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업안전협회-재단법인 피플-전해철 국회의원, ‘세계산재노동자추모일 기념 국제세미나 개최’
영국‧미국‧일본 등 안전전문가 선진 사례 제시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위험성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영국 등 선진국들의 안전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에 적합한 자율안전관리 기반의 중대재해 예방방안을 모색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달 28일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일을 맞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자율안전관리 기반의 중대재해 예방 방안’을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재단법인 피플이 주관하고 전해철 의원과 대한산업안전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는 재단법인 피플 이영순 이사장과 전해철 의원, 대한산업안전협회 박종선 회장, 한국안전학회 백종배 회장을 비롯하여 국내 산업현장 안전보건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 취지에 걸맞게 이날 국제세미나에서는 ▲일본의 중대재해 방지방안에 관한 고찰(일본 노동안전위생종합연구소 최광석 안전영역장) ▲(주한미군 안전국 데이빗 존슨 안전국장) ▲중대재해 방지를 위한 선진기술의 적용에 관한 고찰(일본 국립나가오카기술과학대학 호죠 리에코 교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근로자의 참여와 협력(대한산업안전협회 강태원 부장) ▲노동안전의 역사적 고찰과 위험성평가와 자기규율의 의미(한국교통대학교 신인재 교수) ▲규제방식의 관점에서 본 안전선진국으로 가는 길(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임영섭 공동대표) ▲효과적인 산업안전보건 규제시스템의 핵심은?(영국 러프버러대학교 전규찬 교수) 등의 주제발표가 이뤄졌다.

전해철 국회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전해철 국회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전해철 의원은 “오늘은 일터에서 사고 또는 질병으로 안타깝게 숨진 노동자들의 명복을 비는 동시에 안전한 일터를 조성해 나가자는 다짐을 하기 위한 날”이라며 “각국의 안전보건 전문가의 수준 높은 논의를 통해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획기적 방안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은 축사를 통해 “기업이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구축하여 산업재해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모든 기관과 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나가야 한다”라며 “오늘 국제미나에서 현실적 대책과 현장에 맞는 효율적인 개선방안들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이빗 존슨 “위험성평가 이상의 체계적 통제방안 강구해야”

데이빗 존슨 주한미군 안전국장은 미국 산업체에서 적용하는 위험관리와 위험성평가에 대한 국제기준의 요구사항과 영국, 호주, EU 및 미국의 위험성평가 관련한 규제상황을 소개하고, 효과적인 위험 저감과 사고방지를 위해 필요한 사고 전 예방조치와 사고 후 피해 최소화 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데이빗 존슨에 따르면 영국은 모든 고용주로 하여금 직원들의 작업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호주의 경우 밀폐공간진입 등 고위험 활동에 대해 위험성평가를 필수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위험요인과 위험성평가에 대한 규제 요구사항으로 고용주가 개인보호구 사용이 필요한 위험이 존재하거나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지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데이빗 존슨 주한미군 안전국장이 '미국 산업체의 위험관리와 위험성평가 고찰'에 대해 주제 발표하고 있다.
데이빗 존슨 주한미군 안전국장이 '미국 산업체의 위험관리와 위험성평가 고찰'에 대해 주제 발표하고 있다.

그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위험원(Risk Sources), 위험동인(Risk Drivers), 위험노출, 잔여위험, 위험촉발요인, 사고에 이르는 위험관리 메커니즘의 전 주기에 걸쳐 위험통제 및 완화 대책을 제시함으로써 체계적인 위험의 통제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미국 기관들은 간단한 위험요인 및 위험성평가만으로는 직원들을 부상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것을 느꼈고, 위험의 전 주기를 관리하는 종합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ISO31000은 전사적 위험을 다루기 위해 마련됐고, 미국안전전문가협회에서도 ISO31000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태원 대한산업안전협회 부장, “잘못을 지적하기 보단,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한국 측에서는 안전전문기관 및 학계를 대표하는 전문가와 안전정책 경험자가 나서서 사업장과 한국의 현실을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강태원 부장(대한산업안전협회)은 조직의 안전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안전수준이 향상되어야 하며, 구성원 스스로 안전관리 과정에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안전 프로그램이 운영‧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안으로 행동기반안전(BBS)을 제시하고, 효과적인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하며 참석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강태원 대한산업안전협회 부장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근로자의 참여와 협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강태원 대한산업안전협회 부장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근로자의 참여와 협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그는 “사고를 줄이려면 근로자의 실수를 비난하는 규제기반 대응에서 벗어나, 업무수행 중에 근로자가 불안전행동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 근본원인을 파악해 개선하는 개선기반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직의 안전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구성원 스스로 안전관리 과정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안전 프로그램을 운영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재 교수(한국교통대학교)는 산업안전의 발전과정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관점에서 산업안전이 지향해야 하는 좌표를 살펴봤다. 또 영국 산업안전보건법의 근간인 산업안전위원회, 감독기구, 위험성평가 그리고 자율규제 시스템에서 사업주의 ‘적절한’ 안전조치에 대한 입증책임을 소개했다.

