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공단 등 고용부 산하기관 국정감사 실시
부실한 관리‧감독 및 위험의 외주화 등에 대한 날선 지적 이어져

안전보건공단 등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가 17일 실시됐다.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된 상황에서 노동자 안전 등에 관한 입법을 담당하는 환노위의 국정감사인 만큼, 이날 국감장에서는 일터에서의 안전 및 보건과 관련된 고질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여야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타와 고성이 이어졌다.

피감기관들에 대한 환노위 의원들의 주요 지적 사항 등을 정리해봤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7일 여의도 국회에서 안전보건공단 등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7일 여의도 국회에서 안전보건공단 등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KOSHA-MS 부실한 관리가 청년노동자 사망사고 불러와”
국정감사를 코앞에 둔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시 소재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청년 근로자 끼임 사망사고는 이날 국감장에서 주요 화두였다.

먼저 이은주 의원(정의당)은 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 제도인 이른바 ‘KOSHA-MS’의 부실한 관리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20대 여성근로자가 사망한 SPC계열사 SPL은 안전공단으로부터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인증을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문제는 그간 해당 사업장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의 40.5%가 끼임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끼임사고 방지 장치(인터록) 설치 여부 등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안전인증을 해줬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시 소재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청년 근로자 끼임 사망사고와 관련해 이은주 의원(정의당)이 질의하고 있는 모습.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시 소재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청년 근로자 끼임 사망사고와 관련해 이은주 의원(정의당)이 질의하고 있는 모습.

실제 공단이 이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SPL에서 발생한 총 37명의 사고재해자 중 끼임 15명(40.5%), 넘어짐 11명(29.7%), 불균형 및 무리한 동작 4명(10.8%)으로 집계됐다. 10건 중 4건은 끼임사고로, 사업장에서 끼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의원은 “교반기(반죽기계)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 규칙을 위반했을 소지다 크다. 관련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분쇄기등의 개구부로부터 가동 부분에 접촉함으로써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해야 하지만, 당시 사망한 노동자가 작업하던 교반기에는 덮개 등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공단이 지난 5월 재인증 연장 심사 당시 인터록 설치 여부 등을 제대로 심사했다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환노위 의원들은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 등을 위해 SPL 대표이사의 출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표이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하는 것에 대해 합의했다. 이에 따라 SPL 대표이사는 오는 24일 예정된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게 될 예정이다.

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하청 산재통합관리제도를 확대 및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하청 산재통합관리제도를 확대 및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터의 위험 하청노동자에게 집중…원‧하청 산재통합관리제도 확대‧강화해야”
일터에서의 위험이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되는 등 위험외주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원‧하청통합관리제도를 확대‧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8년 인권위가 실시한 ‘간접고용 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하청근로자의 업무상 재해 경험 비율은 원청에 비해 2배, 본인부담 처리비율, 산재보험 처리비율 각각 2배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인권위의 이러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하청노동자 산업재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고용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특히 지난해 기준 한전에서 발생한 감전재해자를 구분해 보면, 직고용 노동자는 7명인데 반해, 협력업체 노동자는 83명으로, 이처럼 심각한 상황임에도 고용부의 공식적인 실태조사가 실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하청 산재통합관리제도의 적용 대상 및 업종을 확대하는 등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에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통합관리제도는 하청의 안전보건에 대해 원청이 체계적으로 관리하라는 간접적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라며 “다만 원‧하청 구분 기준이 명료한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어 어려운 점이 있다” 답변했다. 덧붙여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대수 의원(국민의힘)이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부실 관리를 문제 삼으며, 거센 질타를 이어가고 있다.
박대수 의원(국민의힘)이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부실 관리를 문제 삼으며, 거센 질타를 이어가고 있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 미제출 사업장, 2년새 2배 이상 증가
박대수 의원은 안전보건공단의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해 거센 질타를 이어갔다.

