은 최우선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아울러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는 문화재 관련 체험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행사 개최일의 낮 최고 온도 등을 고려하고, 폭염으로 인한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뜨거운 여름날이 계속되고 있다. 오늘도 폭염과 풍수해에 대비하면서, 안전하게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날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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