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집중호우로 지하차도가 침수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4명의 사상(사망 14명, 부상 10명)자가 발생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대표적인 예다. 앞서 2020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사고를 겪었음에도 유사한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다. 한국과 일본의 지하차도 침수대책을 비교해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자.

◇설계단계부터 철저한 안전시스템 적용
일본은 과거 지하차도 침수사고를 겪은 교훈을 토대로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안전장치를 대폭 강화해 나가고 있다.

먼저 새롭게 건설되는 지하차도는 설계단계부터 철저한 안전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지하차도 출입구에는 알림판과 회전램프가 설치돼 있으며, 시인성이 뛰어난 고휘도 LED 알림팜을 통해 통행주의, 통행금지 등을 명확히 표시하여 집중호우에도 차량운전자가 지하차도의 운행상태를 확실히 알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또한 지하차도 내에는 수위검출기가 설치돼 있어 수심이 5cm 이상 15cm 미만이면 ‘통행주의’, 15cm 이상이면 ‘통행금지’가 표시되며, 회전램프가 점등된다.

알림판 대신 에어 차단시설이 설치된 곳도 있다. 지하차도에 일정 이상의 수위가 감지되면 천으로 된 풍선이 수평으로 펼쳐져서 차량의 통행을 막는 식이다. 이러한 차단시설에는 ‘침수통행금지’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이외에도 상습적으로 침수가 되는 지하차도에는 ‘침수주의’ 경고판이 설치돼 있으며, 노면에는 적색바탕에 백색 글씨로 ‘호우시에는 주의하십시오’라는 글귀도 적혀 있다.

어느 지역에는 노면에 15cm, 30cm 등으로 침수 깊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해 놓고 ‘표시된 곳까지 물이 있는 경우 진입하지 마십시오’라는 문구로 침수 위험을 상세히 알려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집중호우 시에는 침수위험이 있는 지하차도를 지도에 표시해 두어 운전자가 사전에 우회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네비게이션에 침수위험 지하차도 정보를 넣어 운전자에게 미리 알려주는 방법도 고안할 필요가 있다.

◇안전예산, 복구보다 대비에 비중을 둬야
우리나라는 현재 900여개의 지하차도가 설치되어 있는데 자동차단시설이 설치된 곳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지난 2020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 이후 행정안전부가 정부 50%, 지자체 50% 부담 조건으로 자동차단시설 설치 사업을 전개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조기에 소진된 탓에 몇 군데 설치하지 못한 바 있다. 올해에도 같은 조건으로 자동차단시설을 설치하기로 하였지만 사고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는 올해 9월로 설치가 예정돼 있어서 사고를 막지 못했다.

정부 스스로 지하차도 침수방지 대책을 마련했고, 권익위 권고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사고가 3년 만에 되풀이됐다는 사실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전에 대한 예산이 예방 및 대비에 20~30%를, 대응 및 복구에 70~80%를 편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예방 및 대비보다 대응 및 복구가 실적 내기가 좋기 때문일까?, ‘보여주기식 행정’이 여기에도 작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정부나 지자체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예산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지혜로운 행정을 펼쳐야 한다.

이제 곧 태풍이 올 시기가 다가온다. 태풍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릴 텐데 서둘러 지하차도에 대한 체계적인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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