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종 선임연구원(안전공학박사,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임세종 선임연구원(안전공학박사,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임세종 선임연구원(안전공학박사,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스마트폰, PC 등 전자장비를 비롯해 최근 각광받는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있어 필요한 대부분의 요소는 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기가 없는 현대인의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단, 편리한 일상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중한 전기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매일 1만 여명의 근로자가 약 1,500개 현장에서 전주 등 전력설비를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 덕분에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정전시간을 기록(한국 8.9분, 미국 49.4분, 프랑스 48.7분, 영국 38.4분)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와 비교해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고 있지만, 한 가지 간과되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전력설비 유지‧관리 업무 종사자의 안전 문제다. 필자는 지난 2010년 고용노동부에서 건설안전 업무를 맡아 공공기관의 산업재해 통계관리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그 당시 한전이 발주한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중대재해 유형은 ‘떨어짐’과 ‘감전’이었다. 그 때 한전의 안전관리 업무 담당자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질의에 근로자의 낮은 안전의식을 비롯해 특히 휴전작업(감전사고 예방을 위해 특정 구간 전력공급을 중단하고 실시하는 작업) 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함에 따라 발생하는 민원이 산재예방에 큰 걸림돌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2023년 현재의 상황은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및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정부의 규제가 강화됐고, 감전 및 떨어짐 사고 예방을 위한 휴전작업 의무시행 및 인력오름 금지 등 한전의 적극적인 안전조치가 이뤄지면서, 사망사고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실제 한전의 연도별 사고사망자수(공사현장)를 보면 2010~2019년 평균 10명이던 것이, 2020~2022년에는 평균 5명(떨어짐‧감전의 경우 평균 2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한전이 발주한 공사에서 감전에 의한 사망자는 매년 한 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안전 관련 법·제도도 강화됐고, 사고를 예방하려는 사업주의 노력도 과거와는 달리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데 어째서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일까.

혹시 휴전작업 시 민원으로 인한 부담이 한몫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 일선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 같은 민원이 안전조치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민원 때문에 감전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휴전작업을 쉽게 할 수 없다면 안전환경 조성이라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 있는 목표 달성에 크나큰 장애가 될 것이다.

산재예방제도의 비용편익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건설업 사고사망자 한명 당 발생하는 사회 전반의 경제적 손실액은 적게는 15억원에서 많게는 33억원까지 이른다. 이는 사고사망자 발생에 따른 직간접 비용을 최소한으로 유추한 것이다.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회적 손실 또한 상당할 것이며,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낸 가족의 비통함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다.

고압의 전기를 다루는 활선작업 시 발생하는 감전은 다른 재해에 비해 높은 치명율로 인해 중대재해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작업자의 안전을 위한 휴전작업은 불가피하다.

현재 전기공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한전, 전기공사업체, 근로자의 안전수준은 상당히 높아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여기에 더해 휴전으로 인한 작은 불편은 감수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다. 전기작업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휴전작업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배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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