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은, 한국산업위생협회 연구본부장

‘천사’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착한 사람, 몰래 봉사를 많이 하는 사람 등을 칭하는 용어다.

이런 점에서 장애인 곁에서 장애인의 모든 것을 보살피는 돌봄근로자들은 분명 천사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천사들이 일하는 현장은 힘들고 스트레스 부하가 참 많은 곳이다.

몇 주 전 포항의 한 장애인복지관에서 재가봉사를 담당하는 장애인활동보조인들의 업무수행과 관련해 ‘근골격계질환 위험성 관련 현장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었다. 조사결과,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의 환자특성과 주거조건에 관계된 서비스에서 환자 들기, 내리기, 비틀기, 지지, 이동, 운동보조, 목욕, 신변처리, 가사일 등 근골격계 부담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더 큰 문제는 장애인 또는 보호자들로 인해 언어적 스트레스의 부하가 큰 경우도 비일비재 했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되는 과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지체 또는 뇌병변 장애인 등 선천적인 장애인과 사고 후 장애를 입는 후천적 장애인들로 나눌 수 있다. 조사현장에서 느낀 것은 후자, 즉 후천적 장애인이 예상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후천적 장애에는 산업재해로 인한 장애가 대표적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장애라는 의미는 산업현장의 일터에서 불안전한 상태 또는 불안전한 행동 등으로 산업재해를 당해 심적, 육체적 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칭하는 표현이다. 장애를 당하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불행의 시작이고 고통의 연속선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적 인생행로의 변화인 셈이다.

식사를 하고, 차량을 운전하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이런 일들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질문조차 할 수 없는 일상사이지만 장애인이 되는 순간 이 모든 것은 불가능해지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바래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24시간을 침대에서 암울하게 허비해야 하며 희망과 미래가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는 절망감 속에 사로잡힌 이들이 얼마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지는 쉽게 예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장애인들에게 천사같은 마음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모든 스트레스를 받아주며 일하는 돌봄근로자들 역시 이들 장애인 못지않게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도 쉽게 짐작 가능한 부분이다.

산업현장에서 사고와 직업병 예방을 위해 지금까지 정부, 관련기관, 민간단체, 기업, 전문가 등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재해예방에 있어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뇌심혈관질환 발생의 주요 변수인 직무스트레스와 근골격계질환의 비중은 시간이 갈수록 심각한 양상을 보이면서 현재에는 업무상 질병의 60% 선을 초과하고 있다고 한다. 안전장치 등의 철저한 법적 규제로 시스템적인 운영의 효율성을 추구하면서도, 근로환경의 열악함, 생산성 목표 증가, 시간압박, 경쟁과 생존, 성과급 문화, 근로자 고령화 등으로 인해 높아져만 가는 근로자들의 직무스트레스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무심한 것이 현실이다.

일과 삶의 균형적인 사고에 부응하지 못하는 일터조건에 근로자의 스트레스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장비와 설비 등의 안전시설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재해를 줄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장애인은 계속 발생될 것이고, 불행한 사건들도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정책수립자 또는 안전전문가들은 기회가 되면 한 번 장애인 시설 또는 장애인 가정을 방문하여 봉사하고 돌봄 근로자의 생활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그들의 힘들고 어려운 삶을 직접 체험해보면 그에 맞는 대책을 강구해보는데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구나 그 자리는 사고가 얼마나 무섭고 큰 장애와 후유증을 남기는지, 직접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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