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수신기 꺼져 있어 발화부 스프링클러 정상 작동 안해
국과수 결과 토대 수사 속도…필요시 본사 관계자 추가 입건 검토

합동감식반원들이 대전 유성구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는 모습.
합동감식반원들이 대전 유성구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는 모습.

8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화재와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회부되면서 경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전경찰청은 26일 오전 10시 설명회를 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회부된 화재 원인과 로그 기록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국과수는 지하 1층 주차장 하역장에서 발견된 1t급 냉동 탑차가 수분 동안 정차했을 당시 배기구가 과열됐고, 배기구와 밀접 접촉했거나 배기가스 등의 고열이 차량 밑에 깔려있던 여러 장의 폐종이 상자에 축적돼 화재가 발생했다고 결론지었다.

해당 냉동 탑차가 수분 동안 정차하면서 설치된 배기가스 저감장치(DPF)가 재생됐고 이 과정에서 DPF에 고열이 발생했으며 열로 배기구가 과열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역시 국과수와 별개로 대학교 등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화재 재연 실험을 의뢰한 결과 국과수와 같은 결론이 나왔다.

DPF란 차량에서 배출되는 질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경유 차량에 부착하는 장치며 엔진의 배기가스 중 입자상물질을 물리적으로 모아 연소시켜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국과수는 DPF재생 상태 등을 토대로 냉동 탑차가 시동이 걸린 상태였다고 봤으며 경찰은 당시 주차장 재질이나 환경이 해당 차량 배기가스와 열만으로는 발화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국과수에서 소방 설비 로그 기록을 분석한 결과 발화부에 있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원인으로 소방시설 정지를 지목했다. 스프링클러 작동을 위해서는 이를 제어하는 소방시설인 화재 수신기가 정상 작동해야 하는데 로그에는 화재 당시 화재 수신기 기능이 정지돼 있던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화재 수신기는 화재 발생 이후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는데 경찰은 중상을 입은 방재실 직원 A씨가 화재 발생 후 화재 수신기 정지를 해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A씨는 현재 회복 중에 있어 정확한 확인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수신기는 항상 켜져 있는 것이 정상적이지만 누가, 언제, 어떠한 이유로 화재 수신기를 정지했는지에 대해서는 경찰이 추가적인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화재 원인 결과와 로그 기록 분석 등 국과수의 감식 결과가 경찰에 도착하면서 경찰 수사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지난 10월 김윤형 현대아울렛 대전점 지점장 등 관계자 6명, 소방관리 업체 직원 4명, 보안관리 직원 3명 등 총 1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국과수에서 전달받은 감정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입건된 피의자 13명 중 혐의점이 크다고 판단되는 피의자들에 대한 신병 처리 검토를 마칠 계획이다.

또 추가적인 수사를 통해 현대 아울렛 대전점 관리 소홀 혐의 등을 토대로 현대백화점 본사 관계자나 소방 점검 과정과 관련된 관계자들에 대해 입건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달 대전 현대 아울렛 화재 참사와 관련해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과 방재 및 보안 시설 하청업체 대표 등 3명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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