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 교수중앙대학교 심리학과
문광수 교수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작업 현장이나 건설 현장에 가보면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시끄러운 데...”와 같이 생각이 드는 상황에서도 근로자들이 작업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위험 자극에 대한 둔감화(desensitization)로 인해 발생한다(Watts, 1979). 둔감화는 특정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경향성이 점점 감소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특정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이 되면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이 둔화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에게 삐소리를 들려주면 잠을 깨고 상황이 어떤지 파악을 하면서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둘러보고 별 이상이 없으면 다시 잠이든다. 이때 고양이의 뇌를 살펴보면 삐소리에 각성과 관련된 뇌부위인 망상체(reticular formation)가 활성화된다. 하지만 잠을 자고 있을 때 반복적으로 삐소리를 들려주면 나중에는 잠에서 깨지 않는다. 이때 망상체의 활성화도 매우 낮아진다. 즉 동일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 부위가 활성화되지 않고 이에 따른 반응이나 행동도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위험한 상황이나 상태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었을 때도 유사하다. 따라서 처음에는 위험하고 무섭다는 생각이나 감정이 들 수 있지만, 반복되면 익숙해져 이러한 생각이나 감정이 둔화된다.

이러한 둔감화는 불안전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한 건설현장에 갔을 때, 건설 장비가 많았는데, 장비마다 스마트 센서가 부착되어 있었다. 스마트 센서는 장비 근처에 일정 거리 안으로 사람이 들어오면 “삐삐삐”하는 소리가 울리게 한다.

처음 이 장비의 소리를 들으면 장비 운전자와 근처에 있는 작업자들 모두 이 소리에 반응하여 운전자는 장비를 멈추고 작업자는 장비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주변 장비에서도 이러한 삐소리가 나고, 이 소리에 장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둔감화 된다. 그리고 주변 장비에서 삐 소리가 나서 살펴보면 아무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소리에 둔감화가 발생하면 작업자들은 삐소리가 나도 장비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 있고, 운전자도 장비를 멈추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둔감화로 인한 불안전 행동이 반복되다 보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안전이나 위험에 대한 의사소통에서도 둔감화는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업 전에 TBM을 진행할 때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게 되면, 작업자들은 이러한 내용에 둔감화 되어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거나 참여도가 감소 될 수 있다.

이러한 둔감화는 종의 생존능력을 증가시켜주는 일종의 적응 기제로 간주되기도 한다(Surwillo, 1986). 즉 같은 자극이 제시되는 환경에서 사람이 같은 자극에 처음과 같이 주의를 주고 반응을 계속한다면 결국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되어 다른 새로운 자극에 주의를 두기 어려워진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익숙하고 반복되는 자극보다는 새로운 자극에 주의를 두고 해석하고 판단,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둔감화를 막기는 쉽지 않겠지만 현장에서 주어지는 알람이나 경고 자극의 유형이나 강도를 정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장비별로 경고 신호음의 유형이나 강도를 달리하는 것도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TBM 시에도 동일한 내용이나 구호를 반복하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다른 내용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작업 책임자나, TBM 리더가 계속 진행하기 보다는 돌아가면서 진행을 해본다거나,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하는 방식, 혹은 관련 어플이 있다면 다양한 영상 자료들을 제공해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현장의 안전 관리자나 작업 책임자들은 이러한 둔감화 현상을 이해하고,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근로자들도 본인이 위험 상태나 경고 자극에 둔감화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보면서 지속적으로 자극에 적절한 반응과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Surwillo, W. W. (1986). Psychophysiology: Some simple concepts and models. Charles C Thomas Pub Limited.
Watts, F. N. (1979). Habituation model of systematic desensitization. Psychological Bulletin, 86(3),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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