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11일 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붕괴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조사결과 다단계 불법하도급, 감리 소홀, 미흡한 콘크리트 품질관리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이번 사고 요인들은 건설현장에서 수십 년간 지적되어 온 문제들로, 도무지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토교통부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현장점검을 통해 적발한 불법하도급은 1107건에 이른다.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여러 문제점 중 대표적인 것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다. 지난 2020년 기준 정상적인 건설공사인 경우 재하도급 계약금액은 원도급의 73.2% 수준으로, 도급 과정에서 약 27%가 삭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아이파크 사고처럼 다단계 불법하도급일 경우 공사비 누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불법하도급 과정에서 공사비가 줄어들면 도면대로 시공하지 않거나 값싼 자재를 사용하여 자재비를 줄인다. 그 다음은 인건비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정해진 인원보다 적게 투입하거나 비숙련자, 심지어는 무자격자까지 투입한다. 부실공사가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건설공사현장 안전관리실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건설업 노동자 851명 중 417명이 콘크리트 타설 중 물타기를 경험한 적 있으며, 515명은 겨울철 콘크리트의 보온 양생이 부적정하게 이뤄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레미콘에 함유된 물의 양과 양생과정은 콘크리트의 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다. 레미콘에 함유된 물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보온 양생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을수록 콘크리트의 강도와 내구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또한 일반적으로 시공사는 턴키(Turn-key)에 참여할 설계용역을 수행할 업체를 직접 선정하는데, 2022년 6월 기준 감리용역을 수행하는 건설엔지니어링 사업자 1166개 중 67%가 감리용역업과 설계용역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다. 감리용역을 수행하면서 시공사와 불편한 관계가 형성될 경우 수주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감리사가 시공사의 요구를 무시하고 원칙대로 감리업무를 수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규제나 처벌조항이 존재하나, 현장에서는 관행이라는 명목 아래 불법과 편법적인 행위를 일삼고 있다. 그렇다면 처벌 수위를 강화하면 이러한 행위가 줄어들까? 법이 강화될 때 약간의 변화가 생길 수 있지만, 변화된 행동이 계속해서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뿐더러 시간이 지나면 이전의 행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법은 그저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할 뿐이다. 구성원들의 자율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예방활동이 규제 중심의 예방활동에 비해 규정의 준수율이나 활동의 지속성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그 시작은 안전에 대한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재해율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이 생각하는 안전에 대한 관점, 각종 규제 및 지침 등이 근로자들에게 어느 정도 인식되어 있는지, 안전에 대한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에 대한 명확하고 정량적인 분석을 통해 안전이 조직 자체의 문화로 받아들여지게끔 해야 한다. 안전이 단순히 지켜야 할 규범이 아닌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생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산재를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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