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 조철호 지청장

안심일터 만들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어느새 8개월여가 지났다. 그동안 중앙추진본부는 총괄적인 재해예방대책을 세우고, 각 지역추진본부에서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사업을 수립·추진해 왔다.

이처럼 각 지역추진본부에서 지역특성화 사업을 펴고 있는 가운데 요즘에 특히 눈에 띄는 곳이 있다. ‘안전실천 모범근로자 표창’과 ‘전문계고 산재예방 교육’ 등의 지역특화사업을 펴고 있는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이 그곳이다.

건설업에서 사망재해 87.5% 발생
사고성 사망자 모두 중·소규모 현장에서

서울시 마포구, 용산구, 서대문구, 은평구를 관할하고 있는 서울서부지청.

이 지역에는 46,000여개 사업장에서 385,00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업종별로 서비스업(38,281개소, 269,914명)과 건설업(2,621개소, 53,883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 업종에서 많은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만큼 산업재해 대부분도 서비스업과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서비스업에서만 전체 재해자수 701명 중 439명(62.6%)이 나올 정도. 이에 서부지청에서는 서비스업 사업주 및 근로자를 대상으로 안전보건교육과 캠페인 등 다양한 안전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렇다고 서부지청이 서비스업에만 눈을 둔 것은 아니다. 재해자수가 많은 것은 서비스업이지만 사고성 사망자의 87.5%(8명 중 7명)가 건설업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사망자 모두 100억 미만의 중·소규모 현장에서 나왔다. 5억 미만에서 4명, 20억 미만에서 2명, 100억 미만에서 1명 등 중·소규모 현장의 재해위험성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건설업에서 지역특성화 사업이 추진된 배경이 바로 여기 있다.

서부지청에서는 우선 사고성재해가 다발하는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점검·감독의 역량을 집중했다. 그리고 중·소규모 건설현장 근로자 중 안전실천 모범근로자를 선정해 지청장이 직접 표창을 하고 ‘안전실천 모범근로자’ 표식이 담긴 안전모를 부상으로 지급하는 지역특성화 사업을 시작했다.

조철호 지청장은 “지금까지의 산재예방 유공포상은 사업주 또는 사업장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했다”라며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틀을 깨고 근로자 중심으로 포상자를 선발해 안전실천에 대한 의욕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부지청에서 펼치고 있는 지역특성화 사업 중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산업재해 예방 교육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서부지청에서는 관내 전문계 고등학교와 손잡고 학생들에게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과 근로기준 기본상식 등에 대해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에 대한 산재예방교육은 당장 그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몇 년 후 이들이 산업현장에 발을 디뎠을 때, 그 효과는 분명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기술보다 또 조직문화보다 ‘안전’을 더 먼저 접한 준비된 산업역군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에서 안전교육에 대한 조 지청장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산재예방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서부지청에서는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 재해율을 0.2%에서 0.18%로 0.02%p 줄이는 성과를 냈다. 사업장수와 근로자수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결과물이다.

 


개별화된 안전교육 프로그램 개발·보급돼야

Q. 안전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처음에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할 때에는 산재예방과 관련된 내용만으로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등을 교육내용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런 내용이 추가되자 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우리 산업현장에서의 교육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각 업종별·사업장별로 사업주는 물론이고 근로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해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보급된다면 안전교육이 보다 내실화될 수 있습니다.

Q. 안전활동에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제가 몇 년 전 경기지청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연초에 협회, 공단 등 관내 안전 관계자들과 함께 안전관리방안에 대한 워크숍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나왔던 아이디어 중에 하나가 ‘한우물파기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업종을 중심으로 산재예방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맨홀이면 맨홀, 정화조면 정화조 이렇게 하나의 품목을 한 사람이 집중 관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8월만 되면 유독 용인지역에서 맨홀 사고가 많이 발생해 품목별로 예방활동을 펴자는 얘기는 나온 것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어 맨홀관리를 전담하는 인력을 배치하고 관련 계획을 마련했지만, 실제로 이 사업은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인력과 시간 등 제반여건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중도에 사업을 접어야만 했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해 8월부터 용인지역에서 맨홀 사고가 연달아 터졌습니다.

그 일 이후로 저는 안전활동에도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물론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이런 창의적인 활동들이 전개될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이 마련된다면 산재율이 줄어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봅니다.

Q.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전국 안전인들과 근로자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우리 산업현장 상황을 보면, 안전분야에 대한 대우나 지원이 인사나 노무 등 다른 분야에 비해 낮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입장에서는 재무나 노무 관리 등 눈에 띄는 사항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인사·노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최적의 관리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밑바탕에 안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기업의 근본인 근로자의 안전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찌 노무를 논하고 인사를 논할 수 있을까요? 이는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많은 사업장들이 이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업장에 안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전파하는 것이 바로 저와 전국의 안전인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무재해 대한민국을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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