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오토모티브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의 확대 적용을 받으면서 중기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재정과 인력 등으로 인해 중처법을 체계적으로 이행·준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 중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40%가 ‘중처법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경영의 초점이 생존을 위한 성장과 발전에 주로 맞춰져 있다 보니 단시간 내 새로운 안전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주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자 참여 중심의 위험성평가 등으로 중기업계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하는 기업이 있다. 인천 남동공단 내 소재한 ㈜세화오토모티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69년 설립된 세화오토는 54년째 자동차부품을 전문적으로 제조·공급해온 강소기업이다. 현재 제네럴모터스(GM) 및 르노코리아 파트너사로 전 세계 11개 국가에 자동차부품을 제공하며 기업 경쟁력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세화오토가 안전관리 측면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는 것이다. 정부로부터 위험성평가 인정 사업장으로 선정된 것은 물론, 최근 고용부가 실시한 위험성평가 특화점검에서도 우수 사업장으로 평가받은 것이 단적인 예다. 세화오토를 찾아가 어떠한 안전관리가 전개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남다른 안전리더십으로 일터 경쟁력 확보
숙련공 부족 현상은 중기업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고충 중 하나다. 채용도 어렵지만,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업무를 가르치고 제 몫을 해낼 때쯤 더 좋은 조건의 기업으로 이직한다. 숙련공이 줄어들면 제품의 품질을 담보하기 어렵게 되고, 자연스레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기업계의 설명이다.

세화오토의 근로자들은 기본적으로 10년 이상의 근무 경력을 자랑한다. 이곳에서 무려 30년 이상 근무한 한순례 상무이사(안전보건총괄책임자)는 세화오토의 이직률이 낮은 이유로 경영진의 남다른 안전리더십을 꼽는다.

실제 세화오토 경영진의 하루는 현장점검으로 시작한다. 매일 아침 사업장을 방문해 주요 공정 라인을 살피고, 근로자들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는 것이 이곳 경영진의 업무 루틴이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경영진을 두고 현장 근로자들이 귀찮아하거나 불편해할 법도 한데, 이곳은 오히려 정반대다. 하루라도 현장점검이 실시되지 않으면 근로자들이 경영진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지 문의할 정도다.

이러한 분위기를 두고 한 이사는 ‘경영진의 현장점검이 형식적이지 않고 종사자를 위한 활동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이곳 현장점검은 근로자에게 묻고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즉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해 그 과정과 결과를 근로자에게 공유 및 전파하고, 당장 개선이 어렵다면 그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한다.

“근로자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종사자의 로열티를 갉아 먹는 행위입니다. 경영진과 종사자가 한 배를 타고, 함께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분위기는 경영진과 근로자간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만들어 집니다. 안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사자가 위험을 느끼는 환경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어떤 종사자가 회사를 위해 미래를 걸 수 있겠습니까,” 담담하지만,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이야기 하는 한 이사의 말에서 근로자를 위한 세화오토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근로자 참여 중심의 위험성평가로 무재해 실현
세화오토의 주력 생산제품은 도어체크다. 자동차 도어가 열린 상태에서 일정 각도나 주변환경에 따라 닫히는 것을 제어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핵심 안전 부품이다. 이를 생산하기 위한 공정은 크게 입고(코일), 프레스절단, 용접, 사출, 조립·검사·포장, 출하 등으로 구분되며, 이 과정에서 끼임, 부딪힘, 소음 등 다양한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요인을 개선하기 위해 세화오토는 위험성평가를 안전관리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월 1회 이상 노사가 참여하는 합동순회점검을 실시하고, 제안제도·아차사고 확인 등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위험성평가 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발굴된 위험요인과 개선대책은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에 공유·전파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목을 끄는 점은, TBM이 관리감독자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 참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곳 근로자들은 작업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인, 보완해야 할 안전시설이나 보호구 등 개선점을 정리해 TBM 시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관리감독자는 이를 세세히 기록해 두었다가, 감소대책을 수립·실행한 뒤 그 결과를 현장 곳곳에 비치해 근로자 모두가 숙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끼임 예방을 위한 광전자식 방호장치 설치, 용접 작업 시 유해위험 개선을 위한 흡배기 덕트 설치 등이 위험성평가의 대표적 결과물이다.
 

위험성평가의 일상화는 이곳 사업장의 실질적 산재예방으로 이어졌다. 최근 5년간 단 한 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단적인 예다. 특히 일터가 안전하고 근로자를 존중하는 조직 문화가 대내외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타기업 대비 높은 장기근속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결국 숙련공 확보로 이어져 제품 품질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경영진의 남다른 안전 리더십, 근로자 참여 중심의 위험성평가 일상화로 무재해를 이어가고 있는 ㈜세화오토모티브. 이곳의 우수한 안전관리가 전국 산업현장에 널리 확산되어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제조현장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길 기대해 본다.

 

Mini Interview

한순례 상무이사

“사업장의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은 근로자”

사업장의 위험을 가장 잘 알고,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이들은 바로 근로자입니다. 세화오토모티브는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근로자 참여 중심의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며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근로자의 의견은 결코 누락시키지 않고,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은 개선해 근로자에게 공유하고, 개선이 어려운 부분은 그 사유 등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세화오토의 근로자는 기업의 도구가 아닌 기업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10여년 째 위험성평가를 실시해오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 위험성평가는 안전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위험성평가를 바탕으로 종사자 모두가 서로의 위험요소를 인지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경영진은 이를 적극 청취하려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해 나간다는 건전한 조직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세화오토는 위험성평가를 더욱 체계적으로 보완하고 개선해 나갈 방침입니다. 특히 모기업인 한국GM과도 안전보건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해 굳건한 안전문화가 사업장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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