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창한 봄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전면 해제되면서 전국 나들이 명소 곳곳이 상춘객들로 들썩이고 있다. 정부의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에 따라 지역색을 뽐내지 못했던 전국 지자체도 앞을 다퉈 지역 문화 행사를 비롯한 다채로운 축제 준비에 한창인 모양새다. 실제 경남 창원시의 대표적인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도 4년 만에 개막해 전국에서 모여든 많은 수의 관람객들로 진해 도심 일원이 북적이고 있다.

도심 곳곳에 퍼지는 아득한 봄꽃 향기에,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된 기쁨에 모두가 설레고 들떠있는 이 시기,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기관과 참여하는 이들 모두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안전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전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지역축제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14건으로, 이로 인해 2명이 숨지고 28명이 부상을 입었다.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2017년 A축제 현장에서 관람객이 불꽃놀이를 더 잘 보기 위해 환기구에 올랐다가 아래로 추락해 2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2018년에 B축제 현장에서는 갑작스런 돌풍에 파라솔과 포토존이 넘어지면서 4명이 부상을 입었고, 2019년엔 C축제 현장에서 개막식 도중 쏘아올린 폭죽이 무대 후면부로 떨어지면서 대기 중이던 댄스팀 8명이 화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전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 대규모 참사도 있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이태원 일대로 다수의 인파가 몰리면서 무려 159명이 숨지고 196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망자 대부분 젊은 청년들로, 사인은 ‘질식에 의한 심정지’로 확인됐다. 관리‧통제가 크게 미흡했던 가운데, 좁은 공간에 수용 인원 이상의 사람들이 운집하면서 동선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축제 현장에서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행사를 진행할 때는 크게 ▲계획 ▲시작 전 ▲진행 중 ▲종료 시 ▲사고발생 시 대응 등 5가지 단계로 검토해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계획 단계에선 개최지를 관할하는 지자체, 소방서 및 경찰서 등 안전관리 유관기관의 의견 등을 수렴해 동선관리계획 및 안전선(Safety Line) 설치계획, 진행단계별 시나리오, 자원봉사자 운영‧근무 요령, 사고발생 시 조치계획, 비상연락체계 및 구조‧구급 계획 등이 포함된 안전관리계획을 철저히 수립해야 한다.

축제 시작 전에는 수립한 안전관리계획이 현장 적용에 적합한지 세심히 검토하고, 문제 발굴 시 즉각적인 개선조치에 나서야 한다. 또한 안전관리요원을 비롯해 무대 설치 종사자, 먹거리장터 등 행사 참여 업주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여, 문제 발생 시 이들 스스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행사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에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혹시모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자는 지속적인 순찰 활동을 실시하고, 주최 관계자들은 안전관리계획에 따라 실제 현장에서 절차들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수시로 확인‧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강풍, 폭우 등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돌발변수가 발생할 경우에는 지자체, 경찰서, 소방서 등 관계기관‧단체와 상황판단회의를 통해 진행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축제가 종료된 경우 행사 참여자의 안전한 귀가에 중점을 두고 빈틈없는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 특히 안전관리요원을 행사장 출구에 집중 배치해 일시에 관중이 몰리지 않도록 하는 가운데, 분산 퇴장을 유도해야 하며, 소방차, 구급차, 소방인력 등을 공연‧행사장 주변에 대기토록 하여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끝으로 축제 행사 과정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신속한 조동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상자 발생 시 중증도 분류(triage)에 따라 긴급, 응급, 비응급 등 환자 이송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주변의 관람객 등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내방송을 실시하는 가운데, 안전이 확보된 곳으로 피난‧유도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안전에 대한 관람객들의 각별한 주의도 요구된다. 관람객들은 축제 등 행사 참여에 앞서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날씨에 맞는 복장과 물품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축제 당일 행사장에 진입할 때에는 반드시 전반적인 동선과 안내도를 사전에 숙지하고, 긴급상황에 대비해 비상대피 통로를 확인해 두어야 한다.

특히 행사장 진입 시엔 안전(진행)요원의 지도에 따라 지정된 이동 동선 또는 통로 및 출입문 등을 이용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뛰지 말고 질서를 지켜 차례로 진입해야 한다. 행사장 내부에서도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공연 또는 불꽃놀이가 진행되는 동안 잘 보이지 않는다 하여 시야 확보를 위해 높은 시설물이나 구조물 등을 밟고 올라서는 행동을 삼가고, 구획된 안전선 밖으로 이동하는 행위를 금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노약자, 아이 등 안전취약계층과 동행한 경우 세심한 배려와 주의를 기울이고, 행사장 내부에서 화재 등 다양한 위험 상황을 목격했다면, 지체없이 관리요원에게 알리고, 119 신고를 통해 빠른 초동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 특색을 살리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축제. 안전이 간과됐을 때 모두가 즐거워야 할 그곳이 끔찍한 장소로 바뀔 수 있음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잊지 말자. 축제의 성료는 안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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