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고용상 성차별 시정 제도 도입 후 첫 시정명령 판정
파트장 해제·일반직원 강등해 승진 탈락…차별행위 해당
중노위, 사업주에 "승진기회 부여 및 취업규칙 개선" 명령

사진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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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이유로 승진에서 불이익을 준 것은 ‘고용상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첫 판정이 나왔다.

중노위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근로자를 승진 대상에서 탈락시킨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금지하는 ‘성차별’이라고 보고, 지난달 4일 해당 사업주에 시정명령 판정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5월19일 개정 남녀고용평등법 시행으로 ‘고용상 성차별 등 노동위원회 시정 제도’가 도입된 이후 내려진 첫 번째 시정명령 판정이다.

중노위는 “그동안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 조치 관련 시정명령은 있었지만, 사업주가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나 임금·교육·배치·승진·해고 등에 있어 남녀를 차별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직원 약 1,000명을 고용한 과학·기술서비스업체 사업주가 육아휴직 사용 후 복직한 근로자 A씨를 합리적 이유 없이 동일한 직책과 업무로 복귀시키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B부서의 파트장이었던 근로자 A씨는 출산을 앞두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회사는 A씨가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점과 B부서의 업무량 감소 및 적자 등을 이유로 출산휴가 직전에 B부서를 다른 부서와 통폐합했고, A씨를 파트장 직책에서 해제했다. 특히 1년간 육아휴직 후 복직한 A씨를 일반 직원으로 강등시켰으며 다른 부서로 배치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승진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부서장 평가에 따라 승진 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고, 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신청했다. 회사는 취업규칙 및 승진규정에서 임금과 승진에 있어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적 규정도 두고 있었다.

초심인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는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녀의 승진 소요 기간을 비교해 A씨에 대한 회사의 조치가 성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육아휴직자의 평균 승진 기간을 보면 남성 6.3년, 여성 6.2년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노위는 이 회사 근로자 중 여성이 남성에 비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이 현저히 높아 실질적으로는 여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고, 초심과 달리 이를 남녀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중노위는 사업주에게 A씨에 대해 승진 기회를 주고, 승진 대상으로 평가된다면 차별을 받은 기간 동안 임금 차액을 지급하도록 했다. 또 차별적 내용의 취업규칙과 승진규정을 개선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중노위는 “이번 판정은 사업주가 육아휴직자에게 차별적 규정을 적용하거나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 배치나 승진에 있어 남녀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보다 자유로운 육아휴직 확산을 기대했다.

중노위는 재심 판정을 종결하면 그 결과를 관할 지노위에 통보한다. 시정명령 확정 시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은 사업주에게 시정명령의 이행상황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사업주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노동위는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준사법적 성격의 행정기관이다. 노사 관계에서 발생하는 노동쟁의, 부당해고 등 분쟁을 조정하거나 판정을 내린다. 노사 간 분쟁 사건은 법원으로 가기 전에 노동위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그간 근로자가 직장 내 성희롱, 고용상 성차별 등을 겪은 경우에는 지방청을 통해 사업주에게 벌칙만 부과됐다. 그러나 개정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되면서 근로자가 노동위에 시정신청을 통해 차별적 처우 중지 등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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