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연구·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유해·위험물 설비기구들 역시 점점 더 복잡·다양화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조건과 환경은 기존의 연구를 더욱 광역적으로 펼칠 수 있게 하고, 또 불가능 했던 실험도 가능케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연구·실험실의 사고가 증가하고 있으며, 예측하기 힘든 위험요소도 점점 더 늘고 있다. 한해도 거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연구실 화재·폭발사고가 이러한 실정을 잘 보여준다.

연구·실험실의 사고는 비단 화재·폭발로 인한 물적, 인적피해로 끝나지 않는다. 한순간 회사의 고급 인력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회사의 역량이 집중된 핵심 기술들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다. 바로 이런 점이 연구·실험실 사고 예방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연구·실험실 사고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사고는 ‘폭발’이다. 환경 자체가 가연성 및 폭발성 시약, 고압가스 등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고압, 감압, 충격, 마찰 등 위험성이 높은 실험이 자주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속에 인화성 가스 및 유증기 등을 제거하기 위한 국소 배기 장치나 후드를 설치·사용한다고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자칫 장치의 성능이 미흡하기라도 하면 밀폐된 실험실내에 가스 및 유증기가 체류하게 되고 결국 점화원에 의해서 화재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헌데 이처럼 다양한 위험성이 잠재하고 있음에도 연구·실험실 종사자들의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은 일반 생산현장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대단히 낮다. 유효기간이 지난 가스통이 몇 년씩 구석에 방치돼 있는 곳이 부지기수고, 방폭지역에서 비방폭용 전기설비 공구 등을 사용하는 경우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는 오래된 톨루엔 말통(18L)이 외부철판이 부식된 상태로 뒹굴어 다니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띌 정도다.

비교적 관리가 잘 된다고 하는 기업의 연구·실험실에서도 불안한 점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최근의 기업 연구·실험실을 보면 보안을 이유로 실험실 담당자 이외에는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곳이 많다. 사실상 통제된 공간에서 실험실 책임자 및 실험 작업자들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오직 자신의 안전의식과 안전지식에만 의지해서 연구 실험실의 안전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 분들 모두가 우수한 안전의식을 지니고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곳은 매우 드문 게 사실이다. 때문에 전반적으로 연구·실험실 안전의 한계가 갈수록 더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연구·실험실 화재·폭발사고들만 봐도 보안을 이유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일반 산업현장에서는 안전제일의 원칙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연구·실험실도 안전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실험·연구실은 주기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특히 장치를 설치하거나 내용이 변경될 때에는 필히 사전에 위험성을 평가해야 한다. 또한 기업 연구·실험실 종사자에 대해서는 일부 대학의 경우처럼 일정기간 안전교육(on-line 교육포함)을 수료해야만 연구실에 출입을 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차원에서 경영자 및 책임자의 안전마인드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 조직문화의 특성을 감안할 때 경영자에게 안전마인드를 심는 것이야말로 해당 연구·실험실 종사자의 생명과 연구 성과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기사항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연구·실험실에도 굳건한 안전문화가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또한 그리된다면 고급 연구인력들이 조금의 불안함 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결국 우리나라 산업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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