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방향에 대한 토론회’ 개최

고용노동부는 1일 오후 2시 노동계와 경영계 및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고용노동부는 1일 오후 2시 노동계와 경영계 및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가 이달 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개정방안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경영계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의 모호성으로 인한 산업현장의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며 시행령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시행된 지 1년도 안 된 법령의 개정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처벌대상은 경영책임자로 명확하게 한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고용노동부는 1일 오후 2시 노동계와 경영계 및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명확성 제고 등 중대재해처벌법의 현장 안착을 위한 개정방향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임무송 교수(인하대)를 좌장으로 임우택 본부장(경총), 양옥석 실장(중기중앙회), 김광일 본부장(한국노총), 최명선 실장(민주노총), 이근우 교수(가천대), 권오성 교수(성신여대), 권순하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가 참여했다.
 

류경희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1일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방향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류경희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1일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방향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류경희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구하는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현장에서 말하는 ‘모호성’을 완화시키거나 제거하는 것과 현장의 실질적 이행력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의무를 보다 명확하게 하는 것”이라면서도 “ 다만 법과 시행령은 각각의 용도가 있는 만큼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법의 내용을 바꿀 수는 없다. 시행령 개정은 모법의 입법 취지와 위임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개정안 마련 시 법률의 위임범위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전보건최고책임자 선임 시, 사업대표는 처벌대상에서 벗어나야

이날 가장 큰 관심사는 경영계의 시행령 개정요구 방안이었다. 불명확한 규정으로 현장에서 법 준수에 어려움은 물론, 경영활동까지 위축되고 있다는 경영계의 요구로 사실상 시행령 개정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먼저 경영계는 경영책임자 정의와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인의 정관, 이사회 의결 등을 통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 인력, 예산 등을 총괄 관리하도록 위임받은 사람’으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고, 권한을 가진 자가 책임도 함께 지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임우택 본부장(경총)은 “법률상 정의규정만으로는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이에 준하는 자’의 적법 선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형사처벌의 대상을 자의적으로 판단할 소지가 있다. 사업대표가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이에 준하는 자’에 부여했다면 사업대표는 중처법의 의무주체에서 벗어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해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사업대표는 법령상 의무이행의 책임을 면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양옥석 실장(중기중앙회) 역시 “안전 및 보건에 관해 최종적 권한을 가진 사람이 별도로 있음에도 대표이사가 함께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은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며 책임주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대표이사든 그에 준하는 자든 안전‧보건에 대한 총괄적 권한을 가진 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책임주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광일 본부장(한국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소된 사건은 단 1건에 불과하다. 이는 무자비하고 무차별적이고 무조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 아님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그 자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경영책임자와 법인이 면책될 수 있도록 규정되었다. 시행령에 위임되지 않은 것까지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다.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를 경영책임자로 본다면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는 처벌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 안전보건과 관련한 인력, 조직, 예산 등은 오로지 경영책임자만이 할 수 밖에 없는 의무로서 경영책임자의 처벌 회피만을 위한 경영계의 일방적인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노동계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조치와 관련 ‘필요한’, ‘충실히, 충실하게’ 등의 모호한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표현들은 타 법률에서도 유사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대법원도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도 쓰이는 이러한 표현에 대해 법률을 해칠 만큼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이와 함께 ▲2인 1조 작업 및 과로방지를 위한 적정 인력 배치 및 예산 ▲위험성 평가, 의견 청취, 작업중지 등에서 종사자 참여 활성화 등을 위한 조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오성 교수(성신여대)와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은 경영책임자 정의를 시행령에서 축소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법률에 위임 없이 만들 수 있는 시행령은 집행명령이고, 집행명령은 모법의 해석상 가능한 것을 명시하는 정도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라며 “해석상 다툼이 있는 사항을 집행명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국회의 의사를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변경·보충하는 것으로 부적절하며, 특히 경영책임자의 정의 등 개인의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을 집행명령을 통해 변경, 보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근우 교수(가천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높은 형벌 수준을 규정하고 있기에 형벌 법규로써 지켜야 할 명확성 원칙과 책임성 원칙이 더욱 엄격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며 경영계의 손을 들었다. 권순하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역시 시행령상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중 인과관계와 무관하거나 인과관계 인정이 어려운 항목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며, 특히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경우 현재 시행령은 동어 반복적 정의에 불과하여 죄형법정주의 측면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구체적 열거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 “50인 미만 사업장 대폭 지원해야” 한 목소리

