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는 미흡한 고속철도안전관리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 자리였다.

여·야 의원들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그동안 안전관리의 개선과 강화를 권고하는 감사원 및 철도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해왔다. 또 속칭 돌려막기 등 주먹구구식으로 부품을 조달해온 것은 물론 정비인력도 무리하게 감축해왔다.

아울러 시속 250km 이상의 고속철에서는 한 번도 사용된 실적이 없는 즉 안전성이 덜 검증된 선로전환장치를 도입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의 경우는 신호체계 호환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선로전환기와 분기기의 분리 구매를 강행했다.

참고로 ‘선로전환기’는 열차의 진로를 바꾸기 위한 궤도 분기기내 방향전환장치로, 여기에 문제가 생길 시 열차탈선사고 등으로 직결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철도안전위원회가 경부고속철도 1, 2단계 시설물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39곳에서 ‘콘크리트 궤도의 침목이 높이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크리트 궤도 침목 높이 차’는 시공당시 정확한 측량이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것으로, 만약 높이 차가 심하면 달리는 열차에 큰 충격이 가해져 레일체결장치가 파손될 수도 있다.

이런 부실한 관리는 비단 경부고속철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10월 5일 개통한 전라선(전북 익산~전남 여수) KTX도 선로 안전관리대책이 미흡하다는 주장이 연일 정치권과 철도노조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같은 부실 관리로 인해 사고가 빈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대처는 미흡하기 그지없다. 철도선진화라는 미명 하에 각종 안전대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관련 인력확보도 미흡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런 상태에서 추진되는 철도건설은 沙上?閣(사상누각)임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철도안전위원회도 이런 점을 감안, 지난달 7일 보고서를 통해 KTX 신설노선 건설 등 시설물 증가에 따른 적정규모의 인력확보가 필요함을 제언한 바 있다.

KTX의 개통은 그간 건국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고 평가받아왔다. 전국을 진정한 일일 생활권으로 만든 것은 물론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온 것이 그 배경이다.

하지만 이처럼 막대한 영향과 이익도 결국 사고가 나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KTX를 탈 때마다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은 이제 ‘미봉책’이 아닌 사고의 근원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점검과 거시적인 대책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국민들은 항공기 수준의 안전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 직원의 실수, 부품 결함 등 인위적인 원인으로 인한 KTX 사고 소식이 더 이상 들리지 않길 바라고 있다. 즉 국민들은 말 그대로 안전한 KTX를 원하는 것이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과 부족함이 없다. 정부와 해당부처, 관계기관은 반복된 지적이라는 이유로 지금 쏟아지는 국민들의 비난과 비판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아울러 현 상황만 피하고 보자는 땜방식, 주먹구구식의 안이한 대처에 나서도 아니 된다. 진정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는 안전한 KTX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관련 대책과 안전활동에 나서야 할 시기가 도래했음을 이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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