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개국 400여명의 안전보건관계자 참석

호주안전협회(NSCA Foundation)은 지난달 11월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호주 멜버른 컨벤션 및 전시센터에서 '제36회 아시아태평양 산업안전보건기구 연차총회 및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은 연차총회에 참석한 아포소 정회원들이 주요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호주안전협회(NSCA Foundation)은 지난달 11월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호주 멜버른 컨벤션 및 전시센터에서 '제36회 아시아태평양 산업안전보건기구 연차총회 및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은 연차총회에 참석한 아포소 정회원들이 주요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최근 국제노동기구(ILO)가 ‘노동 기본원칙과 권리선언’ 개정을 통해 전 세계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기준인 노동기본권에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을 포함시키면서 전 세계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의 핵심 요충지로 손꼽히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안전보건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아태지역 민간재해예방기관들이 합심해 전문역량 강화 및 기술 노하우 구축을 위해 여느 때보다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는 ILO가 산업안전보건을 기본협약으로 선정한 가운데 전 세계 산업계 전반에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핵심 요소에 일터 안전보건이 중요한 이슈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이들이 산업현장 일선에서 기업 최고 경영자 및 안전보건총괄책임자에 대한 지도‧보좌‧조언 등 일터 안전보건 증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 급변하는 일터의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차별화되는 안전보건관리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주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달 23일(수)부터 26일(토)까지 나흘간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 ‘제36차 아시아 태평양 산업안전보건기구 연차총회 및 컨퍼런스(APOSHO 36 Conference & AGM)’에서는 아태지역 민간재해예방 기관들의 이러한 열망과 니즈가 그대로 드러났다. 일부 국가의 경우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종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여개 국가를 대표하는 민간재해예방기관의 관계자 및 각국의 안전보건관계자 400여 명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낸 것이다.

일터 안전보건의 소중한 가치를 전파‧확산시키고, 최신 안전보건 동향 및 기술과 기법 등을 교류‧습득하기 위해 호주 멜버른으로 날아간 이들의 열정으로 뜨거웠던 그 현장을 찾아가 봤다.

◇아포소, 내실‧외실 강화로 아태지역 안전보건역량 강화 방침
아시아태평양 산업안전보건기구(이하 아포소)는 아태지역 내 안전보건 수준 향상 및 일터에서의 산재사고 및 질병예방을 위해 결성된 국제협의체다. 지난 1985년 8월 싱가포르에서 호주 안전협의회(NSCA) 회장의 주관으로 첫 회의가 개최되며 공식적인 활동을 알렸다.

주요활동으로는 국가별 안전보건 주요 이슈 사항 및 최신 안전보건 동향 전파‧공유, 회원기관의 주요 활동 및 특이사항 보고, 회원국간 연대‧교류, 연차총회 및 분과위원회(6개) 운영, 컨퍼런스, 세미나 개최 등이 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중국,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독일, 영국, 미국 등 21개 국가 내 39개 기관이 정회원, 준회원 등으로 소속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산업안전협회와 안전보건공단이 정회원으로 등재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간 아포소 기구 자체는 별도의 독립체(Entity)로 설립돼 있지 않고, 아태지역 내 회원 기관간의 협의체 성격이 짙다 보니, ILO나 WHO 등 국제기구와 같이 전문 분야에 대한 이행‧기술지침을 제정‧발간하거나, 새로운 규제‧제도 등을 각 정부에 권고하는 역할에서는 다소 부진한 성과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매년 회원국들이 돌아가며 연차총회 및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데 독립된 기금이 조성돼 있지 않아 국내총생산(GDP)이 상대적으로 낮은 개도국 등의 회원기관이 개최국으로 선정될 경우 막대한 운영 자금을 독자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거듭 제기돼 왔다. 참고로 ILO나 UN, WHO 등 국제기구들은 매년 회원국으로부터 연회비를 걷고 있다.

아포소 회원국들은 지난 수년간 독자적인 법인 설립 및 기금 마련 등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속 협의해 왔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난 2020년 회의(말레이시아)가 취소되고, 지난해에는 비대면 회의(일본 도쿄,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 주관)가 열렸지만, 회원기관간 세부적인 합의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올해 아포소 행사에 참석한 회원국들은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독립체 설립 및 기금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아포소 정회원들이 11월 23일 열린 아포소 분과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포소 정회원들이 11월 23일 열린 아포소 분과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향후 아포소의 내실‧외실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기존 협의체에서 별도의 독립체로 지위를 격상하고, 회원국들의 연회비를 신설해 이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기금을 마련‧운영키로 최종 결의했다. 기금의 운영 및 감리는 현재 각 분과위원회 의장이 맡고, 향후 기금위원회((Finance Committee, 가칭) 발족 시 각 회원국들의 자원 또는 선출에 따른 대표자가 맡기로 했다.