노‧사는 날선 공방 속에서도, 2024년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양옥석 실장(중기중앙회)은 “정부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컨설팅 지원 대상을 올해 3500개사에서 내년에는 약 3만개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50인 미만 사업장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법만 시행해서는 안전보건조치가 이뤄질 수 없으며 범법자만 양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시기를 최소 2년 이상 연기하고, 이들 기업들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사단체 등이 협력하여 사업장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일 본부장(한국노총)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을 오로지 처벌만을 위한 법으로 인식한 나머지 법률자문에 몰두하여 예방적인 측면이 소홀하게 될 수 있다”면서 “50인 미만 사업 및 사업장도 2024년 1월부터 중대해재처벌법 적용 대상이 되므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동조했다.
 

◇중증도 기준 놓고 노‧사 공방

경영계는 또한 직업성 질병자에 대한 치료 기간을 고려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구체적 중증도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증도 기준이 없어 법률 취지와 맞지 않는 경미한 질병이 중대산업재해에 포함되어 불합리한 사업장 조사 및 처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우택 본부장은 “질병자 범위를 유해인자에 따른 상병으로 규정하였을 뿐 부상자(6개월 이상 치료)와 같은 중증도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짧은 휴식 및 치료로 회복(완치) 가능한 경미한 수준의 질병자도 중처법상 질병자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명선 실장(민주노총)은 “메탄올로 20대, 30대 청년 노동자가 7명이 실명했다. 실명했지만 6개월 치료는 아니다. 경영계에 따르면 앞으로 이런 상황들을 처벌하지 말자는 얘기인데, 법에서 위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발생한 심각한 중대재해를 근거하여 예방하는 법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발생했던 중대재해 조차도 대상에서 빼자는 것과 같다”며 반박했다.

김광일 본부장(한국노총) 또한 “평균적인 업무상 질병은 6개월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중한 중증도를 지니고 있기에 별도의 중증도 및 사망자 기준을 추가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질병재해 사망자 기준의 경우 모든 중대산업재해는 기본적으로 업무관련성이 있는 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동계 “안전인증 제도로 중대재해 막을 수 없어” 비판

노동계는 기획재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연구용역 중 사업주가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인증을 받으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과 국민의 힘 박대출 의원이 안전보건 인증 시 처벌에서 감경이나 면제해야 한다는 발의 내용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만으로 처벌되는 법이 아니며 중대재해 발생과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의무의 위반에 관한 인과관계에 따라 처벌이 선고되는 것으로, 경영책임자가 의무를 모두 이행했다면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별도의 면책 조항 도입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명선 실장(민주노총)은 “광주 학동과 화정동 참사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은 안전보건공단의 안전인증 제도를 받은 기업이다. 2013년 당진 현대제철에서 발생한 아르곤 폭발사고 당시에도 원청, 하청 모두 안전보건공단의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서 원‧하청 모두 수 천 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되었다”며 안전인증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광일 본부장(한국노총) 역시 “현재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의 경우에도 샘플링 인증의 한계, 업종별 평가 기준 부재로 인한 한계, 사후관리 부실 등의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노동계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범위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과로사, 일터 괴롭힘 등) ▲화학물질관리법 ▲소방법(화재예방, 소방시설 안전 관련법령) ▲폐기물 관리법 ▲건설산업 기본법 ▲여객자동차 운수 사업법 등 종사자의 신체 및 정신의 안전과 건강에 관한 법령은 모두 포괄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기적으로 제‧개정되는 법령도 추가 확대하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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