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이용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3%나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비하면 90% 수준에 이른다.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여객 수가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명소 곳곳을 배로 유람하며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는 가슴이 탁 트이는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필자는 작년 이맘때쯤 여객선을 타고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코로나 방역완화로 없어지거나 자율에 맡겨졌지만 작년에만 해도 온도체크, 손소독제 사용은 필수였다. 당시에도 탑승자에 대한 온도체크, 손소독제 사용은 물론 마스크 착용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불꽃놀이 또한 승객의 안전을 위하여 승무원이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승객들을 일일이 챙기고 안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느끼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할 것이다. 이날 오전 전남 진도 해상 부근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어 침몰했다. 이 사고로 미수습자 시신 5명을 포함한 304명이 사망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는 여객선 안전관리체계를 대폭 개선했다. ‘해운법’, ‘선박안전법’, ‘선원법’ 개정을 통해 여객선 전 분야에 걸쳐 안전관리 수준을 높였다. 하지만 이와 같이 대폭적인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객선 사고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방역체계가 완화되면서 여객선 이용객이 다시 증가하는 상황에서 여객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다음 사항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난간이 너무 낮다.

필자가 탑승한 여객선의 난간높이를 재어보니 1m 남짓해 허리보다 약간 올라왔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제18조)에 따르면 건축물 또는 옥외에 설치하는 난간의 높이는 바닥의 마감면으로부터 1.2m 이상으로 하도록 되어있는데 이에 비해도 너무 낮다.

아울러 국가기술표준원의 ‘한국인 인체치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1979년 한국남자의 평균키는 166.1cm이었지만 2021년에는 172,5cm로 1979년에 비해 6cm이상 커졌다. 이렇게 한국사람의 평균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객선의 난간높이는 변화가 없어서 대책이 시급하다.

둘째, 안전영상 및 안내표지가 형식적이다.

여객선 안전수칙 및 비상시 행동요령을 안내하는 안전영상은 승객의 안전한 여행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 필자가 탔던 여객선에서도 안전영상을 보여주긴 하는데 화면이 흐리고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또한 여객선 승객 대부분도 안전영상이 관심이 없는 듯 쳐다보지도 않고 누구 하나 승무원에게 이를 말하는 사람도 없다. 구명조끼는 어디에 비치되어 있는지, 소화기는 어디에 있는지, 대피로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안내표지도 찾기 어려웠다.

이런 여객선에 비해 항공기는 많이 다르다. 안전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승무원이 실제로 시범을 보여주면서 안전밸트 착용법, 가까운 비상출구 위치, 비상시 탈출방법 등을 자세히 안내한다. 여객선도 항공기 수준으로 안전수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신분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수산부가 여객선에 타는 사람들의 신분확인 절차를 크게 강화했는데도 불구하고 필자가 탑승한 여객선은 각 개인마다 신분증 확인을 정확히 하지 않고 가족 중 1명 정도만 신분증을 확인하는 것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해운법’에 따르면 여객운송사업자는 여객선의 승선자 현황을 정확하게 관리하기 위해 승선권을 발매할 때와 여객이 승선할 때 각각 신분증 확인을 하도록 되어있는데도 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항공기에서는 ‘신분확인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어주세요’라는 안내문구가 크게 적혀 있고, 항공권 발권 시와 마지막 탑승 직전 게이트에서까지 신분확인을 꼼꼼히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소화기가 너무 오래되었다.

선내에 분말소화기가 비치되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가압식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었다. 가압식 소화기는 분사 시 용기 내 압력이 계속 올라가는데, 녹이 슬었다던지 노후화된 용기는 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용기가 폭발할 가능성이 커서 요즘에는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가압식 소화기로 불을 끄려다 소화기가 폭발한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서 소방관서에서는 오래전부터 폐기를 당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은 아무리 지나쳐도 절대 과하지 않다. 2014년 4월과 같은 아픔을 다시는 겪어서는 안된다. 여객선의 안전을 꼼꼼히 살펴보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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