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8시 30분부터 관용차 대기하며 무전 청취
검찰 “위험 확대 상황 충분히 인지한 상태”
서울청 경비기동대 지원 요청 주장도 허위 판단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사고 발생 2시간 전부터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하고도 인파 관리에 나서지 않았다고 검찰이 판단했다.

이 전 서장 등 경찰 관계자 5명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지난 10월 29일 오후 8시 30분부터 관용차에서 대기하며 무전기를 청취하고 있었다.

검찰은 “당시 용산경찰서 112 자서망(교신용 무선망)에는 이태원 참사 관련 무전 송수신 내용이 송출되고 있었고 이 전 서장은 이를 듣고 인파가 집중돼 차도까지 밀려 나갈 정도로 관리가 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사상의 위험이 확대되는 상황임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특히 오후 9시 10분께에는 송모 전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이 무전을 통해 ‘골목길에서 대규모 인파가 몰려나오고 있다’며 ‘손이 부족하다’고 다급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후에도 ‘추가 배치해서 지원하기 바란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통제가 필요하다며 신고가 된 상황’이라는 무전이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전 서장은 당시 무전기 내용을 들은 뒤 오후 9시 57분 송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3분 20초가량 통화를 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현장 상황을 파악하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 손쉽게 파악하고 적정한 대응 조치까지 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전 서장은 그간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상황을 인지했다고 주장해왔으나, 검찰 판단은 달랐던 셈이다.

아울러 검찰은 핼러윈 인파 대비를 위해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 지원을 요청했다는 이 전 서장 주장도 허위로 판단했다.

검찰은 ‘서울경찰청 등 상부기관에 기동대와 같이 인파 관리 및 인파 집중으로 인한 위험 발생을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의 지원을 직접 요청하거나 자신의 지휘·감독 하에 있는 경찰관들에게 지원 요청을 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전 서장이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에도 늦장 대응했다는 내용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이 전 서장은 사고 발생으로부터 1시간이 지난 11시 16분께 용산경찰서 경비과장에게 기동대 배치를 지시했고 11시 31분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첫 보고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8일 이 전 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축제 기간 경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 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등 지휘를 소홀히 한 혐의 등을 받는다.

또 참사 당일 오후 11시 5분께서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음에도 48분 전인 오후 10시 17분 도착했다는 허위 내용의 경찰 상황보고서가 작성된 데 관여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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