특히 박 의원은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관리방식을 문제 삼았다. 참고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는 건설업과 제조업 등에서 유해물질이나 위험요인을 사전에 조사하고 그 위험을 방지하는 계획을 담은 문서다. 근로자의 위험 및 건강장해의 방지에 철저를 기하기 위하여 재해 발생이 예상되는 설비의 설치, 근로자 안전보건을 해칠 수 있는 생산방법 및 공법 등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골자로 한다.

박 의원은 “지난해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 적발된 건수는 2019년과 비교해 2.2배 증가했다”라며 “이로 인해 부과된 과태료 또한 같은 기간 2.3배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박 의원은 “하지만 미제출 사업장에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법으로는 제출을 의무화 해놓고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모순이다. 제대로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질의해 대해 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최근 미제출 사업장이 감소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지적하신 대로 촘촘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끝으로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OECD 선진국 수준의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산재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10월 중 산재감축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했다“라며 ”안전보건공단도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산재 노동자가 생계비 걱정을 하지 않도록, 휴업급여 지급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산재 노동자가 생계비 걱정을 하지 않도록, 휴업급여 지급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업급여 지급 기준, 원직 복귀 가능 여부로 판단해야
업무상 재해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할 수 없게 된 경우 요양기간 급여를 보전해 주는 휴업급여 지급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휴업급여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해 일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피해자가 생계비 걱정을 하지 않도록 마련한 제도”라며 “하지만 최근 3년간 산업재해를 당해 요양 중임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이 ‘부지급’, 즉 일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가 223건, 이에 불복하는 소송이 171건(77%)에 달한다”라며 “실제 부지급 판정을 받은 노동자가 개인적으로 억울하다며 편지를 보내오는 등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지난 2020년 고등법원 판례를 보면 단순한 근로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획일적인 휴업급여 지급 거절은 업무상 부상으로 요양중인 근로자와 그 가족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휴업급여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우 의원은 “건강보험의 경우 상병 수당도 원직복직 가능 여부로 판단하는 반면, 산재보험 일반상병은 야박하기 그지 없다. 산재 노동자들의 인권에 전혀 관심이 없는 판단”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관련 판단은 자문의사와 함께 치료경과나 의학적 소견 등을 종합해서 하고 있다”라며 “원직 복귀 가능 여부로 판단하는 부분은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아 주무부처와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임이자 의원(국민의힘)은 코로나19 백신 후유증을 겪는 의료종사자들의 산재 신청을 폭넓게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임이자 의원(국민의힘)은 코로나19 백신 후유증을 겪는 의료종사자들의 산재 신청을 폭넓게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종사자의 산재신청, 폭넓게 인정해 줘야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한 의료종사자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이자 의원(국민의힘)은 “지난해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접수된 코로나19 백신 후유증에 대한 산업재해 신청은 총 43건으로, 이중 불승인은 26건인 반면, 승인은 8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임 의원은 “특히 이들 중 의료기관 종사자가 50%를 넘는다. 최근 코로나19가 감소세로 접어든 배경에는 이들의 희생과 기여가 있는데, 어떤 사람은 산재로 인정받고, 어떤 사람은 인정받지 못한다면 누가 일을 하겠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면서 임 의원은 “이들 업무의 특성상 백신을 맞지 않고서는 일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해 정부가 이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특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안타까운 부분이 분명 있다. 현재 산재재심사 위원회에 청구가 되어 있으므로, 그 결과를 보면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용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산업재해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는 것은 불평등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전용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산업재해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는 것은 불평등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산업재해 입증 책임, 노동자에게 있는 것은 불평등”
산업재해의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용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일하다 다쳤을 경우, 산업재해를 인정 받을 수 있는 입증 책임은 노동자에게 있다”며 “문제는 입증을 위해서는 자료제출 등 사업주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사업주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전 의원은 “적어도 영업비밀 보장 등을 이유로 사업주가 자료제출을 거부할 경우엔 산재 입증 책임을 사업주가 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예전에도 관련 내용을 검토한 적이 있으나, 사업주가 면책을 위한 입증에 나서는 등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간 공단이 중심이 되어 재해자의 입증 책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인정 기준을 완화‧개발하는 작업 등을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제도개선 부분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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