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 대한산업안전협회 변호사(법무지원팀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법을 체계적으로 이행‧준수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 변호사와 함께 해석이 분분하고 알쏭달쏭한 사례를 살펴보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보자

오주연 변호사(대한산업안전협회 법무지원팀장)
오주연 변호사(대한산업안전협회 법무지원팀장)

 

[사례]
지난 2022년 2월 포장포대를 생산하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원청 업체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A씨가 작동 중인 호첨기의 이물질을 청소하기 위해 왼팔을 집어넣다가 왼팔이 회전기어 돌출부에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5개월 치료를 받은 후 영구장해 판정을 받았다. 그 후 같은 해 5월 원청업체 소속 다른 근로자 B씨가 같은 기계 투입피더 하부의 지대를 치우기 위해 개방되어 있던 호첨기 하부 회전기어부에 오른팔을 집어넣다가 다쳐 3개월 치료를 받고 퇴원하였으나 2주일 후 후유증으로 3개월 더 치료를 받았다. 이 사례에서 원청업체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을까?
 

[해석]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 정의 중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는 가장 모호한 조항 중 하나로 꼽힌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산업재해 중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2호 나목).

여기서 말하는 ‘동일한 사고’란, 반드시 시간적으로 ‘동시’에 발생한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고이거나 또는 장소적·시간적으로 근접성을 갖는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폭발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그 사고로 인하여 ① 즉시 화상을 입은 근로자, ② 파편이 날라와 인접 사무동에 근무하다 부상을 입은 근로자, ③ 몇 시간 후 연쇄 폭발로 인하여 화상을 입은 근로자가 있다면, 위 3명은 ‘동일한 사고’로 부상을 입은 경우에 해당한다.

반면, 본 사안과 같이, 같은 기계여서 위험요인이 일치하고, 사고의 경위와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 내용이 유사하다 할지라도, 시간적으로 상당한 격차가 있어 같은 사고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동일한 사고’라고 할 수 없다.

한편, 동 조항에서 말하는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이란, 해당 부상과 그로 인한 합병증 등에 대하여 의사가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 의약품이나 시설을 이용하여 직접적으로 행하는 치료 행위가 6개월 이상 필요한 경우를 의미하며, 재활, 물리치료 등에 필요한 기간 등은 치료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비교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대재해를 정의하면서,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2호 및 동법 시행령 제3조 제2호), 이 때 ‘요양’이란, 의사의 적극적인 치료행위가 아닌 이른바 휴양·조리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어서, 재활과 물리치료도 해당한다. 또한, 영구장해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하여는 이는 증상이 고정된 것이고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볼 수는 없어서, 장해판정 후 치료가 계속되지 않는 이상 장해 진단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치료기간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아울러 동 조항에서 말하는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의 의미는 원칙적으로는 최초 진단시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근거가 될 것이나, 당초 3개월 치료로 진단을 받았다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상이 발견된다거나 합병증으로 인하여 중간에 치료기간이 늘어나서 합산하여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게 된 경우에는 그 시점을 기준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이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사안에서 ① 두 번째 부상 근로자는 최초 3개월 치료를 받고 후유증으로 3개월 더 치료를 받았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1호 나목에 따른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에 해당하나, ② 두 건의 사고가 장소적·시간적으로 근접성을 갖는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어서 ‘동일한 사고’로 볼 수 없고, ③ 첫 번째 부상 근로자의 영구장해 판정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치료기간에 포함될 수 없어,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아니므로, 결국 원청업체 대표이사는 위 두 건의 사고와 관련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일러두기]
(본 칼럼의 일부 내용은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산업재해 질의회시집’에서 발췌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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