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사각지대 해소에도 한 목소리
26일 고용노동부 종합 국감 실시
일터 안전 문제 해결 위한 여야 의원들의 날선 지적 이어져

10월 26일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가 열렸다.
10월 26일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가 열렸다.

산업안전보건 관련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가 26일 종합 국감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종합 국감에서 환노위 의원들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감독 당국의 관리감독을 통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안전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배달노동자 사망사고 문제의 심각성을 강하게 질타한 것이다. 다음은 고용노동부에 대한 마지막 국감에서 논의된 주요 사항을 정리한 것이다.

 

◇“재해조사의견서, 처벌 아닌 재해예방 중심으로 작성돼야”

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 발생 원인이 담긴 재해조사의견서는 처벌이 아닌 예방대책에 중점을 두고 작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산재 예방대책의 기초 자료가 되는 것이 재해조사의견서다. 하지만 현재 재해조사의견서는 사고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진 형사사건 조사서에 가깝다”라며 “이것이 중처법의 효과가 발휘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또한 “처벌 목적의 조사는 근로자가 왜 위험작업을 했는지와 주변인의 정확한 진술 확보가 어렵다. 본인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라며 “고용부는 처벌 목적의 조사와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를 시스템적으로 분리하고, 자료보존을 의무화하여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10월 중 지금까지 발생했던 중대재해 주요 사례에 대한 예방대책 등을 담은 책 한 권이 나올 것”이라며 “윤 의원님의 말대로 처벌과 예방을 분리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 “중처법 실효성 높이기 위해선 구체적 예규 마련해야”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시행된지 약 1년 10개월이 됐지만 법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며, 현장 안착을 위해 구체적인 예규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중처법 시행 이후 올해 6월까지 933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면서 “현재 수사 중인 사건 279건 중 기소된 사건은 25건, 재판 중인 사건은 7건이며 단 한 건만 실형을 받았다. 이는 법정 하한을 징역 1년으로 정한 중처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으로, 중처법이 제대로 연착륙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처법이 적용되는 만큼, 노 의원은 구체적인 적용 규칙과 예규 등을 마련하여 중처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현재 감독관 등이 혐의를 조사하는데, 세부 규정이 없어 혐의 입증을 할 수가 없다”면서 “이를 개선하고자 고용부가 올해 1월 개선TF를 구성했지만, 올해가 다 가고 있는데도 아직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현행 법령의 취지를 살려 엄정하게 사법처리하고 빨리 연착륙 시키고 싶지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중대재해 발생 사실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고 인과관계 등을 따지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대법원이나 법원에서 내리는 판례 법리가 저희와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이러한 부분까지 참고하여 개선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이  26일 열린 국회 환노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노웅래 의원이 26일 열린 국회 환노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산재보험 부정수급 문제 심각…10억원 이상 수급 1,136명 달해

산재보상을 과다하게 보상받는 등 산재보험 부정수급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주환 의원(국민의힘)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8월) 산재환자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6개월 이상 요양한 사람은 총 7만1,306명이며, 수령 보험 급여만 1인당 평균 1억5,436만원에 달했다. 상당수가 단순 상해나 질환으로 수십 년에 걸쳐 수억 원이 넘는 요양비를 지원받았으며, 10억원 이상의 보험 급여를 지원받은 사람도 1,136명으로 집계됐다.

이 의원은 “일정 기간 요양을 하면 충분해 보이는 환자들에게도 요양급여가 지원되고 있었고, 특히 일반 병원 환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간의 입원‧요양을 하며 수십 억원의 보험급여를 타간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례로 2005년 주·부상병 목과 허리, 어깨 관절의 염좌로 산재를 신청한 A씨는 총 180일을 입원했고, 지금까지 18년째 통원치료를 하며 11억9,410만원의 보험급여를 받았다. 또 B씨는 2021년 ‘테니스 엘보(양측 외측상과염)’로 73일을 입원하고 요양 치료를 받은 지 3년(925일)차가 됐다. 그리고 현재까지 지급된 보험급여만 1억원에 육박했다.

이 의원은 “산업재해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 대한 신속한 치료와 보상은 당연하지만, 일부 제도를 악용해 과도하게 보험금을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산재보험기금이 투입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산재 인정부터 내부 지침 변경까지 대대적인 감사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장관, ‘사망사고’ 발생 쿠팡CLS 중처법‧산안법 등 검토

최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이하 쿠팡CLS)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하여 홍용준 CLS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환노위 의원들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물류회사가 한자리에 모여 택배종사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었으나, 당시 쿠팡은 ‘택배기사들을 전부 직고용하고 있어 고용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기구에 참여할 수 없다’며 빠졌다”면서 “현재 고용형태를 보면 직고용은 7,000여 명, 위탁계약 사업자들은 1만3,000여 명으로 이제 사회적 합의기구를 거절했던 이유가 사라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용준 CLS 대표는 “쿠팡CLS의 근로여건이 이미 사회적 합의기구의 근로여건보다 좋고, 일반 택배 업계와 시스템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참여하기가 부적합하다”며 사회적 합의기구를 거부했다.

