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안전관리 전문기관 법인세탁 사례 지적
기후위기에 따른 작업환경 고려한 법‧제도 개선 필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시행 2년차를 맞이한 가운데 일터 안전보건 관리‧감독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대한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지난 12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국감에서는 중처법 시행에도 여전히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빈발하고 있는 만큼 안전 분야 법‧제도 개선을 비롯해 일터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감독당국의 보다 강화된 관리‧감독을 촉구하는 여야 의원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또한 부실한 안전관리 전문기관의 법인세탁 사례와 함께, 기후위기에 따른 열악한 작업환경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국감장을 뜨겁게 달군 주요 이슈 사항을 정리해 봤다. 

지난 12일 여의도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렸다.
지난 12일 여의도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렸다.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의 처벌에 대해 이정식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의 처벌에 대해 이정식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처벌 미흡…법 어겨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시그널로 보여

먼저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중처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우 의원은 “올해 대통령의 킬러 규제 완화라는 한 마디 때문에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게 됐다. 중처법 위반으로 올해 8월 말까지 입건된 166건 중 단 2건만 검찰에 송치됐다”고 강조하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특히 이번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 등의 사례를 살펴보니 중처법 시행 이후 12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14명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지만, 중처법, 산안법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없다”며 “이는 중처법을 어겨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위험한 시그널로 보여진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이정식 장관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 최우선 순위는 일하는 노동자가 안죽고 안다치게 하는 것”이라며 “현행 제도 법령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잇딴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 장관은 “킬러규제의 경우 통나무 비계 등 현재 적합하지 않는 안전분야 제도를 현행화 시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근로자의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근로자의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늘어가는 폭염일수…“작업중지 의무화하고 제도 정비 필요”

기후위기에 따라 작업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고온‧고열 등 취약한 일터환경에 대한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거듭 제기됐다.

먼저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올해 33도 이상의 폭염일수가 19번 있었고 역대 3위에 달하는 수준”이라며 “그간 정부는 자율점검 기간 운영, 열사병 가이드 배포 등을 시행해 왔지만, 온열질환 여름철 산재는 증가하고 있다. 이는 예방대책만으로는 산재가 줄지 않는다는 한계가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의원은 “물론 현재 폭염 등의 경우 10~15분 작업중지 등이 있지만 권고사항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며, “작업중지 등을 의무화 하는 등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은주 의원(정의당)이 기후위기에 따른 건설 노동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해 이정식 장관에게 질의하는 모습.
이은주 의원(정의당)이 기후위기에 따른 건설 노동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해 이정식 장관에게 질의하는 모습.

이은주 의원(정의당)도 기후위기에 따른 건설 노동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 의원은 “올해 7~8월 기상청 발표 온도랑 현장 온도 차이가 13도에서 20도까지 차이가 난다”라며 “실제 골조작업 중인 현장을 방문해 측정한 결과 현장에서 계란후라이는 물론 삼겹살까지 구워먹을 수 있겠다는 말이 나온다”라며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지난 5년간 건설현장에서 17명의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하고 62명이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산업안전보건규칙은 공장 작업 위주로 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건설현장 사업주가 온도‧습도를 관리할 의무를 부여해 달라. 산안안전보건규칙 개정 및 정비를 비롯해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건설공사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인상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의원들의 지적에 이정식 장관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현재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면서, “다만 고열‧고온, 실내‧외 특성이 달라 획일적으로 의무화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실시된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실시된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안전관리 전문기관에 대한 정부의 관리 시스템, 유명무실

부실한 안전관리 전문기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성호 의원(국민의힘)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관리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가운데 현재 상시 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관리 업무를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며 질의를 시작했다.

지 의원은 “현재 정부는 매년 안전관리 전문기관을 평가해 위반사항 적발 시 영업정지, 지정 취소 등의 처분을 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해 본 결과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기관이 곧바로 다시 영업을 재개하는 사례가 있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지 의원은 “지난 2018년 A라는 기관의 경우 업무 관련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해 설립 1년 만에 지정취소 처분을 받고 폐업을 했는데, 같은 대표자, 같은 소재지 A1이라는 기관이 9월 13일 재지정을 받았다. 처분 22일 만에 다시 영업활동을 재개한 셈”이라고 꼬집으며, “이처럼 법인 세탁만 하면 계속 사업을 할 수 있는데 영업정지 지정 취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노동부에 전수 조사를 비롯해 관리시스템을 전면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정식 장관은 “위법사항이 있는지 살펴보고, 전수조사의 필요성이 있다면 실시토록 하고, 제도 개선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선서하는 고용노동부 간부들.
선서하는 고용노동부 간부들.


◇산업안전보건본부, 전문성‧독립성‧자율성 강화해야

지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전문성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지 의원은 “고용부는 2021년 7월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출범하며 인력을 두배 가량 증원했다. 문제는 산업안전 분야는 업무 특성상 전문성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인력 증원에만 급급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서 지 의원은 “실제 본부 소속 직원 경력을 전수조사한 결과 부임 직원의 전 경력 10년을 살펴보면 산업안전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인원이 약 30%로 나타나는 등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지 의원은 “독일의 경우 산업안전보건업무 부서는 고도의 전문성 유지를 위해 인사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고, 동일 업무에 지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감원에서도 특정 분야의 경우 순환보직 없이 일할 수 있는 전문 감독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산업안전보건본부도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해 독립성, 자율성, 전문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이정식 장관은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산안본부 감독관의 전문역량 강화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서 “중처법 제정 이후 대폭 인력이 충원된 상태인 만큼, 감독관 전문성 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법 개정을 통해 중소규모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법 개정을 통해 중소규모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성준 의원 “소규모 사업장도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두어야”

내년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중소규모 사업장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이 예고된 만큼 이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852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라며, “구체적으로 보면 37.4%가 법 적용 사업장에서 나왔고, 62.6%가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이처럼 소규모 사업장을 중처법 적용에서 배제하면, 규율할 방법이 없다”라며 “정부가 중처법 시행을 2년간 유예하면서 소규모 사업장이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지만, 충분치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룰 수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덧붙여 진 의원은 “법 개정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도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소규모 사업장이 밀집된 공단의 경우 공동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이정식 장관은 먼저 법 확대‧적용과 관련해 “TF를 진행하다 보니 현장, 전문가 등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현재 정부도 고민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지적하신 법 개정 문제, 공단 공동 안전관리 방법, 전문인력 지원 내실화 방법 등을 모두 풀세트로 가지고 가야 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이날 국감장에는 중대재해가 발생으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샤니, DL이앤씨, 코스트코코리아 대표 등이 증인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환노위 의원 등은 일터 안전에 대한 기업들의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해 거듭 질타하며,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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