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국제적으로 조직(기업 등)이 현대사회의 과제 해결에 대해 책임을 다하고 공헌하기 위하여 ‘관리시스템(Management system)’이라고 하는 접근방식에 기초하여 조직을 경영하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안전보건 영역에서도 국제적인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는 최근 관리시스템이 중대재해처벌법에 ‘안전보건관리체계’라는 이름으로 강제화되기도 하였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리시스템의 위상과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이 말을 오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리시스템 접근방식이란, 조직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통해 안전, 품질, 환경 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공헌하기 위하여, 폭넓게 또는 국제적으로도 인지된 적절하고 유효한 관리시스템을 자율적으로 구축‧실시하고, 그 상황의 적절성, 타당성 및 유효성 등을 실증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적절성, 타당성 및 유효성은 관리시스템의 요구사항에 적합하고, 방침‧목표가 조직의 사명, 업태(業態),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타당하며, 그 방침‧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유효한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안전보건관리는 대부분 법령상의 명령통제기준(Command & control regulation)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를 법령상의 기준, 정부의 지침 등에 의지하려고 하는 조직풍토, 관습이 자리 잡고 있어, 사회 전반적으로 볼 때 아직까지 안전보건관리시스템(Occupational Health and Safety System)의 구축은 불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업장마다 위험원(유해위험요인, Hazard)을 파악하고, 위험성(Risk)을 평가하여 필요한 관리방안을 마련‧추진해 나가고, 동시에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증진하기 위한 방침, 목표를 가지고 관리해 나가는 방식은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사업장에 실질적으로 침투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은 법규제, 정부지침 등에 의지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조직이 자율적으로 법규제 등의 불충분함을 보완하려고 하는 의식(자주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사업장 안전보건의 확보를 위한 관리(Management)는 개별 조직(기업)만의 문제는 아니고, 행정기관의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의 추진방법의 문제이기도 하다. 즉, 행정에도 관리시스템 접근방식은 필요한 방식이다.

그런데 아차사고를 포함한 각종 사고의 조사‧분석 및 이들 결과를 활용한 재발방지대책, 나아가 미연방지대책 등은 결코 실질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상태이다. 사고원인의 규명에 있어서도 단순히 특정인의 책임으로 규명을 종료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안전보건이 우수한 조직에서는 종래부터 근본원인의 규명 시에 원인은 사람보다 시스템 자체에 있다고 생각하여, 시스템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문제점을 찾아내려고 하고, 경험주의적으로 시스템의 개선을 거듭해 가는 접근방식을 취하여 왔다.

사고원인 가운데 사람의 문제가 있다면, 관리시스템이 잘 갖춰진 조직은 적어도 사람의 역량,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훈련의 실시방법에 결함이 없었는지, 조직의 경영층이 이 문제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관여해 왔는지 등에 대하여 규명한다. 즉, 시스템에서 사고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기업 등)뿐만 아니라 행정 또한 관리시스템 접근방식의 필요성이 인식되어야 한다.

종래의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의 접근방식은 속인적 접근방식(인간 모델), 공학적 접근방식(공학 모델) 및 관리시스템 접근방식(시스템 모델)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속인적 접근방식에서는 구성원들에 대하여 안전보건교육이 실시되고 구성원들에게 안전의식을 갖도록 하고 이들의 자각을 높이는 것이 강조되며, 사고보고 등이 이루어지지만 발생한 사고에 대해 개인의 책임으로 귀착된다.

공학적 접근방식에서는 공학적‧기술적인 위험성 감소조치가 취해지고 위험성 감소조치의 우선순위가 이해·대응되는 한편, 사고가 발생하면 공학적‧기술적 미숙으로 귀착된다.

관리시스템 접근방식에서는 위험성평가가 실시되고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이 구축되어 운영되며, 산업안전뿐만 아니라 보건, 정신건강도 배려되고 사람이 존중되는 한편, 관리(Management)의 적절성, 타당성, 유효성이 확립되고 실증된다. 즉, 관리시스템의 요구사항에 적합하고, 방침‧목표가 사회적으로도 타당하며, 방침‧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리고 관리시스템 접근방식에서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더불어 최고경영자를 포함하여 관계자의 책임소재가 명확하게 이루어지고 관리시스템상의 문제가 검토된다.

조직, 행정 모두 다른 안전보건 문제와 마찬가지로 관리시스템 접근방식 또한 수박 겉 핥기 식이 아니라 본질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