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주춤했다. 가격 인상 등에 따라 성장세는 유지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수익성은 악화됐고, 차입까지 늘며 부채 비율은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금리 인상 여파에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은 100곳 중 35곳으로 늘었다.
 

◇좀비기업 35.1%…부채비율은 2014년 이후 최고치

13일 한국은행에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3만129개의 작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비율은 656.0%에서 455.4%로 하락했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은 34.1%에서 35.1%로 1.0%포인트(p) 증가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비율로 높을수록 안정적이다. 100%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좀비기업’으로도 불린다.

좀비기업 규모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 36.3%를 기록했다가 2021년(34.1%)에 줄고 2022년에 35.1%로 다시 늘었다. 지난해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100~300% 미만(15.6%→18.5%), 300~500% 미만(7.7%→8.2%)의 기업수 비중이 확대됐지만, 500% 이상 기업수는 42.6%에서 38.2%로 축소됐다.

기업들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101.0%에서 102.4%로 오르며 악화됐다. 2014년 106.5%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차입급의존도 역시 27.6%에서 28.2%로 전년에 비해 올랐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9년 28.3%와 유사한 수준이다.

부채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34.4%에서 36.7%로, 100~200% 미만 기업수 비중은 20.5%에서 20.9%로 확대된 반면, 200~500% 미만(20.8%→20.3%) 및 500% 이상(14.8%→13.1%)의 기업수 비중은 축소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작년에 워낙 금리가 상승하다보니, 이자 부담이 늘며 이자보상비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에 매출 '견조'…원자재 부담에 수익성은 '악화'

성장성은 나쁘지 않다. 매출 증가율은 16.9%를 기록하며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다. 매출액은 코로나19 초창기였던 2020년 -3.2%로 감소하다가 이듬해인 2021년에는 백신 접종 등에 따른 경제 재개로 수요가 회복하면서 17.7%로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해 감소폭은 0.8%포인트(p) 수준에 불과하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19.7%→16.4%)은 석유정제·코크스(66.9%), 자동차(15.2%) 등을 중심으로 증가하였으며, 비제조업(15.3%→17.5%)은 전기가스업(46.8%)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기업은 직전해 18.6%에서 18.1%로 소폭 하락했고, 중소기업도 14.5%에서 12.3%로 내렸다.

이성환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전기·가스업과 석유 정제 부문은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자동차와 조선은 업황이 좋아 매출액 증가율이 높았다"면서 "우려했던 것보다는 좋은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자재 부담이 늘며 수익성은 악화됐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3%로 전년(6.8%)보다 낮아졌다. 이는 통계 편제 이후 역대 5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도 전년 7.6%에서 5.2%로 하락했다.

업종별로 제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8%에서 6.3%로 주춤했고,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8.6%에서 6.3%로 떨어졌다. 전자·영상·통신장비가 13.9%에서 10.2%로, 화학물질·제품이 10.0%에서 5.3%로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

비제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7%에서 4.2%로 주춤했고,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6.3%에서 3.8%로 물러났다. 전기가스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이 -3.0%에서 -15.0%로 부진했고, 서비스업 중 정보통신업이 11.1%에서 8.8%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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