아포소는 이렇게 모인 기금을 ▲연차총회 개최 회원국 지원 ▲국제 안전보건어워드(가칭) 대상 추진 ▲컨퍼런스 및 세미나 연사 초청 및 파견 ▲회원국 요청 시 기금 지원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행사기간 회원국들은 회원 기준 변경을 위한 일부 정관개정 및 준회원 신청 기관의 가입 승인 절차 등을 의결했으며, 안전보건과 관련한 회원국간 주요 이슈 사항 등에 대해 논의했다.

버니도일(Bernie Doyle) 아포소 사무총장(Secretary General)이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버니도일(Bernie Doyle) 아포소 사무총장(Secretary General)이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버니도일 아포소 사무총장은 “지난 수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아포소 회원간 연대‧교류 및 주요 활동 등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강조하며 “초기 아포소 창립에 참여한 원년멤버(기관)로서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리는 행사를 주관‧개최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버니도일 사무총장은 “특히 올해 마련된 회의에서 그간 집중적으로 논의해왔지만, 진전이 없었던 아포소의 미래에 관한 주요 안건들이 최종 의결됐다”라며 “앞으로 아포소가 아태지역 안전보건의 증진을 선도하는 가운데 회원기관들이 자국 내에서 추진 중인 재해예방 활동에 힘을 보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빈센트 호 아포소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위원회 의장(前 영국안전보건협회장)은 “아포소는 지난 36년간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어왔다”면서 덧붙여 “이제 향후 10년, 더 큰 도약을 위한 이른바 ‘집’을 가질 때가 됐다”고 밝혔다.

아포소 정회원들이 26일 연차총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아포소 정회원들이 26일 연차총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대한산업안전협회-일본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 고령 근로자 산재예방 방안 모색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일터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의 42.5%(352명)가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로 확인됐다. 전년 동기(347명) 대비 5명(1.4%) 늘었다. 전체 사망자(질병 포함)를 살펴봐도 60세 이상이 45.3%(2080명 중 943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의학 및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일터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고령 근로자 산재예방을 위해 맞춤형 안전보건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아포소 행사기간 일본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와 간담회를 갖고, 고령 근로자 산재예방을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아포소 행사기간 일본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와 간담회를 갖고, 고령 근로자 산재예방을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대한산업안전협회(회장 박종선)는 아포소 행사 기간 일본의 대표적인 민간재해예방기관인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이사장 다케고시 토오루, 이하 중재방) 대표단과 간담회를 갖고, 고령 근로자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심층 논의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60세 이상의 고령 근로자가 산재 취약계층으로 손꼽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내 고령 근로자 사고사망자 현황을 연도별로 보면 ▲2017년 328명(33.5%) ▲2018년 343명(37.7%) ▲2019년 306명(36.2%) ▲2020년 318명(39.6%) ▲2021년 368명(42.4%) 등으로 최근 5년간 평균적으로 전체 사고사망자의 약 40%가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로 집계됐다.

이에 일본 정부(후생노동성)는 지난 2020년 3월 ‘고령 노동자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Age-Friendly)’을 제작‧배포했으며, 여기에는 ▲고령 근로자 대상 안전보건관리체제 구축 ▲작업환경 개선(신체기능 보완 설비 도입, 고령 근로자 특성 고려한 작업관리 등) ▲고령 근로자 건강 및 체력에 따른 대응 조치 마련(노동시간 단축, 심야작업 횟수 감소, 작업전환 등) ▲고령 근로자 고용 중소기업 대상 보조금 지원 ▲중소기업 대상 안전보건컨설팅 지원(민간재해예방기관)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다케고시 토오루 일본 중재방 이사장은 "한국에서도 민간재해예방기관을 적극 활용해 고령 근로자 산재예방을 위한 선제적인 행보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케고시 토오루 일본 중재방 이사장은 "한국에서도 민간재해예방기관을 적극 활용해 고령 근로자 산재예방을 위한 선제적인 행보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케고시 토오루 일본 중재방 이사장은 간담회에서 “현재 중재방은 고령 근로자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일본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발맞춰, 체크리스트를 제작‧배포하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등을 실시하고 있다”라며 “한국에서도 민간재해예방기관을 적극 활용해 고령 근로자 산재예방을 위해 선제적인 행보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현무 협회 정책지원국 부장은 “일본의 경우 앞서 급격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만큼, 고령 근로자 산재예방을 위한 활동을 수립‧추진해 나가는 데 공유하고 교류할 부분이 많다”면서 “앞으로도 협회는 일본 중재방과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고령 근로자 안전확보에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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