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 대한산업안전협회 변호사(법무지원팀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법을 체계적으로 이행‧준수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 변호사와 함께 해석이 분분하고 알쏭달쏭한 사례를 살펴보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보자.

오주연 변호사​​​​​​​(대한산업안전협회 법무지원팀장)
오주연 변호사(대한산업안전협회 법무지원팀장)

[사례]
㈜S제강은 D철강㈜의 자회사로서, D철강㈜ 소재 공장 바로 옆에 붙어 있는 D철강㈜ 소유 공장건물을 임차하여 사용하면서, D철강㈜로부터 일부 업무를 도급받아 수행하고 있다. ㈜S제강 소재 공장 내에서 ㈜S제강의 협력업체인 H산업 소속 근로자가 프레스 고장으로 수리를 위해 분해작업을 하던 중 슬라이드가 불시에 상승하면서 머리 및 상체가 끼어 그 자리에서 즉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경우, D철강㈜, ㈜S제강 및 H산업 대표자 중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대상인 경영책임자는 누구일까?

[해석]
중대재해처벌법은 “도급, 용역, 위탁 등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 및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에는 각 단계의 수급인 및 수급인과 가목 또는 나목의 관계가 있는 자”를 “종사자”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제2조 제7호).

따라서, 원칙적으로 도급인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수급인의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준수하여야 한다.

또한, 도급인은 설사 자신이 실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때에는 수급인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취해야 한다.

사안에서 ㈜S제강이 H산업의 도급인임은 분명해 보인다. 즉, ㈜S제강의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H산업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

그런데, D철강㈜의 대표이사도 위 사고에 대하여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지게 될까? D철강㈜가 ㈜S제강의 모회사인 사실, D철강㈜이 ㈜S제강에게 공장을 임대한 사실 등으로 사고가 일어난 공장에 대하여 D철강㈜의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권이 미친다거나 또는 위 공장이 D철강㈜의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 책임하에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이 도급인에게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할 책임이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도급인 소속 근로자뿐만 아니라 수급인과 수급인 소속 근로자 등에 대하여도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취지는 도급인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인지하고 파악하여 유해·위험요인을 관리·개선하는 등 통제할 책임이 있기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장을 임차한 경우, 해당 공장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의 책임은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이 맞고, 이 경우 임대인은 해당 공장에 대하여 지배·관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므로, 그 공장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는 임대인의 책임범위로 보아서는 안된다.

위 사안에 있어서, D철강㈜과 ㈜S제강 사이에 정상적인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어 있는 이상, D철강㈜이 ㈜S제강의 모회사로서 공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였다는 다른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설사 D철강㈜가 ㈜S제강의 모회사라 할지라도, D철강㈜의 대표이사가 이 사건 공장에서 ㈜S제강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할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러두기]
(본 칼럼의 사례는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산업재해 질의회시집’에서 일부 발췌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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