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 대한산업안전협회 변호사(법무지원팀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법을 체계적으로 이행‧준수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 변호사와 함께 해석이 분분하고 알쏭달쏭한 사례를 살펴보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보자.

오주연 변호사(대한산업안전협회 법무지원팀장)
오주연 변호사(대한산업안전협회 법무지원팀장)

 

[사례]
Z회사는 도장 및 피막 처리업을 영위하고 있는 상시근로자 83명인 법인으로, 경기도 안산시와 화성시에 각 처리 공장 1개씩을 가지고 있다. 2021년 4월 2일 안산시에 있는 공장에서 Z회사 소속 근로자 A가 트리클로로에틸렌 세척조에 들어가 청소작업을 하다가 트리클로로에틸렌 증기에 중독되어 쓰려졌고, 이를 구조하러 들어간 다른 근로자 B도 트리클로로에틸렌에 중독되었다.

2022년 4월 1일 Z회사 화성시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C가 디클로로메탄을 외부 저장탱크로 이송하기 위해 청소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경련을 일으켜 병원에 실려갔고, 그로부터 2일 후인 2022년 4월 3일 의사로부터 트리클로로에틸렌 급성중독 진단을 받았다. 2022. 3. 31. Z회사 대표이사가 甲에서 乙로 변경되었다. 이 사례에서 Z회사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을까? 이 경우 甲 또는 乙 중 누가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로 처벌을 받을까?

[해석]
◇동일한 유해요인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2호 다목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산업재해 중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중대산업재해’의 하나로 정의하고 있고, 관련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2조 및 [별표1]은 총 24가지의 ‘직업성 질병’을 열거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2호 다목에서 말하는 ‘유해요인의 동일성’이란, ‘노출된 각 유해인자와 유해물질의 성분, 작업의 양태 등의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말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이란, 경영상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기업 등 조직 그 자체를 의미하며 사업장이 장소적으로 인접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므로, 동일한 법인의 서로 다른 복수의 현장에서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이 발생한 경우에도 ‘유해요인의 동일성’이 인정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사업’에 소속되어 있는 다수의 종사자에게 발생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의 발생 원인이 동일하다고 객관적으로 증명되는 경우라면, ① 각 종사자 간에 유해요인 노출 시기나 직업성 질병의 발병시기가 다르거나 ② 장소(사업장)이 다르다 할지라도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인하여 발생한 ‘직업성 질병’으로 판단할 수 있다.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2호 다목의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에서 ‘1년’이란, 최초 발병자와 세 번째 발병자 사이의 시간적 간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해요인에 노출된 날을 특정할 수 있으면 노출된 날을 그 발생일로, 특정할 수 없으면 의사의 최초 진단일을 발생일로 본다. 기간을 계산하는 방법은 세 번째 직업성 질병자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역산하여 1년 이내 여부를 판단한다.

◇직업성 질병자 발생 사이의 경영책임자 변경
중대재해처벌법상 형사책임이 성립하려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그러한 의무를 위반한 채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수의 직업성 질병자 발생 사이에 경영책임자가 바뀐 경우에는, 질병의 유해요인이 제공되었을 당시의 경영책임자를 특정하여 그에 대한 책임을 검토하여야 한다.

◇결론
따라서, 본 사안에서 ① ‘트리클로로에틸렌’이라는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인하여 3명의 근로자에게 급성중독이라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별표1] 6번에 규정된 직업성 질병이 발생하였고, ② A, B와 C 근로자가 안산시와 화성시라는 서로 다른 사업장에서 노출된 것이기는 하나, 경영상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Z회사의 2군데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이므로, ‘유해요인의 동일성’이 인정된다. 또한, C의 경우 의사의 진단은 A, B 발병으로부터 1년이 지나서 있었으나, 트리클로로에틸렌에 노출된 날은 2022. 4. 1.로서 그로부터 역산하여 1년 이내에 A, B의 노출이 있었으므로, 결국 본 사안에서 A, B, C의 급성중독은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2호 다목의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본 사안에서 A, B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급성중독되었고, C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급성중독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중대산업재해’라는 결과의 발생은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제2항의 구성요건 중 하나이므로, 이를 소급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발생한 직업성 질병까지 포함하여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본 사안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첨언하여, 만약,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안이라고 한다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으나, C가 트리클로로에틸렌에 노출되기 하루 전인 2022. 3. 31. 대표이사가 변경되었으므로, 본 사안의 유해요인 제공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변경 전 대표이사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안이라면, Z회사의 변경 전 대표이사가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일러두기]
(본 칼럼의 사례는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산업재해 질의회시집’에서 일부 발췌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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