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의 한 병원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마친 뒤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사진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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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 관고동 병원 화재…5명 사망
치료를 받아 회복을 하는 병원에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화마가 덮쳐 무고한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화재 사고도 있었다.

8월 5일 10시 17분께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의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간호사 1명과 투석 중이던 환자 4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불길은 화재사고 접수 후 1시간 10여분 만에 진압됐으나, 짙은 연기가 확산되면서 피해가 커졌다.

조사 결과 이날 사고는 부실한 안전관리와 부적절한 건축물 시공이 복합적으로 결부된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화재 당일 오전 7시 10분께 병원 건물 3층 스크린 골프장에서는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철거업자는 작업 중 화재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위험요인 제거 및 전원차단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업자는 덥다는 이유로 선풍기와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사용하며 철거 작업을 벌였으며, 화재 발생 직후 방화문을 개방해 두고 대피하는 바람에 계단통로를 통해 연기가 유입되면서 피해를 키웠다.

이외에도 해당 건물 신축 당시 부적절한 시공도 인명피해가 커지는 데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3층과 4층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화구획을 설정하려면 기둥부위(철골 H빔)를 벽돌과 모르타르를 이용해 내부를 채워야 했지만, 외장재만 붙여 준공하는 탓에 연기가 기둥 부위를 타고 투석 환자들이 있는 곳으로 유입됐다.

한편 화재로 사망한 故 현은경 간호사는 투석환자들의 대피를 돕다 탈출하지 못한 사연이 알려져 보건복지부의 심사를 통해 의사자로 인정받았다.

31일 오후 3시 42분께 울산시 남구 SK지오센트릭 폴리머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는 모습.(사진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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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SK지오센트릭 폴리머 공장 폭발…7명 중상
같은 사업장에서 유사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례도 있었다.

8월 31일 오후 3시 35분께 울산 남구 상개동에 소재한 SK지오센트릭 폴리머(합성수지) 공장에서 정비‧보수 작업 중 폭발이 일어나 근로자 7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상자 모두 전신에 30~80% 이상의 화상을 입는 등 피해는 심각했다. 부상자 중 4명은 SK지오센트릭 직원이였으며, 나머지는 협력업체 직원으로 파악됐다.

사고 직후 소방당국은 소방차 29대, 인력 70명을 동원해 현장 수습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이번 폭발사고가 폴리에틸렌 생산공정의 밸브점검 중 사이클로헥산이 유출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사고가 발생한 공장에서는 지난 4월 20일에도 톨루엔 저장탱크 청소작업 중 화재가 발생해 2명이 크게 다쳐 치료 중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업장 전반에 대한 안전보건관리를 면밀히 검토하고 빈틈없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사고 사례였다.

이 사고를 계기로 SK지오센트릭 경영진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으며,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안전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가운데, 회사 생산시설 전체의 안전관리 수준을 개선하는 종합 대책을 수립할 것을 약속했다.

지난달 27일 오전 합동감식반원들이 대전 유성구 현대 프리미엄 아웃렛 화재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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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쇼핑몰 덮친 火魔…대전 현대 아웃렛 화재 사고
정부의 안전 사각지대를 파고든 화마가 7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화재사고도 있었다.

