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위생협회 직업건강안전연구소 차상은 소장

생산현장에서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에 의한 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불안전한 행동의 유발요인은 크게 인위적인 요인, 심리적인 요인, 기술적인 요인 등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행동요인의 범주로 과거에는 잘못된 가치, 후진국형 행동양식, ‘빨리’와 ‘대충’문화, 도박 근성, 팀 정신의 결여 등을 들었다.

이에 따라 불안전한 행동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교육도 대부분 이들 주제의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를 맞이한 요즘에는 불안전한 행동을 예방키 위한 안전교육으로 감성관리가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는 주요 선진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국 HSE의 위험성 관리 최적화 모델인 ‘Socio-technical pyramid’를 보면 안전한 업무수행을 위한 과정으로 시스템 풍토, 조직 및 경영관리, 제어와 소통 및 피드백 관리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작업자 신뢰성과 엔지니어링 신뢰성을 가장 중시해야할 항목으로 꼽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말한 작업자 신뢰성 항목을 주제로 삼아 말을 잇고자 한다. 작업자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성경영’과 ‘소통’을 필수적으로 다뤄야 한다. ‘감성경영’과 ‘소통’은 조직원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 안전한 사고와 행동을 유발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들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먼저 직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경영을 위해서는 직원의 자아인식력, 자기통제력, 사교성 등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일관성 있는 경영방침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감성경영의 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1단계는 자기통제이다. 이 단계는 자신의 감정을 알고, 이를 조절하는 과정이다. 리더와 사원의 구분을 떠나 동일한 집단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간의 신뢰성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자기를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조절·절제하는 것이야말로 불안전한 행동을 최소화하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2단계는 조직 내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경영철학으로 ‘직원 제일주의’를 내세우고 있는데, 그 핵심사항이 바로 신뢰와 존중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신뢰와 존중이 작업자의 자긍심을 키우고, 애사심을 불러일으키는 ‘열쇠’라고 설명한다. 또한 그들은 이렇게 고취된 자긍심과 애사심이 불안전한 행동을 절제시킨다고 본다.

3단계는 작업자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배려를 쏟는 단계다. 경영진의 작업자들에 대한 개별적 관심과 배려는 직원들의 업무열정을 배가시킨다. 익히 알려져 있듯 업무열정이 높은 사원은 작업에 대한 집중도도 높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곧 재해율 감소로 연결된다.

4단계는 집단 내 긍정적인 감성을 형성시키는 과정이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조직 안에 두루두루 퍼지게 되면 당연히 갈등이 줄고, 협업이 촉진된다. 또 개인은 물론 동료의 건강과 생명을 걱정하는 생명존중의식도 확대된다. 특히 동료를 위하는 마음이 안전의식과 행동으로 나타나 사고예방의 효과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상기 1~4단계의 과정은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직원제일주의라는 사상도 내포하고 있다. 언뜻 다른 듯 하지만 이들은 일맥상통하는 바가 크다. 사업장에서 안전이라는 것은 직원들이 다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을 제일로 생각하고 관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즉 ‘직원제일’이 ‘안전제일’인 것이다.

전국 사업장 어딜가나 ‘안전제일’이라는 구호와 현수막이 걸려있다. 앞으로는 이들을 볼 때 안전을 위해 직원을 제일로 우선해야한다는 마음가짐도 모든 이가 가졌으면 한다. 딱딱한 ‘안전제일’에서 따스한 ‘직원제일주의’로의 사고전환과 발상은 사고 예방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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