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좋은 소통은 어떤 소통일까? 서로 친절하게 이야기하는 것? 상대의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잘 들어주는 것? 상대방이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 이러한 소통도 괜찮은 소통이지만 소통의 어원을 알아보면 어떤 소통이 좋은 소통인지 알 수 있다.

의사소통은 영어로 ‘communication’이고 이 단어는 공통(common)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는 ‘커뮤니스(communist)’에서 유래했다고 한다(질 해슨, 2018, 남해령 역). 이러한 어원을 고려한다면 소통은 ‘공통된 것으로 만들다’, ‘공유하다’ ‘함께 나누다’와 같은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소통은 일방적인 정보전달이나 지시, 명령이 아니라 어떤 지식이나 경험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일방향이 아니라 양방향으로 대화가 오고 가면서 뭔가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 좋은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유하는 소통은 쉽지가 않다. 기업에서도 관리자와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고 때로는 좋지 못한 소통으로 오히려 직원들의 수행이 저조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약 60% 정도가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하면서 ‘현대의 경영이나 관리는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좌우된다’고 하였다. 유명한 강사 김창옥님도 ‘소통이 안되면 고통이 온다’고 하였다.

효과적인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은 매우 많지만, 대표적인 이유는 ‘자기 중심적 사고’ 때문이다. 자기 중심적이라는 의미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고 나의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어느정도 자기 중심적 사고를 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생각이나 기준에 몰입되어 있으면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하기가 어렵다. 상대가 나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자기 중심적 사고가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도 나와 생각이 같다고 여길 수 있다. 그리고 본인이 이 정도 설명했으면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이정도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내가 전달한 만큼 충분히 전달이 되지 않을 수 있고 내가 이야기한 내용이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즉 다른 사람들이 가진 지식 수준이 다르고 나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면 내가 전달한 것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사고의 다양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실험이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과 대학원생이 진행한 ‘두드리는 자 듣는 자(Tapper and Listener)’ 실험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내용으로 실험 참가자(두드리는 자)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박자에 맞춰 탁자를 두드리고 다른 사람은 그 소리를 듣고 음악을 맞추게 하는 실험이었다. 두드리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아는 ‘크리스마스 캐럴’ ‘작은별’과 같은 노래를 들려주었고 박자와 리듬에 맞춰 탁자를 두드리게 했다. 듣는 자는 이를 듣고 무슨 노래인지를 맞추면 된다. 모두 120곡 정도의 노래를 들려는데 두드리는 사람은 50% 정도 정답을 맞췄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하지만 제목을 맞춘 노래는 단 3곡으로 정답률이 3%도 안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자기 중심적 사고’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즉 이 정도 쉬운 거면 금방 알아듣고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경험이 있거나 전문성이 있는 관리자들은 관련 내용을 전달하거나 설명하는 내용이 쉽다고 생각하고 전달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을 전달받는 다른 사람들은 그 내용이 어렵거나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것을 고려해야 한다. 즉 상대가 나와 같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나의 수준이 아닌 상대의 수준에 맞춰서 소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당연하지만 상대와의 눈높이를 맞춰야 소통이 될 수 있다.

안전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안전에 대한 의사소통을 할 때 대부분 많이 알고 있는 관리감독자들이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자기 중심적 사고를 보이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만큼 상대가 모를 수 있고 다르게 생각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늘 고려하여 번거럽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대의 수준에 맞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안전에 대한 기준과 절차에 대해 이해가 되고 함께 공유가 되었을 때 안전한 작업과 행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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