9월 26일 오전 7시 45분께 대전 유성구 용산동에 소재한 현대 프리미엄 아웃렛 지하주차장 하역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당시 지하실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7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곳은 정부의 추석 명절 대비 다중이용시설 안전점검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 지침상 노후시설과 고위험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조사 결과 이번 화재의 유력한 원인은 지하 1층 주차장 하역장에 있던 1t급 냉동탑차의 배기구 과열로 결론이 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분석 결과 당시 냉동 탑차가 수분 간 정차해 있는 과정에서 배기가스 저감장치(DPF)가 재생됐고, 이 과정에서 DPF에 고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 열로 배기구가 과열되면서, 배기구와 밀접 접촉했거나 배기가스 등의 고열이 차량 밑에 깔려있던 여러 장의 폐종이 상자에 축적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국과수의 소방 설비 로그 기록 분석 결과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원인으로 소방시설 정지를 지목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려면 소방시설인 화재 수신기가 정상 작동해야 하는데 로그에는 화재 당시 화재 수신기 기능이 정지돼 있던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고용부는 전국 대형 유통업체(207곳)를 대상으로 긴급점검에 나섰다. 그 결과 총 207곳 중 87곳(42%)에서 법 위반사항이 확인되는 등 대형쇼핑몰에서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씁쓸함을 자아냈다.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화일약품 화재현장에서 4일 오전 경찰과 소방,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위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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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 화일약품 공장서 폭발‧화재, 18명 사상
경기 화성시 소재 제약회사 공장에서 폭발‧화재가 일어나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9월 30일 오후 2시 22분께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상신리 화일약품 공장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펌프차 등 장비 64대와 인력 142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섰으며, 화재 발생 약 4시간 여만인 오후 6시 23분께 불길을 잡았다.

안타깝게도 이날 발생한 화재로 현장에 있던 20대 근로자 1명이 숨졌으며, 17명이 다쳤다. 다친 부상자 가운데 4명은 중상, 나머지 13명은 경상을 입을 것으로 파악됐다.

감식 결과 이날 폭발은 건물 3층 내부 우측에 있는 5t 용량의 반응기 수리 작업 도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화재 원인은 아세톤 반응기 하단 메인밸브 수리작업 중 내용물이 유출돼 유증기가 내부에 체류 된 상태에서 불상의 점화원에 의해 불이 붙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고용부는 이 사고를 계기로 사고와 관련된 설비인 반응기를 보유한 사업장에 대해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긴급점검을 지시하는 한편, 산업안전보건본부에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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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 단독주택 일산화탄소 누출 참사…일가족 5명 사망
2018년 12월 18일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릉펜션 일산화탄소 누출사고’를 떠올리게하는 비극적인 사고도 있었다.

10월 9일 오후 4시 54분께 무주군 무풍면의 단독주택에서 노모 A(84)씨와 큰 사위(64), 작은 사위(49), 작은딸(42), 손녀(33)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과 함께 있던 큰딸 B(57)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거실에 3명, 방에 2명이 쓰러져 있었다. 집안엔 가스냄새가 가득했고 주택의 문과 창문은 모두 닫혀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사고 전날 A씨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것으로 파악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조사 결과 이날 사고는 보일러 연통 일부가 막혀 일산화탄소가 내부로 유입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보일러 작동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연통 끝부분이 이물질로 막혀있었는데 이 때문에 일산화탄소가 집안 내부로 유입된 것이다.

이 사고가 더욱 안타까운 점은 평소 보일러 배기통‧배기구의 이상 유무가 체계적으로 관리됐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여서다.

지난 2018년 ‘강릉펜션 일산화탄소 누출사고’ 이후 펜션 등 숙박시설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됐다. 또한 배기통 이탈 경고문구 부착 의무화 등 여러 제도가 개선됐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곳은 일반 가정이었던 탓에 정부의 손길이 제대로 닿질 못했다.

사고를 접한 윤석열 대통령은 “재난이 사회적 약자인 취약계층에 얼마나 냉혹한지 알고 있다”며 “일선 공직자들은 겨울철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챙기는 데 보다 섬세한 대책을 마련해달라. 취약시설의 안전 점검에 대한 제도화뿐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체계적인 지원 대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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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 제빵공장서 노동자 끼임사고
산재사고가 기업 브랜드 가치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나타내는 사례도 있었다.

10월 15일 오전 6시 20분께 경기 평택에 소재한 SPC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A씨가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혼합기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부는 사고 직후 해당 사업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사고 발생 사흘 만에 회사 대표 입건에 나서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다.

