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전체 노조가입자 73% 영향권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개혁에 따른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노조법 시행령 및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이미지 제공: 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개혁에 따른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노조법 시행령 및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이미지 제공: 뉴시스)

정부가 노동조합의 회계공시를 사실상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15일부터 40일간 각각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노조에 직전 회계연도 결산결과를 회계 공시 시스템에 공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합원들의 정보 접근성을 강화하고 미가입 근로자들에게는 노조 선택권과 단결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다.

노조는 직전 회계연도 결산결과를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에 게시판 공고 등 전체 조합원이 쉽게 알 수 있게 하고, 매해 4월 30일까지 신설되는 공시 시스템에 공표할 수 있다. 새로운 회계 공시 시스템은 오는 9월까지 고용부의 노동행정 종합정보망인 ‘노동포털’에 구축될 예정이다.

이같은 회계 공표는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사실상 벌칙 조항으로서 노조 회계 공시와 세액공제를 연계했다. 조합원 1000명 이상의 양대노총 등 대형 노조들은 내년부터 해당 시스템에 노조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현재 조합원들이 내는 노조비는 노조의 회계 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세액공제 대상이다. 하지만 노조를 제외한 병원·학교 등 공익법인의 경우 회계 결산결과 공시를 하는 경우에만 혜택을 주기 때문에, 기부금 간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해당 조항의 신설로 영향을 받는 조합원들이 210만명가량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1000인 이상의 대형 노조는 전체 노조의 6% 내외지만, 조합원수로 따지면 전체의 73%인 210만명 정도가 대형 노조에 가입돼 있는 상황이다.

이정식 장관은 “기부금 세액공제를 받는 조직들은 대부분 회계 투명성을 전제로 관련된 서류를 제출해야 받을 수 있었는데, 노조가 그동안 특혜를 받아왔던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니 당연히 국민들에게 알권리가 있다. 또 노동운동의 추세가 초기업 단위 노조로 가다보니, 잠재적인 미래의 조합원들이 어느 노조가 잘하고 있는지 자금 흐름을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장관은 “이번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통해 조합원이 노조 재정 운영에 더욱 관심을 가져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노동조합은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노조 회계를 감사하는 ‘회계감사원’의 자격도 구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25조는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회계감사원에게 6월에 1회 이상 회계감사를 실시하게 하고, 이 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회계감사원의 구체적인 자격이나 선출 방법은 따로 적시돼 있지 않다.

이에 개정안은 회계감사원 자격을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으로 정했다. 또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경우나 조합원의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는 경우, 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이 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번 개정 시행령안은 40일간 입법예고를 거쳐 8월 중 국무회의에 상정된 후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양대노총 “위헌성 검토해 문제제기할 것”
고용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양대노총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5일 고용부의 시행령 개정안 발표에 “노조 망신주기 목적”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정부는 이번 시행령 입법예고 이유를 ‘노조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 지원을 위해서’라고 밝히면서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없애겠다는 협박을 함께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법과 제도를 도입할 때 그 영향을 받는 당사자와 그 흔한 토론회나 공청회 한 번 한 적이 없는데, 모법 위임없이 시행령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면 노조를 회계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매도해 노동개악의 포석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윤석열 대통령 지시만 욱여넣었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민주노총은 “노조가 조합원을 위해 자주성을 지키면서도 민주적 운영원칙을 지켜야만 하는 규제는 이미 수십 가지 조항이 존재하는데,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이미 존재하는 규제를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헌법과 노조법 취지를 거스른 시행령은 태어나선 안 된다”며 “현실은 외면한 채 검증되지 않은 말로 통치하는 권력을 인정할 노동자나 시민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시행령 개정안 취지를 설명하면서 ‘미조직 근로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한 것에 대해 “사각지대 노동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1000명 이상 조합원 노동조합의 공시자료를 볼 수 있게 된다 한들, 미조직 노동자에게 노조 가입 기회가 열리지 않는다”며 “미조직 노동자가 선택권을 갖기 위해선 노조가 조합원이 아닌 동종 업종의 노동자를 위해 교섭할 수 있게 교섭 대상을 넓혀야 하고 초기업노조의 단체협약 효력이 사업장 담장을 넘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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