홍용준 CLS 대표가 26일 열린 국회 환노위 종합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홍용준 CLS 대표가 26일 열린 국회 환노위 종합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위탁계약 업체에 대한 안전보건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데도, 최근 사망사고가 있었던 군포 영업점의 경우 근로자가 사망한 당일에서야 산재보험 가입이 이뤄졌다고 질타했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 “영업점의 안전‧보건조치 이행에 대해 관리‧점검하고 있다”면서도 “해당 영업점이 뒤늦게 산재보험을 신고한 것에 대해선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진 의원은 “언론을 통해 알았다는 자체가 평소에 안전‧보건조치 이행 여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쿠팡CLS가 위탁계약 사업자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있어 사용 종속 관계로 볼 수 있다면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위반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014년 고용부는 감독을 통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위탁 협력업체인 인터넷 설치 기사가 종속 관계에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라며 “쿠팡CLS도 이와 다르지 않은 만큼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환노위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환노위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중처법, 산안법 등은 고용이나 계약 형태에 관계없이 실질이 중요한 만큼 면밀하게 검토하여 억울한 일이 없도록 챙기겠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 13일 오전 4시44분경 경기 군포시 한 빌라에서 한 60대 쿠팡 퀵플렉스 배송 근로자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박대수 의원 “지난해 산재로 인한 경제 손실액 33억원 넘어서”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 손실액이 매년 증가하여 지난해에는 33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박대수 의원(국민의힘)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근로 손실액은 2017년 약 22조 1,800억원에서 지난해 약 33조 4,33억원으로 최근 5년간 50% 이상 증가했다.

산업재해 손실액은 산재보상금과 간접손실액을 합한 금액이다. 간접손실액은 재산손실과 생산중단 등으로 기업이 입은 손실을 의미하며, 산재보상금 지급액보다 약 4배 정도 많다.

손실액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2022년을 포함해 매년 증가 추세이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이미 약 20조 7,100억원을 넘어섰다.

산업재해로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일하지 못한 ‘근로손실 일수’도 정부의 산재 근절 의지와 달리 역주행하고 있다. 근로손실 일수가 2017년 4,735만 5,044일에서 지난해 6,070만 1,773일로 28.2%(1334만 6729일) 증가한 것이다.

박대수 의원은 “산업재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국가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유발한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산재 예방 정책을 통해 경제는 선진국이지만 산업재해는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아한형제 이국환 대표 “교육장 구축 등 안전일터 조성에 힘쓰겠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의 이국환 대표는 이날 열린 국회 환노위 종합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산업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올해와 내년에 걸쳐 실습 교육장을 구축하여 라이더들이 좀 더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산재 신청과 승인이 가장 많은 사업장으로 지목되며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우아한청년들 소속 근로자의 산재 신청 건수는 1,312건이고 승인 건수는 1,27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은주 의원(정의당)은 우아한청년들 소속 근로자의 산재 신청과 승인이 가장 높은 점을 꼬집으며, 배달의민족의 AI 추천 배차 시스템이 라이더의 주행 중 사고 발생률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배달의민족은 라이더가 배차 수락을 해도 15분 동안 픽업이 안 되면 메시지를 보내고, 이를 5분 안에 확인 안 하면 취소돼 주행 중에도 계속해서 핸드폰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배달의민족이 알뜰 배달을 부활시키면서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면서 라이더들은 낮아진 배달료 때문에 더 많이 일해야 하고, 인센티브를 위해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일을 하거나 속도 경쟁을 하고 있다”라며 “근로자의 소득과 안전을 바꾸게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우아한형제들의 이국환 대표가 26일 열린 국회 환노위 종합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이국환 대표가 26일 열린 국회 환노위 종합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비현실적인 프로모션 조건으로 라이더님들이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 있었는지 점검해 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진성준 의원은 “프로모션으로 라이더들이 무리하게 운전하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프로모션 시 라이더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을 당부했다.

끝으로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 지부장은 “라이더 산재 통계를 보면 교통사고 중심이지만 근골격계 질환 등도 포함한다면 훨씬 더 많은 산재 건수가 집계될 것”이라며 “회사에서 안전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 압도적인 산재 건수를 막기 어려우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회와 고용노동부가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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