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전학회 ‘2022년 하계 세미나’ 개최

한국안전학회(회장 백종배)는 7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소재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2022년 하계 세미나'를 개최했다. 백종배 회장이 세미나에 앞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안전학회(회장 백종배)는 7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소재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2022년 하계 세미나'를 개최했다. 백종배 회장이 세미나에 앞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의도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실질적 예방조치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안전 전문가들의 의견이 담긴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정부가 중처법의 원활한 현장 안착을 목표로 시행령 개정에 나서기로 예고한 가운데 그 개정 방향을 두고 노‧사간의 첨예한 의견 대립은 있어 왔지만, 안전관리자, 안전공학자 등 실제 안전 분야 전문가들의 시각이 반영된 조사는 처음인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안전학회(회장 백종배)는 7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소재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2022년 하계 세미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참고로 이번 조사에는 학계, 기업, 기관, 단체에 소속된 안전학회 정회원 101명이 참여했다. 응답자들의 전공은 화학안전 31.8%, 인간‧시스템 안전 14.8%, 전기안전 12.8% 등의 순이었고, 전체의 70.3%가 10~20년 이상의 안전 관련 경력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함병호 교통대 교수(한국안전학회 부회장)가 '안전공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중처법의 역할과 한계'를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함병호 교통대 교수(한국안전학회 부회장)가 '안전공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중처법의 역할과 한계'를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중처법, 산안법과 근본적으로 달라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안전 전문가들은 중처법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과 근본적으로 다른 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중복선택)에 전체의 41.3%(69명)은 ‘산안법은 행위자를 처벌하지만 중처법은 최고 경영자를 처벌하는 법’이라 인식했으며, 이어서 ‘산안법은 안전보건 조치를 규제하고, 중처법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규제한다(27.5%, 46명)’ 등의 순이었다. 반면 ‘별 차이가 없고 중복된 법’이라는 응답은 8.4%(14명)에 그쳤다.

현행 중처법 상 강조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시스템공학 측면에서 볼 때 적정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 적정성에 관해 묻는 질문(중복선택)에서 응답자 절반(50%, 59명)이 ‘시스템공학적 측면에서 불명확한 사항이 많아 혼란스럽다’고 답변했다.

◇기업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의 책임 주체는 ‘최고경영자’
안전 전문가들은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이행에 관한 조치에 대한 책임은 최고경영자가 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누가 책임을 지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대해 ‘최고경영자가 책임지는 것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47.5%(4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법인(21.2%, 21명)’, ‘CSO(17.2%, 17명)’, ‘행위자(10.1%, 10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그 이유(중복선택 가능)로는 응답자 44.3%(54명)가 ‘최고경영자에게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답변을 선택했으며, 이어서 ‘개별법령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26.2%, 32명)’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중처법의 목적 달성 위한 노동자의 역할은 ‘적극적 의견 제시’
중처법의 목적 달성을 위해 노동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안전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시됐다. 특히 안전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장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노무를 제공하는 이들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질문(중복 선택 가능)에 응답자 41.5%(78명)가 ‘안전 확보를 위한 적극적 개선의견 제시’를 꼽았다. 다음으로는 ‘안전수칙 준수(31.9%, 60명)’, ‘위험을 인식하는 것(21.8%, 41명)’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법 시행 효과, 1년은 두고 봐야
지난 1월 27일 중처법이 시행된 지 벌써 7개월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국내 산업현장 곳곳에서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안전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법의 효과를 측정하는 데에는 이른감이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처음 구축‧시행한 기업들이 제대로 자리 잡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안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처음 구축‧시행한 기업에 대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재해감소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묻는 질문에 전체의 38.6%(39명)가 ‘1년 후’를 꼽았으며, 다음으로 ‘PDCA 활동 등 안전활동이 여러 번 진행된 이후(26.7%, 27명)’, ‘2년 후(15.8%, 16명)’, ‘3년 이상(14.8%, 15명)’ 등의 순이었다. 반면 ‘1년 미만’이라는 응답은 3.9%(4명)에 불과했다.

◇대형 로펌의 컨설팅, 실질적 중대재해 예방에 도움 안 돼
중처법 시행 이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가 대형 로펌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안전 전문가들은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학적 전문성이 부족한 로펌에서 컨설팅을 받게 되면 형식적인 문서작업에 치중하게 돼 실질적인 재해예방에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들이 대형 로펌에 고액을 지불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받는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 질문(중복 선택 가능)에 33.3%(72명)가 ‘로펌에서 컨설팅을 하게 되면 실질적 예방조치보다 형식적 문서작업에 치중하게 돼 중대재해 예방에 도움이 되지 못함’을 꼽았다. 이어서 ‘중처법 제정 시부터 안전공학자를 배제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법률가 의견을 반영해 문서작업 위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21.3%, 46명)’, ‘단지 법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행위에 불과(17.6%, 38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시행령 개정 시 포함돼야 할 요소는 ‘실질적 예방조치 의무 강화 및 규정의 명확화’
이번 조사에는 안전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시행령 개정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도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법령 개정 시 반드시 반영해야 할 요소(중복 선택 가능)로 응답자 30.4%(65명)는 ‘문서작성 위주의 의무를 안전공학적 예방조치 의무로 개선’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는 ‘불명확한 규정에 대한 명확화(23.4%, 50명)’, ‘안전보건관리체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체계 이행과 중복되는 의무사항 간소화(21%, 45명)’, ‘불가항력적 재해에 대한 최고경영자(경영책임자) 면책 규정 신설(16.4%, 35명)’ 등의 순이었다.

여기서 '불가항력적 재해의 범위'를 묻는 질문(중복 선택 가능)에 대해 안전 전문가들은 ‘작업자의 고의적인 안전 수칙 불이행으로 인한 재해(33.5%, 64명)’, ‘최상의 안전기술을 반영해 조치 했음에도 발생한 재해(30.9%, 59명)’ 등을 선택했다.

백종배 한국안전학회 회장은 “우리 학회에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가 중처법의 미흡한 부분을 진단‧발굴하고, 특히 안전공학적 관점에서 실질적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우리 학회는 국내 안전 분야 최고의 씽크탱크이자 오피니언 리더라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모두가 안전한 사회’ 실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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