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우리에게 있어 가깝고도 먼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이다. 과거 우리의 주권을 침탈한 것도 모자라 현재는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까닭에 여전히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 정서상 일본과 멀어지는 부분이 있더라도, 안전에 있어서 만큼은 그러한 감정을 털어두고 보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필자가 일본을 방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 분야에서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골든타임 놓치지 않도록 소화전 마개 개선해야
옥내소화전설비의 화재안전성능기준(NFPC 102) 제5조를 보면 송수구에는 이물질을 막기 위한 마개를 씌우도록 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하여 소방대가 도착한 상황에서는 시간단축이 중요하므로 이전까지 마개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그러나, 소방시설 자체점검 시 송수구를 통한 설비로의 급수에 대한 점검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송수구의 호스연결부분에 흙이나 먼지 등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장난으로 쓰레기를 집어넣는 경우도 발생하여 송수구의 보호 필요성에 따라 화재안전기준을 개정하여 송수구에 마개를 씌우도록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민간전문가로 소방서와 함께 화재안전조사를 나가보면 송수구에 마개가 없는 경우가 많고, 마개가 씌워져 있더라도 나사식으로 체결되어 있어서 먼지나 부식 등에 잘 열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마개가 잘 열리지 않을 경우에는 화재 발생 시 이 사소한 것으로 인해 송수구를 통해 가압수를 건물 내로 보내는 시간이 지체되어 화재진압에 대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마개가 없는 경우는 소방훈련 과정에서 마개를 열고 송수구를 사용한 후 제대로 체결해 놓지 않아 분실한 경우와 플라스틱 재질로 되어 있는 마개가 햇빛에 의한 직사광선에 노출되거나 비, 온도의 변화 등에 의해 부식되면서 송수구에서 이탈되어 없어지는 경우가 주요요인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소화전에 사용하는 마개가 나사식이 아닌 송수구에 끼우는 식으로 되어있고 한번 끼우면 마개를 깨지 않는 이상 분리되지 않도록 되어 있어서 분실염려가 없다. 또한 직사광선 등에 잘 부식되지 않는 재질로 되어 있어서 부식에 의한 마개가 손상되는 일도 거의 없다. 소방대가 도착되면 호스로 마개를 깨고 송수구에 바로 체결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신속한 연결이 가능하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소화전 마개와 같은 사소한 것까지 꼼꼼히 신경쓰길 기대한다.

◇"호스릴 옥내소화전설비로 교체를 확대할 필요가 있어"
일반 옥내소화전설비는 아코디언형 또는 호스걸이형 적재방식을 사용하여 옥내소화전함 내에 비치되어 있어서 완전 전개가 되지 않으면 옥내소화전함 내에서 호스의 일부가 꺽여져 있는 상태로 있기 때문에 사용이 불가능하다. 또한 사용시 호스가 꺾이거나 구부러져 있으면 수압이 감소되어 효율적인 진화가 어렵다. 소화할 때 1인 단독으로 조작이 곤란하여 2~3명이 한 조가 되어야 사용이 가능하므로 화재발생 시 진화에 그 만큼 더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면 호스릴 옥내소화전설비는 호스가 원형으로 되어 있어서 잘 꺽이거나 구부러지지 않고 1인 조작이 가능하여 화재 시 누구나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옥내소화전함에 수납된 상태로 일부만 전개한 상태에서도 호스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방수할 수 있다. 필자가 일본에서 거주한 호텔은 모두 호스릴 옥내소화전설비를 사용하고 있어서 우리나라 호텔의 일반 옥내소화전설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호스릴 옥내소화전설비를 사용하고 있는 곳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리도 호텔 등의 숙박시설 뿐만 아니라 아파트·업무시설이나 노유자시설 등의 화재취약시설에 일반 옥내소화전설비를 호스릴 옥내소화전설비로 교체를 확대할 필요로 있다.

이외에도 안전에 있어서는 하지 말라고 하면 절대 하지 않는 일본의 국민성, 차량안전을 위한 엄격한 썬팅(공식명칭은 윈도우 틴팅) 규제, 보도에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곳은 보도 전체를 녹색으로 표시해 놓아 보도와 차도를 확실히 구분해 놓은 것, 안전을 위해 앞이 잘 보이는 투명우산의 사용, 큼지막하면서도 자세하게 안내해 놓아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쉬운 피난안내도, 소방관진입창 안쪽에 ‘소방관의 안전하고 신속한 진입을 위해 물건을 쌓아두지 말라’는 문구들은 우리나라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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