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 전 이맘때쯤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난다. 사회 전반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안전은 후진국인 나라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집중 호우 피해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해 62명 사망하고 9명(7월 29일 기준)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주택침수 등으로 전국적으로 7,127가구 1만3,96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12만 9,872가구가 정전으로 큰 불편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전국 112곳에서 산사태가 났으며 주택 37채가 전파 혹은 반파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104년만의 물 폭탄이 남긴 상처는 깊었지만, 이에 대한 교훈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때 그날을 되새겨 본다.

서울 예술의전당 입구 쪽에 위치한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어마어마한 재산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이 건물은 3층 높이로, 집중 호우 당시 미술관 앞마당까지 토사가 밀려왔다. 이때는 마침 프랑스 오르세미술관 특별전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이 열리고 있었다.

기획사 측에 따르면 반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등 전시된 130여점의 가액만 총 1조원이 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례없는 재산피해가 우려됐을 뿐더러 국가적으로 위상이 크게 실추될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이 전시회에서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같은 시기 전국에서는 여러 재난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특히 피해가 컸던 서울시는 이번 재난으로 인해 ‘워터서울’이란 불명예까지 떠안아야 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500mm가 넘는 폭우가 내리면서 강남과 광화문이 잠겼으며, 서초구 우면산 일대에서는 산사태가 발생, 사망 16명, 실종6명, 부상 41명 등의 인명 피해와 건물 7,500여동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 외에도 호암터널과 남태령 전원마을에서도 대형 산사태가 발생하며, 이제 서울시도 재난발생에 더 이상 안전한 지역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들 사고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제기된다. 수해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피해규모가 예상보다 컸다는 것이다. 이를 볼 때 이번 수해는 인재였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며, 실제로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시의 난개발과 불충분한 치수대책이 피해를 확대시켰다고 정부와 지자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의견들이 전혀 무의미하다고는 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피해 뒤의 논쟁’은 매년 반복되고 중복되면서도 실질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 있다.

이제는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에 힘을 모으는 대신, 그 근본적인 개선을 이뤄내는 것이 시급한 때이다. 안전사고나 자연재난에 대한 책임공방도 물론 중요하지만, ‘안전’이 우리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해결해야할 사회적 과제이며 우리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가치라는 것을 사회구성원들에게 널리 확산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물질적인 면 뿐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선진화를 이루어나가야만 행복한 가정, 번영하는 기업,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지면서 우리나라도 진정한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집중호우의 피해 여파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호우 기간 동안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경기 등 9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또 중대본에서는 현재 2단계 비상상황근무체제를 피해복구비상체제로 전환하여 매일 시설별 지역별 피해복구상황을 점검하면서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지역에 대하여는 민관군협력 긴급지원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모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기후변화와 함께 자연재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는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은 반드시 고쳐놔야 한다.

이번 만큼은 각 지역과 산업분야에 맞는 최선의 수해대책이 세워지길 기대하며, 그리고 이 대책이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안전의 실천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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