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움병원 박준식 원장

안산의 한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임모 씨는 최근 손목통증으로 고생을 겪고 있다. 반년전만해도 가끔 통증을 느끼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증상이 심해져 가만히 있어도 손목이 욱신거릴 정도다. 때문에 작업도중 순간적으로 힘이 빠져 작업공구를 떨어뜨리는 일도 부쩍 늘었다.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던 증상이 갈수록 심해지자 결국 임씨는 고민 끝에 병원을 찾았다. 간단한 약물치료나 주사 정도를 예측했던 그는 병원의 진단결과를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수근관증후군’이었다. 게다가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는 의사의 소견도 더해졌다. 결국 그는 초기에 치료를 받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수근관증후군’은 손목을 과도하게 쓰는 사람에게 발병하는 질환으로, 팔에서 생겨날 수 있는 신경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수근관에 대해서부터 좀 더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수근관이란 손목 앞쪽의 피부 조직 밑에 손목을 이루는 뼈와 인대들에 의해 생긴 작은 통로를 말한다. 손목터널이라 칭해지는 이 통로에는 9개의 힘줄과 하나의 신경이 지나간다.

‘수근관증후관’은 이 손목터널이 여러 원인으로 인해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이 증가하면서 이곳을 지나가는 신경이 손상됨에 따라 손바닥과 손가락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손목 골절 등에 의해 나타나기도 하고, 반복적이고 무리한 손동작으로 인해 손목 인대에 염증이 생기면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초기엔 손가락의 저림이나 화끈거림, 손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주먹 쥐기가 힘들어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시로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고, 근육이 약해지면서 손가락 마비도 올 수 있다.

‘수근관증후관’은 예전엔 손목을 과도하게 쓰는 중년 주부들에게 많았지만 요즘은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직장인이나 반복적인 손동작을 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이 많이 걸린다. 심지어 핸드폰 사용이 많은 중고등학생들도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치료는 초기에는 손목을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도록 보조기를 쓰거나 물리치료를 주로 활용한다. 또 손목터널에 약물을 주입하는 약물 치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비수술적 방법으로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근력 저하가 보일 정도로 상태가 심할 경우엔 수술을 통해 좁아진 신경관을 확장시켜 주는 근본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적인 수술치료로는 ‘손목인대절개술’이 있다. 이는 1.5cm미만으로 작게 손목을 절개한 뒤 수술용 특수 현미경을 보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인대만 제거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법이다. 수술 후 2~3일이면 손을 조금씩 사용할 수 있고, 2주 뒤면 일상생활에 거의 무리가 없을 정도로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역시 가장 좋은 치료법은 예방임을 잊어선 안 된다. 수근관증후군을 예방하는 가장 첫 번째 항목은 바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수근관증후군은 손목 신경이 압박되어 발생하므로 컴퓨터 사용 시 손목과 자판의 높이를 비슷하게 맞춰 각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 손목 관절에 긴장과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관리 해주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손목 스트레칭을 자주 해 주는 것이 좋은데, 이때는 손목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해야 효과가 있다.

스트레칭 방법은 매우 쉽다. 우선 손가락이 아래로 향하도록 한 채 팔을 쭉 펴고 손등을 반대편 손으로 당겨서 20초 정도 유지한다. 그 다음 손가락을 위로 하고 반대편 손으로 손바닥을 당겨서 20초간 유지한다. 이러한 동작을 양손반복해서 꾸준히 실시하면 분명 ‘수근관증후군’ 예방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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