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가 실적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영향에서 자동차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선 경기 침체와 자동차 판매의 연관성을 주목하며 향후 자동차 판매 성장세가 이전만 못할 수 있다고 본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 실적을 올리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내년 상황은 올해만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른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정상화되고 있고, 재고 소진에도 속도가 붙고 있지만, 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자동차 판매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지난해와 올해는 자동차 업계가 극단적으로 재고와 인센티브가 모두 낮아지는 우호적 영업 환경을 맞았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차 제네시스 등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영업사원이나 딜러에게 인센티브를 주지 않아도 차량 판매가 호조를 보일 정도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차량 판매 인센티브로 통상 차값의 최대 3~4% 인센티브(판촉비)를 영업사원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생산 차질과 재고 부족이 계속되면서 인센티브를 사실상 제공하지 않아도 돼 영업이익 측면에서 개선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증권가는 내년에도 이 같은 업계에 유리한 영업 환경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자동차는 내구 소비재 중 단일 가격이 가장 비싼 소비재"라며 "소비재 특성상 글로벌 자동차 업황은 기본적으로 경기 흐름과 동행한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코로나19 이후 비정상적인 공급 수치가 우호적인 영업 환경을 만든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단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 물량은 2021년 1100만대, 2022년 390만대로 추정된다. 이런 공급 부족 탓에 미국 시장에서 완성차 재고는 역대 최저 수준인 단 12만대 수준에 머물렀다.

대신증권은 "미국 평균 자동차 교체주기는 2019년 12년에서 2022년 13년으로 증가했는데, 과거 평균 차량이 1년 증가하는 데 걸린 기간이 6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가장 빠르게 교체주기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수요 회복과 생산 차질이 맞물렸고, 이 때문에 판매 차질이 생겼는데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견조한 실적을 보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바뀌는 경제 상황에서 자동차 판매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메리츠증권은 특히 완성차 국내 1위인 현대차에 대해 "변화를 준비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메리츠증권은 "금리 인상과 소비 위축이 시작되며 차량 신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며 "2023년 재고와 인센티브가 다시 정상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이는 현대차 실적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23년 재고 정상화와 신차 출시 주기 지연으로 실적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유진투자증권은 현대차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나란히 낮췄다.

먼저 유진투자증권은 현대차가 올해 당초 예상치보다 6.4% 하락한 9조870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종전보다 5.3% 낮춘 9조837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포터와 봉고 등 국내 상용차 인기가 올라가는 점도 완성차 업계에선 경기 침체의 전조로 본다. 이런 차들은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주로 찾는 차종으로 '서민의 발'로 통한다.

현대차 포터는 지난달 국내에서 총 9020대가 팔렸다. 이는 현대차 중 가장 많은 판매량에 해당한다. 기아 봉고Ⅲ도 지난달 5872대 팔리며 기아 모든 모델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완성차 판매 실적에만 의존하는 부품 업체들도 내년 이후 성장성 둔화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현대모비스는 완성차 판매 하락에 따른 모듈·부품 사업부 실적 추정치가 동반 하향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신차 수요 둔화에 따른 기존 차량 애프터 서비스 수요가 확대될 경우 일정부분 반사이익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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