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 45002 실천에 즈음하여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우리 사회는 안전보건관리시스템(OSHMS)의 체계와 내용에 대한 학습이 학계, 실무 구분 없이 전체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OSHMS라는 말은 무성하지만, 그 이해도와 실행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정부와 기업 모두 OSHMS의 취지와 내용을 심도 있게 이해하려는 의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현장에서 OSHMS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다. OSHMS 인증기관과 컨설턴트조차 OSHMS의 요구사항에 대한 구체적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OSHMS가 현장에 올바로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최근(2023년 2월) ISO 45001의 실행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ISO 45002(Occupational health & safety management systems ─ guidelines for the implementation of ISO 45001:2018)의 위상과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이다.

ISO 45001의 전신(前身)인 OHSAS 18001는 1994년 4월에 제정되었지만, 이것 외에 OHSAS 18001의 요구사항을 직장에서 어떻게 실행하면 좋을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조직에 지침을 제공하기 위한 보완적 규격을 추가적으로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성과물이 2000년 2월에 발행된 OHSAS 18002이다.

ISO 45001이 2018년 3월에 제정되었을 때에 모든 산업안전보건규격을 담당하는 ISO 기술위원회 TC 283은 OHSAS 18002과 같은 지원(안내) 성격의 문서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ISO 45001은 조직이 요구사항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해석’의 안내(요구사항의 의미를 명확히 함)는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로 요구사항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지를 제시하는 ‘실행’의 안내는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ISO 45002(2023)는 2019년 6월에 스웨덴으로부터 개발이 제안되었고 8월에 개발이 승인되었다. ISO 45002 개발은 스웨덴 국가규격기관의 지휘하에 TC283/WG3에 의해 이루어졌다. 최초의 초안(working draft)은 ISO 45001, OHSAS 18002, ISO 14004:2016(Environmental management systems & General guidelines on implementation) 및 ISO/TS 9002:2016(Quality management systems & Guidelines for the application of ISO 9001:2015)로부터 문장을 끌어와 작성되었다.

ISO 45002는 ISO 45001(2018)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하여 어떤 식으로 실행할지에 대해 실제 사례를 포함하여 지침을 제공하는 것을 의도하고 있다.

사업의 규모, 분야, 일하는 사람(worker)의 다양성에 따라 조직의 상황은 다양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조직 상황에 맞추어 ISO 45001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 실행할지 내용을 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시스템과 통합되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ISO 45001의 요구사항과 자신의 조직의 현상 간의 차이점을 명확히 하고, 산업안전보건의 새로운 개선을 위하여 무엇이 가능할지를 검토하기 위하여 ISO 45002의 각 조문에 소개되어 있는 사례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SO 45002에서 위험성평가와 관련하여, 위험성(risk)은 빈도(가능성)와 강도(중대성)의 조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유해위험요인 파악, 위험성 감소조치 외에 위험성추정 방법과 위험성 추정 시 고려사항을 비중 있게 소개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도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도급인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규와 같이 도급인에게 수급인과 동일한 의무를 부과하는 발상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도급업무의 성격에 따라 안전관리의 정도를 획일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여러 범주로 구분하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ISO 45002이 발행됨으로써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에게는 OSHMS를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한 번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을 선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 제공된 것이다.

정부든 기업이든 학계든 산업안전보건계에서 이 기회와 수단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형식적 OSHMS에 안주하거나 이를 방치하였다는 현재와 훗날의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될 수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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