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허억

최근 발표된 어린이 교통사고 현황은 필자에게 또 다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초등학교 어린이 54,272명이 교통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중 18.4%에 달하는 10,065명이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라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봐도 우리나라는 어린이 교통사고가 다발하는 국가로 꼽힌다. 인구 10만명 당 14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를 보면, 아이슬란드가 0명으로 가장 적은 반면 우리나라는 1.9명으로 OECD 평균 1.6명 보다 1.2배나 높다. 25개 가입국 가운데 18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있을까. 스웨덴의 경우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을 세 살 때부터 시작하고 있다. 또 스웨덴 정부에서는 어린이의 연령에 맞는 교통안전교재를 집에 보내 안전에 대한 조기교육이 실시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3대 교통안전 교육방침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 이를 소개하면 ‘어미니 위주의 조기 교통안전교육’, ‘사고사례중심의 실습교육’, ‘사회공동체 안전 의식의 확산’ 등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를 단기에 큰 폭으로 줄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 1970년대 2,094명에 이르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2005년 기준으로 190명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전국교통안전어머니회의 역할이 컸다. 일본 정부에서는 매해 10만명에 육박하는 교통안전지도자를 양성해 교통법규 위반차량에 대한 감시계도는 물론 교통사고 취약지점에 대한 제보활동 등을 꾸준히 하도록 했다.

영국의 왕실사고방지협회(ROSPA)의 터프티클럽도 좋은 예로 들을 수 있다. 어린이 교통안전교육 단체인 이 클럽은 영국 전역에 6,000여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 클럽은 교통안전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교통안전 교육교사 양성 및 활용 등을 통해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또 영국에서는 ‘안전한 도로횡단 6원칙’(Green Cross Code)을 세워 꾸준히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안전한 도로횡단 6원칙은 ‘어떤 길로 건너는 것이 안전한가를 생각하라’, ‘건너기로 생각한 길에서 멈춰라’, ‘주변 교통상황을 눈과 귀를 이용하여 살펴라’, ‘안전한 상황이 될 때까지 기다려라’, ‘다시 한번 주위를 확인하라’, ‘건너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좌우를 살펴라’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어린이가 길을 건널 때 반드시 운전자에게 손을 들어 ‘제가 먼저 갈테니 멈춰 주세요’라는 의사표시를 하고 차량이 멈추는 것을 확인한 뒤 길을 건너도록 교육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어린이가 운전자에게 손을 흔들면 운전자가 안전을 확인한 후 어린이에게 다시 손을 흔들어 주는 ‘SAFETY WAVE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말이 있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책 중에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을 벤치마킹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