또한 이 사고를 계기로 SPC그룹 12개 계열사의 사업장 52곳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86.5%에 달하는 45곳에서 277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고용부는 26곳은 사법조치를 하고, 39곳에는 과태료 1억1550만원을 부과했다.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에 있지만, 이번 끼임사고는 미흡한 안전관리와 소홀한 관리‧감독이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 배경에는 사망사고 기인물인 혼합기에 끼임 방호장치(인터록)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없었던 점, 2인 1조 작업임에도 홀로 작업이 이뤄진 점, 사망사고 발생 전에도 유사 사고사례가 있었던 점 등이 꼽힌다.

사고 발생 이후 사측이 보인 행태는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동료를 잃은 이들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다음날 사고 현장을 천으로 가리는 조치만 한 뒤 인근에서 작업을 재개한 가운데, SPC그룹의 계열사의 한 직원이 고용부 근로감독관의 서류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되기도 한 까닭이다. 이에 일각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SPC그룹은 이 사고를 계기로 재발방지 등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향후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해 그룹 전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 진단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한 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하고, 안전경영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안전 최우선 경영 실천을 위한 굳건한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한편 이처럼 사회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킨 끼임 사망사고가 있었음에도 유사업종에서의 안전관리는 여전히 소홀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겼다. 실제 이 사고를 계기로 고용부가 전국 식품 제조업체 1297곳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643곳(49.6%)에서 안전조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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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사고
화재에 대한 부실한 대응시스템이 대다수 국민들의 불편을 야기한 사고도 있었다.

10월 15일 오후 15시 19분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지하 3층 배터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많은 국민들이 이용하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서비스 기능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는 8시간여 만에 완전 진화됐지만, 당시 화재로 카카오톡, 카카오T 등 카카오 주요 서비스들이 마비돼 복구까지 최대 약 127시간 33분이 걸렸으며, 네이버의 경우 최대 12시간까지 일부 서비스 및 기능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국민적 불편이 야기된 이날의 화재사고는 ‘화재 감지 실패’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확인됐다. 화재가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의 경우 배터리 온도 모니터링 시스템(BMS)이 설치돼 있었지만, 화재 발생 직전까지 화재에 대한 이상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구조적 설계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배터리실 상부에 전력선을 포설한 관계로 불이나자마자 전력선이 손상됐고, 일부 무정전 전원장치(UPS)는 배터리실과 물리적으로 분리되지 않아 화재 당시 작동이 멈춰버린 것이다.

서버 운영만 이중화된 체계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당시 카카오는 서비스 기능을 5개의 레이어로 구분하고, 판교 데이터센터(동작 역할)와 다른 데이터센터 간 동작(Active)-대기(Standby) 서버 체계로 이중화하고 있었다. 문제는 대기 서버를 동작 상태로 만들기 위한 권한관리 기능 역할을 하는 ‘운영 및 관리 도구’를 정작 판교데이터센터 내에서만 이중화하고 다른 데이터센터와는 이중화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판교데이터센터의 동작 서버가 작동되지 않았을 때 작동해야 할 대기 서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한편 이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급속배기장치 및 소화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안전기준 강화에 나섰다. 또한 데이터센터(IDC)의 이중화 및 이원화 조치를 의무화하고,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사업자가 재난을 수습, 복구하기 위한 방송통신 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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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 물류창고 거푸집 붕괴사고…5명 사상
소홀한 안전관리가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10월 21일 경기도 안성에 소재한 저온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 거푸집이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5명이 추락해 3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노동자들은 모두 외국인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본부와 경기지청, 평택지청 소속 근로감독관 15명으로 구성된 합동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수사에 나섰으며, 시공사인 SGC이테크건설 대표와 하청업체인 삼마건설, 제일테크노스의 현장소장 등을 각각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은 규명 중에 있지만, 고용부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동바리 조립도 미작성, 콘크리트 타설방법 미준수 등 기본적인 붕괴 예방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고용부는 이 사고를 계기로 시공사인 SGC이테크건설이 시공 중인 31개 전국 현장에 대한 감독에 나섰으며, 31개 현장 중 29곳에서 총 142건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러한 감독 결과를 바탕으로 경영 책임자에게 재발방지대책 수립과 이행을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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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시간의 기적…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광부 매몰사고
광산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광부들이 매몰됐다가 극적으로 구조 생환한 사례도 있었다.