임영섭 재단법인 피플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산업재해가 줄지 않고 있는 원인이 잘못된 규제방식에 있다고 분석하고 새로운 접근방법을 주문했다. 임 공동대표는 “효용성이 다한 규제방식을 버리고 목표는 부여하되 구체적인 조치방법은 사업주가 선택하도록 하는 목표기반규제로 과감하게 바꾸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도 하위규정의 정비차원이 아니라 법률의 규제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과감한 개혁을 하지 않으면 무늬만 자율규제인데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목표기반규제는 ‘방임’ 아닌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는 것

전규찬 교수(영국 러프버러대학교)는 영국 산업안전보건의 역사적 배경과 규제시스템을 정리하고 목표기반규제(Goal-based Legislation)는 기업에게 방임적인 관리를 하도록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규찬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교수가 영상통화를 통해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전규찬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교수가 영상통화를 통해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전 교수에 따르면 목표기반규제는 정부가 리스크 관리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목표만을 설정하여 여러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제를 의미한다. 즉, 사업주가 다양한 위험성에 맞춰 적절한 위험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서, 법률개정절차를 거치치 않고 필요에 따라 정부의 승인으로 실무규범을 쉽게 변경하여 새로운 리스크에 신속,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는 “효과적인 안전보건 규제를 위해서 ▲정부의 명확하고 효과적인 리더십 ▲정부, 사업주,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의 협력 필요성 ▲위험의 생산자가 조치의 책임자라는 인식 ▲최고 경영자의 리더십이 핵심이라는 이해 ▲빠르게 변하는 산업계에 대응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량 차이의 인식 및 지원의 여섯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전문가, 중대재해 저감 위한 안전 정책 및 기술‧평가 방안 제시

일본 측 안전 전문가들은 안전정책과 안전성평가 및 기술 측면으로 나눠 중대재해 예방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최광석 안전영역장(일본 노동안전위생종합연구소)은 ‘일본의 중대재해 방지방안에 관한 고찰’에 대해 주제 발표했다.

최 안전영역장은 중재재해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정, 안전조직, 전문가 양성과 함께 안전장치 개발, 재해조사와 사고방지에 관한 연구도 함께 실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안전영역장에 따르면 일본은 노동재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1958년부터 2023년까지 14차례에 걸쳐 재해방지대책을 수립‧시행하면서 사망사고를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4월 재정한 노동재해방지 계획에는 ▲노동자의 작업행동에 기인하는 재해방지 대책 ▲고령노동자의 재해방지 대책 ▲다양한 근무형태의 대응과 외국인 노동자 등의 재해방지 대책 ▲업종별 재해방지 대책 ▲노동자의 건강확보 대책 ▲화학물질 등에 의한 건강장해방지 대책 등이 중요 항목으로 포함됐다.

최광석 일본 노동안전위생종합연구소 안전영역장이 '일본의 중대재해 방지방안에 관한 고찰'에 대해 주제 발표하고 있다.
최광석 일본 노동안전위생종합연구소 안전영역장이 '일본의 중대재해 방지방안에 관한 고찰'에 대해 주제 발표하고 있다.

그는 안전전문가 양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일본의 노동재해방지 체계를 보면 크게 재해방지를 위한 연구, 재해조사‧분석, 법 개정 등 행정요청이 있는데, 이러한 체계가 올바르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호죠 리에코(일본 국립나가오카기술대학) 교수는 ‘중대재해 방지를 위한 선진기술의 적용에 관한 고찰’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AI, IoT, ICT 등 첨단기술을 안전 분야에 적극 활용하고 안심감에 대한 정량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죠 리에코 교수는 “아이트래킹 시스템을 이용하여 이동식 발판에서 작업 중인 작업자의 시선 이동, 행동 등을 분석한 결과, 상판의 흔들림이나 작업 부하가 클수록 그 부분에 시선이 집중돼 본래 주의해야 할 부분을 놓치거나 작업 부위를 보지 않았다”면서 “기존의 정량적 안전성 평가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정신적 스트레스 등 안심감도 가시화하여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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