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KDCC) 등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2000년 53개에서 2020년 기준 156개로 늘어났다. 2025년에는 188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의 화재예방 중요성은 필자가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서 찾을 수 있다.

필자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현장 실사를 통해 화재로 인한 그 당시의 상황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데이터센터 화재 예방대책을 SK C&C 기준으로 알아보자.

첫째, 랙별 차단장치가 랙 바로 옆에 있어서 화재를 차단하기 어려웠다. 랙별 차단장치는 랙과 방화구획을 하여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차단이 용이한 위치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UPS와 배터리의 이격거리가 ESS 관련 기준에서 정하는 기준에 많이 미달됐다. 관련기준에서는 정하고 있는 이격거리는 15m 이상인 것에 비해 현장의 UPS와 배터리의 이격거리는 6~7m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방화구획이 하단만 되어있고 상단은 되어 있지 않아서 배터리 화재 시 열기가 UPS로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UPS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UPS를 ‘OFF’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셋째, 각 랙 용량이 469kWh로 ESS 관련 기준에서 정하는 랙‧그룹 용량 제한 기준치보다 2배가량 컸다. 미국 화재안전코드(NFPA 855)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의 열폭주 등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할 경우 화염전파의 우려가 높아 이를 감소시키기 위해 랙‧그룹 용량을 250kWh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넷째, 랙 간 이격거리가 거의 없어서 ESS 관련 기준에서 정하는 랙 이격거리에 미달되었다. NFPA 855는 랙 및 벽체 간 이격거리를 0.9m 이상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랙 간 화재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데이터센터 배터리실에 수소감지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열폭주가 발생하기 전에 제조상 결함, 과충전, 외부 전극 간 단락, 외부 충격에 의한 배터리 손상 등에 의해 배터리가 열화되고, 열화에 의해 배터리 내부가 파손되면서 리튬이 전해액의 유기용매와 반응하여 필연적으로 수소가스가 배출된다. 즉, 배터리실에 수소감지기를 설치하면 배터리 열폭주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빠른 대응조치가 가능하다.

여섯째, 배터리실에 가스계소화설비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전의 배터리는 납축전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배터리실에 이산화탄소, 할로겐화합물, 불활성기체 소화설비 등의 가스계소화설비를 설치하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리튬이온배터리는 전기저장시설의 화재안전기준(NFSC 607)에 따라 12.2L/min/㎡ 이상 방사되는 스프링클러설비를 설치하여 냉각소화해야 한다. 이번 화재에서도 가스계소화설비는 제때 작동했지만 화재를 진압하지 못했다.

일곱째, 환기설비용량이 ESS 관련 기준에서 정하는 조건에 미달되었다. 환기설비는 가연성 가스농도가 연소하한계의 25vol%를 초과할 때 작동하여 가연성가스 농도를 25vol%이하가 되도록 하기 위해 바닥면적 기준 5.1L/s/㎡이상의 용량으로 설치하도록 NFPA 855에서 규정하고 있다.

여덟째, 데이터센터가 지하 3층에 설치되어 있어서 소방차가 배터리실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더욱이 자동차의 통행로인 지하 1~2층의 높이는 2.5m정도로 낮고 지하 3층에는 아예 자동차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소방차가 데이터센터 내부까지 쉽게 접근하여 화재를 신속하게 진압하기 위해서는 높이가 4.5m는 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배터리실에 배선용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전기불꽃에 의한 차단이 불가능하므로 아크차단기의 설치가 필요하며, 지진에도 정상작동하는 스프링클러설비, 옥내소화전설비가 필요하다. 가스계소화설비를 내진설계하거나 소방관서의 신속한 출동을 위해 자동화재속보설비를 설치하고, 배터리실에 비치되어 있는 화재대피 마스크의 유효기간을 점검할 필요도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서와 합동훈련 등 자위소방대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