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 교수(중앙대학교 심리학과)
                                                               문광수 교수(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산업재해의 주요 원인은 불안전 행동이다. 즉 불안전하게 작업하는 것이 누적되다 보면 사고가 발생한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안전 절차를 준수할 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근로자들의 안전행동을 위해 안전교육을 하고 현장 관찰을 하면서 행동 변화를 요청하거나 왜 이렇게 작업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한다. 근로자들의 변화를 위해 설득을 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설득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몇 가지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설득을 하기 위해서는 큰 변화보다는 작은 변화를 요청하면 더 성공적일 수 있다. 근로자들의 작업에서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 큰 변화일수록 설득 작업은 더 어려워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근로자들이 큰 변화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유와 더 많은 증거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 문간에 발 들여 놓기 기법(foot-in-the-door technique)이 있다. 상대방에게 큰 요구를 하고자 할 때, 먼저 작은 요구를 해서 상대방이 들어주게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조금씩 요구 사항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작은 요구 사항을 계속 들어주다보면 최종적으로 큰 부탁도 들어줄 가능성이 증가한다. 이는 어떤 사람이 작은 요청이나 부탁을 들어주고 나면 그 방향으로 태도나 행동을 계속 수정하게 되고, 더 큰 요구도 들어주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는 예의상 하찮은 부탁을 들어주었을 수도 있지만, 작은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자신의 결정에 대해 요구를 한 사람에 대한 호감이나 요구 사항에 관심이 있었다고 합리화하게 된다. 이에 따라, 후에 더 큰 요청을 받아도 일관되게 수락을 해주게 된다.

연구의 예를 들면 두 집단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집 앞마당에 “안전 운전 하세요.”라고 쓰인 큰 표지판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중 한 집단은 이 요청 전에 집 창문에 “안전 운전자가 됩시다.”라고 쓰인 작은 광고지를 붙여 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대부분 이 요청에 응해주었다. 작은 광고지를 붙이도록 먼저 부탁받은 집단에서는 76%의 사람들이 큰 표지판 설치를 들어주었고, 그렇지 않은 집단에서는 17%만이 이 요청에 응했다. 공익적인 목적의 작은 캠페인 요청을 받아들인 후에는 더 큰 요청도 수용해 준 것이다. 또 다른 예로 Schwarzwald, Bizman 및 Raz(1983)의 연구에서는 참가자 중 일부에게 어떤 단체에 기부를 부탁하기 전에 서명 운동에 참가해 달라는 부탁을 먼저 했다. 실험 결과, 서명을 먼저 했던 사람들이 기부에 더 많이 참여했고 더 많은 금액을 기부했다.

설득은 작은 변화를 위해 일정 기간 지속될 때 가장 효과적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큰 변화를 바라기보다는 작은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한번에 한가지씩, 변화하기 쉬운 것부터 변화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안전을 핵심 가치로 인식하고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안전 규칙을 준수하며 추가적으로 안전 개선을 위해 제안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이 목표는 단기간에 한 번에 달성하기에는 너무 크다. 그러므로 작은 변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가 전체적인 작업 과정이나 절차의 변화에 찬성 입장을 말하지 않더라도 대신 한 가지 작업 절차에 초점을 맞춰 어떤 경우에는 작업을 좀 더 안전하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에 동의를 먼저 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를 실천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Schwarzwald, J., Bizman, A., & Raz, M. (1983). The foot-in-the-door paradigm: Effects of second request size on donation probability and donor generosity.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9(3), 443-450.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