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국내 시장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은행이 도산할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리스크 확대에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한다. 이와 함께 23년째 고정된 예금자 보호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14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부실화로 인해 정리절차에 들어가면 채무자회생법과 함께 예금자보호법 등이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평상시 전체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건전성 규제를 통한 금융사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금융사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도산 위험이 발생하면 당국은 부실 금융기관 지정, 경영개선 명령, 영업정지, 인허가 취소 등 정상화를 위한 조치들을 취하게 된다. 이 같은 여러 단계별 조치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면 법원 파산절차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 SVB 사태에서 미국 정부는 고객이 은행에 맡긴 돈을 전액 보증한다고 밝혔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예금보호 한도는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 규모다.

우리 정부는 앞서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금융사 구조조정 충격을 줄이기 위해 2000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예금전액을 보장하기도 했다. 이후로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1인 1사 최대 5000만원(세전) 보장이 유지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동일한 금융회사 내에서 예금자 1인이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최고 5000만원까지 보호한다. 예금자가 해당 금융사에 대출이 있는 경우 예금에서 대출금을 먼저 상환시키고 남은 예금을 기준으로 한다.

2015년부터는 예금보호대상 금융상품으로 운용되는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나 개인형퇴직연금제도의 적립금을 합해 1인당 최고 5000만원까지 다른 예금과 별도로 보호하고 있다. 예보에서 보호받지 못한 나머지 예금은 파산한 금융사가 선순위채권을 변제하고 남는 재산이 있는 경우 이를 다른 채권자들과 함께 채권액에 비례해 분배받을 수 있다.

업계 안팎으로는 23년째 예금보호 한도 5000만원이 유지되면서 이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커진다. 주요 선진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미국 25만 달러를 비롯해 유럽(EU) 10만 유로, 영국 8만5000파운드, 일본 1000만엔 등 대부분 1억원을 상회한다.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1년 1만5736달러에서, 지난해 3만5003달러로 두 배가 넘었지만 한도는 그대로다.

한편으로는 한도를 높이면 은행의 예금보험료 상승 부담이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에서는 예금 보험금의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금융당국은 한도를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미국발 사태로 국내 은행권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상존한 만큼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나비효과처럼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관련부서에서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점검하고 있는 단계"라며 "미국은 기술력 있는 업체에 대출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국내는 기술력만으로 대출한도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과도하지 않게 나가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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