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노조 회계장부 비치 여부 보고' 결과 발표
37%만 제대로 제출…나머지는 거부·표지만 내기도
고용부, 미제출 노조에 시정조치 이후 과태료 부과

사진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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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추진 중인 정부가 노조에 회계 장부 비치 여부를 보고하라고 요구했지만, 절반이 넘는 63%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제대로 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자체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는 16%였고, '표지'만 제출하고 속지는 내지 않은 노조도 50% 가까이 됐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 마감 시한으로 제시한 전날 자정 기준 점검 대상 노조 327곳 가운데 정부 요구에 맞게 자료를 제출한 노조는 120곳(36.7%)에 그쳤다.

점검 대상 노조는 조합원이 1000명 이상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334곳 가운데 2021년 이후 해산 신고된 곳을 제외한 결과다.

앞서 고용부는 노조법 제14조와 제27조에 근거해 해당 노조에 이달 15일까지 회계 장부 비치 여부와 관련한 자율점검 결과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증빙자료로는 비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부 표지 1장과 장부 내용 중에 부담이 없는 속지 1장을 요구했다.

고용부는 "노조의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조가 자율적으로 비치 여부를 점검하고, 표지와 속지 1쪽씩만 첨부하도록 하는 등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점검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 노조인 207곳(63.3%)은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점검 결과 일체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가 54곳(16.5%)이었다. 자율점점 결과서나 표지는 제출했지만 속지를 제출하지 않은 등의 노조도 153곳(46.8%)이나 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러한 결과는 양대노총에서 정부의 정당한 요구에 조직적으로 불응하기 위해 속지 제출을 거부하는 현장 대응 지침을 배포한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회계 투명성과 관련한 현행 법 조상을 위반함으로써 오히려 '깜깜이 회계'라는 불신을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날 한국노총 위원장과 간담회를 가진 뒤 "민주노총은 자료의 비치 여부에 대해서만 확인해주겠다는 입장을 내부 지침으로 내린 바 있고, 한국노총도 동일한 내용의 지침을 내린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상급단체별로는 ▲전국노총·대한노총·미가맹(41.6%) ▲한국노총(38.7%) ▲민주노총(24.6%) 순으로 제출 비율이 높았다.

다만 사전에 총연맹 차원에서 속지 제출을 거부하는 내용의 대응 지침을 마련했음에도 67곳의 한국노총 산하 조직은 속지까지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형태별 제출 비율은 ▲기업별 노조 등(46.2%) ▲산별노조 및 지역별·업종별 노조 등 초기업 노조(30.4%) ▲연맹·총연맹 등 연합단체(20.3%) 순이었다. 조직 대상별로는 ▲공무원·교원 노조(48.1%) ▲일반 노조(33.1%)였다.

고용부는 자료를 제대로 제출한 120곳에 대해서는 비치 여부에 이상이 없으면 행정 종결하되, 나머지 미제출 및 일부 미제출 노조 207곳에 대해서는 노조법 제27조 위반에 따른 후속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선 미제출 노조에 대해서는 오는 17일부터 즉시 시정기간 14일을 부여한다. 미시정 시에는 과태료 부과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15일께 과태료 부과 절차가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관련 제출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에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근거해 비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조사도 병행한다. 이를 거부·방해·회피하는 경우에도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고용부는 아울러 노조가 법 위반 사항을 스스로 시정해 나가도록 지속적으로 밀착 지도하는 한편 회계 공시 제도 도입, 회계 감사원 전문성 강화, 조합원 열람권 보장 등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점검 결과 발견된 법 위반 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왼쪽)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뉴시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왼쪽)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뉴시스

 

◇양대노총 "장관 직권남용 등 고발·ILO 제소 등 검토"

정부의 이러한 후속조치 예고에 양대 노총은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부의 노조 자료 속지 제출 요구는 그 자체로 자신들이 법적 근거로 들고 있는 현행 노조법을 넘어서는 월권 행위"라며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이미 자주적, 민주적 운영 원칙에 따라 조합원에 결산과 운영 현황을 보고해왔다"며 "노동부는 노조 내부에 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는 한 노조가 비치한 자료를 제출받을 이유도, 조사할 권한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법적, 월권적 노동부 요구는 따를 이유가 없다. 민주노총은 노동부의 시정지도 및 과태료 부과 방침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 및 다양한 형태의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양대노총은 전날 이와 관련 정부가 과태료 처분이나 현장 실사 등 돌입 시 공동 법률 대응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경수 위원장은 특히 "부당한 노동부 개입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등으로) 노동부 장관에 대한 고발이나 국제노동기구(ILO) 제소 검토를 함께 할 것"이라며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에 대한 헌법소원 등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통해 "노동부가 계속 '노조 때리기'를 이어간다면 정부의 부당한 행정 개입에 불응하고 법률적 대응에 나서는 것은 물론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부 장관에 직권남용 책임을 묻는 등 공동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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