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재해자수가 총 4만4,396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670명(7.6%)이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에 이어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어 실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분위기가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작년 보다 재해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도 불가능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산재다발군인 중소규모 사업장에 포커스를 맞춘 정부정책의 영향이 컸다. 정부 역시 이런 점을 감안, 최근 발표된 중장기 대책 등을 통해 향후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내비추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의지가 가장 잘 투영된 정책이 지난달 발표된 ‘안전보건지킴이’ 사업이다. 이는 2014년까지 소규모사업장에서 총 10만명의 안전보검지킴이를 육성하는 사업이다.

지킴이 대상자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직·반장 등 관리감독자와 시공능력 평가액 순위 1000위 이상 건설업체 소속 기술관리직 및 작업반장 중에서 지정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재해자 9만8,645명 중 7만9,797명(80.7%)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점을 볼 때 정책의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허나 정책이 좋다고 그 효과마저 좋으리란 법은 없다.

이는 지난 199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가 잘 증명해 준다. 당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는 산업구조가 복잡·다양화되면서 생산현장의 위험요인이 늘어난데 따른 대응 조치로 마련됐다. 아울러 정부 감독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업장의 자율안전관리체제를 확립시킨다는 취지도 담겨있었다.

이런 취지에 따라 이들 명예산업안전감독관들에게는 위험요소를 신고하는 등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업무가 일부 위임됐다. 그러나 활동영역이 직장 내에 국한되면서 이들은 내부적인 고용관계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따라서 그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했으며, 심지어는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정보공유를 위해 조성된 협의체 활동마저 활성화시키지 못했다. 이같은 문제점은 아직까지 해소되지 못했고, 결국 최근에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의 폐지설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존폐 위기에까지 놓인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가지고 있는 고용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은 안전보건지킴이 양성사업에도 적용된다.

안전보건지킴이 사업 역시 명예산업안전감독관과 마찬가지로 고용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경영주의 의지가 해당 사업장의 안전활동을 좌우하는 우리나라에서 안전보건지킴이들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사실상 이 사업의 성패도 여기에 달려 있다고 볼수 있다. 만약 고용부가 이런 문제점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안전보건지킴이의 양성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 사업은 결국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와 같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안전보건지킴이 양성사업의 기한은 2014년까지다. 아직 기한이 남아있다. 정부는 이 기간 동안 고심에 고심을 거듭, 안전보건지킴이 사업이 고용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취지에 걸 맞는 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안전보건지킴이의 역할이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 또 안전보건지킴이를 양성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한 차별화가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대상 사업장의 범위를 넓혀가는 가운데 사업의 평가도 주기적으로 실시하여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들 사안들이 모두 반영, 추진된다면 분명 안전보건지킴이 사업은 21세기 산업안전에 있어 새로운 모멘텀(momentum)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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