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환 소방방재청장

 

주요 연구기관들은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일본의 산업피해와 관련, 현지 기업들의 직접피해액은 최대 25조엔(GDP 대비 5%), 간접피해는 11조엔~18조엔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일본 기업들의 복구가 상당부분 진척됐지만 완전한 정상화는 올 가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에서 발생 가능한 재난들에는 화재사고, 폭발, 전쟁, 파업, 공공시설의 마비, 건물붕괴, 태풍, 집중호우, 폭설, 지진, 지진해일 등이 있다. 이러한 재난은 예고 없이 인위적 또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데, 최근 기후 및 사회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갈수록 빈번해지면서 그에 따른 피해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재난 발생 시에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며 얼마나 신속하게 정상적인 업무로 복귀하느냐는 기업 생존에 결정적인 요소이다. 미숙한 재난관리는 기업의 생명을 그만큼 빨리 단축시키기 때문에, 이러한 기업의 재난관리는 생존전략 차원에서 날로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정부도 기업의 재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난해 4월 기업재난관리표준을 제정 고시하고 기업 재해경감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즉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 기업이 인명 및 자산 등을 보호하고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도록 재난관리표준을 제시한 것이다.

더욱이 고시된 표준에 맞게 재해경감활동을 기업이 성실히 수행하면 재해경감우수기업으로 인증해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설비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농공단지 입주에도 우선권을 주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은 아직도 태풍, 집중호우, 폭설, 지진 등 자연재난으로부터 기업의 안정적인 사업 활동 유지를 위한 예방 · 대비 능력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재난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는 기업시설 파괴와 조업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등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데도, 일부 대기업만이 조금씩 재난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담부서를 설치하거나 예방투자를 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기업은 재난관리에 대한 투자에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또 천재지변이나 해킹, 테러나 전쟁 등으로 기업의 핵심 데이터나 시설이 파괴됐을 때 복구해서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능력, 이른바 기업들의 업무연속성 경영 BCM(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돼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에서 채택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조금씩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금융권과 공기업, 대기업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을 뿐,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다.

정부가 재난관리 우수기업에게 세제지원, 자금지원 우대, 재해경감 설비자금 지원 등 아무리 좋은 정책 제도를 내 놓아도 기업이 외면하면 무용지물이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고치는 누를 범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재난 발생 시 기업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은 사전에 재난에 대비해 철저한 계획을 수립하고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직원들이 재난 시에 어떻게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재난관리에 있어 최고경영자(CEO)와 전문성 갖춘 관리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다. 그나마, 기업경영에서 재난관리가 영업이나 연구개발 못지않은 기업경영의 필수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제부터라도 기업들이 재난관리에 관심을 갖고 재난이 닥쳤을 때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재난관리시스템의 운용 유지를 기업의 생존차원에서 검토하고 실행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