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국토해양부 기술안전정책관

건설현장은 그 어떤 산업현장보다도 위험한 작업장이다. 육중한 각종 부재가 중장비에 실려 옮겨지고, 높은 곳에서의 작업이 수시로 이루어진다. 힘든 여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을 담는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프로에는 건설현장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위험한 만큼 건설과 관련된 안전관리 규정도 엄격하다. 건설기술관리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건설현장에서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각종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건설업자는 안전관리계획서 및 유해ㆍ위험방지계획서를 작성해야 하고 안전총괄책임자를 비롯한 안전관리조직을 두어야 한다. 또한 발주자는 건설공사 계약 체결 시 건설업자가 안전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공사비에 계상하여야 하며, 건설업자는 해당 비용을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 역시 건설업자가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할 사항이다.

게다가 공사현장은 수시로 안전점검 및 지도점검 등을 받아야 하며, 공사 감독자 또는 감리원은 건설업자의 안전관리 업무를 지도·감독해나가야 한다.

이렇듯 관련 규정을 직접 살펴보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겹의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지 않고 안전 확보를 귀찮게 생각하는 안전 불감증 때문이다. 시공 중 구조물의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보다는 동바리, 비계, 거푸집 등과 같은 가설물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가 많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영구적인 시설로 남지 않는 가설물은 본 시설물이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의 작업 중 사고를 방지하는 그야말로 안전을 위한 시설물이다. 이렇듯 중요한 가설물을 콘크리트 양생만 끝내고 철거할 시설, 조금만 아끼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시설로 여기는 현장에서는 어김없이 사고가 일어난다.

보통 추락사고 사례를 보면 작업발판을 촘촘히 설치했거나 안전방망을 쳤다면 근로자의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았을 사고가 많다는 것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가장 기초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필수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귀찮다’, ‘빨리 끝내면 된다’, ‘안전장비는 불편하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안전사고를 막을 수 없다.

안전을 희생해서 작업의 신속성ㆍ편의성을 확보하려는 생각은 용납될 수 없다. 대표적인 예로 백호우에 체인 외줄걸이로 바위를 옮기는 방법은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안전과는 거리가 먼 방법이다. 긴급한 사유로 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면 사고를 당한 근로자는 작업장 근처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다.

심지어 이동식 사다리 위에서 천장 배관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고작 1.4m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례도 있다.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었으나 턱끈을 매지 않아 추락 순간 벗겨져 머리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안전모 착용 시 턱끈을 체결해야 한다’는 기초 수칙을 지키지 않고 그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안전모를 머리에 걸치고만 있었던 결과 소중한 생명을 잃고 말았다.

이렇게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건설현장 사고를 보면 너무나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 수많은 안전관련 법령, 규정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안전의 중요성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지 않다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이제는 건설 분야 종사자들 모두가 안전에 대한 확고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 ‘안전관리 행위’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안전의식을 바탕으로 진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지 규정에 있으니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안전관리를 실천하려는 자세보다는 본인과 동료의 안전을 위해 기본을 충실히 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안전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비용 문제로, 공기 문제로 안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제 더 이상 ‘그때 동바리를 좀 더 튼튼히 설치했더라면, 안전대만 걸었더라면, 구명조끼만 입었더라면, 안전모만 착용했더라면 괜찮았을 텐데’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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