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조직에서 유머 사용이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는 것은 연구자들 외에 회사원들 모두 어느정도 동의할 것이다. 유머에 대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유머는 상호 간의 갈등과 긴장을 줄이고, 직원의 건강과 웰빙에도 긍정적 효과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심지어 실패한 농담(재미없는 농담, 아재 개그 등)이라도 듣는 사람이 그 뒤에 숨은 긍정적인 의도를 파악한다면 효과적일 수 있다.

관련 연구 결과, 유머를 듣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실패한 유머 뒤에 숨은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재미없는 농담이었지만 농담을 한 사람이 이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그러한 시도를 했다고 생각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머는 조직의 공식적이고 수직적 관계, 즉 리더와 부하직원의 관계에서 원활하고 수평적인 소통을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유교적인 문화가 남아있고, 권력 거리가 크고 서열을 중요시하는 문화(지위에 따라 권한과 대우의 차이가 큰 문화)에서 유머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2017년 독일에서 진행된 연구(Pundt & Venz, 2017)를 살펴보면 리더의 유머는 리더와 부하직원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부하직원의 조직에 대한 헌신을 높이며 소진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명료성과 질서를 선호하고 불확실하거나 모호한 상황을 피하려고 하는 구성원들, 즉 조직 내의 위계적 질서를 바람직하다고 여기고,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의사소통을 선호하는 구성원들에게도 상사의 유머는 조금 약하긴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최근 연구(Potipiroon & Ford, 2021)에서는 리더가 유머를 사용하면 직원들이 심리적 안심(psychological safety)을 경험하고, 이에 따라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머가 부하직원들이 수평적 관계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잠재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 유머가 발생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유머는 보통 공식적이고 형식적인 대화나 회의 자리에서 나타나기 보다는 비공식적인 즉 사적 모임이나 쉬는 시간의 티 타임에서의 대화에서 많이 나타난다.

리더와 부하직원 간의 비공식적 상호작용이 활발히 이루어지면 부하직원은 리더와 자신 간의 위계적 차이를 덜 느끼게 된다. 이것은 결국 부하직원이 리더와 부하직원 간의 수평적 관계를 더 크게 인식하게 할 수 있다.

와튼 스쿨(Wharton School of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이나 런던 비즈니스 스쿨(London Biusiness School)의 연구에서도 회의에서 함께 농담도 하고 웃는 팀이 더 우수한 성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만큼 유머와 웃음은 업무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대화나 교육 장면을 보면 대부분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경험하고는 한다. 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나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밝기는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진지하게 임하는 것이 좋지만 가끔은 유머도 필요하다. 안전 미팅이나 교육 시에 재치있는 한마디나 적절한 유머를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개인이 경험한 재미있는 사례, 재미있는 영상, 재미있는 안전 슬로건 등을 활용하면 참가자들의 분위기를 녹이고 편안하게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종합하면 적절한 유머의 사용은 안전 소통과 안전 리더십 영향력에 있어서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여기에서 주의할 한가지는 훌륭한 안전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이 유머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유머는 리더십의 한 측면일 뿐이다. 따라서 리더십의 다른 많은 요소(솔선수범, 전문성, 동기 부여 등)들과 더불어서 유머가 이루어질 때, 즉 양념으로 추가될 때 가장 큰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참고문헌: Pundt, A., & Venz, L. (2017). Personal need for structure as a boundary condition for humor in leadership.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38(1), 87-107.

Potipiroon, W., & Ford, M. T. (2021). Does Leader humor influence employee voice? The mediating role of psychological safety and the moderating role of team humor. Journal of Leadership & Organizational Studies, 28(4), 41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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