10월 26일 경북 봉화군에 소재한 아연광산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광부 2명이 내부에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갱도 레일작업을 위해 진입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구조당국은 시추공 등을 활용해 구조 작업에 나섰으며, 내부에 갇힌 광부들은 사고 발생 10일이 지난 11월 4일 오후 11시 3분께 극적으로 구조됐다. 고립된 지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생환한 것이다.

한편 경찰은 이번 매몰 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 광산업체 원‧하청 관계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고가 난 광산에서는 앞서 8월 29일에도 붕괴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광산업종에서 이 같은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근 3년간 중상,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35개 광산을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에 나섰으며, 국내 광산의 재해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관리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구조 매뉴얼을 고도화 ▲광산안전사무소 인력 증원 검토 ▲광산안전도 현행화 ▲광산안전시설 예산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광산안전관리 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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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실 대응과 체계적인 인파관리시스템의 부재가 불러온 ‘10‧29 참사’
정부의 부실 대응과 체계적인 인파관리시스템의 부재가 불러온 가슴 아픈 참사도 있었다.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경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119-3번지 일대 골목에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곳곳에서 모여든 다수의 인파가 몰리면서 무려 159명이 숨지고 197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젊은 청년 계층으로, 사인은 ‘질식에 의한 심정지’로 확인됐다.

당시 참사 현장에서는 안전사고에 대비한 관리‧통제가 크게 미흡했으며, 특히 좁은 공간에 수용 인원 이상의 사람들이 운집한 가운데 동선이 겹친 채 옴짝달싹 못한 상태가 계속되면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수많은 인파와 차량 등으로 구조대원 및 구급차량의 진입이 난항을 겪으면서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참사 이후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한 가운데 지자체에게 주최자가 없는 지역축제와 행사에 대한 안전관리 의무를 규정하고, 밀집 인파에 재난문자 등을 알리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현장인파관리 안전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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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과 규제에서 위험성 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전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일터 곳곳에서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자 정부의 안전정책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생겼다.

고용노동부는 11월 30일 기존 ‘처벌과 규제’ 위주에서 벗어나 위험성 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와 유사하게 산재 사망감소 정체기를 경험한 영국, 독일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우리 보다 먼저 중대재해 감축의 정체기에 직면한 선진국 등에서는 1970년대 이후 사전 예방에 더욱 중점을 두고 노사의 자발적 노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한 바 있다.

로드맵은 2026년까지 사망사고만인율을 OECD 평균인 0.29‱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게 ▲위험성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 ▲중소기업 등 중대재해 취약분야 집중 지원‧관리 ▲참여와 협력을 통한 안전의식 및 문화 확산 ▲산업안전 거버넌스 재정비 등 4대 전략과 14개 핵심과제가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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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46명 사상
지긋지긋한 화마(火魔)와의 사투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까지 계속됐다.

12월 29일 오후 1시 49분께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 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폐기물 집게트럭에서 시작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길은 방음터널 내 방음벽으로 옮겨 붙으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직후 출동해 2시간 20여분만인 오후 4시 12분께 불길을 잡았으나, 이 불로 인해 방음터널 830m 중 600m 구간이 모두 소실됐으며, 그 여파로 대피하지 못한 5명이 숨지고 41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에 있지만, 이날 화재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배경에는 방음시설의 천장과 벽면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로 폴리카보네이트(PC)와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 등이 쓰이는데 두 종류 모두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열을 가열했을 때 녹는 성질을 가지면서 이번 화재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편 정부는 이 화재 사고를 계기로 화재에 취약한 방음터널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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