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구조물 세우고 도로 점용 혐의
참사와 직접 연관된 가벽은 무죄
法 “담장의 건축선 침범 몰랐을 가능성 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 인근에 불법 구조물을 세워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혐의로 기소된 해밀톤호텔 대표이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태원 참사 관련자에게 내려진 첫 사법적 판단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는 이날 오전 해밀톤호텔 대표 이모씨 등에 대한 건축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선고기일을 열고 이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인근 주점 임차인인 라운지바 ‘브론즈’ 대표 안모씨에게는 벌금 500만원, ‘프로스트’ 업주 박모씨에게는 벌금 100만원이 내려졌다. 호텔 운영 법인 해밀톤관광과 임차 법인 디스트릭트에도 각각 벌금 800만원과 100만원이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6일 결심공판에서 이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을, 박씨와 안씨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해밀톤관광에는 벌금 3000만원, 디스트릭트에는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해밀톤호텔 본관 주변에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해 건축법과 도로법을 위반한 혐의 등을 받는다.

재판부는 호텔 본관 뒷면의 테라스 등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무단 증축해 도로를 변형하는 등의 죄가 있다고 봤다.

다만 이태원 참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호텔 서쪽의 가벽(담장)에 대해서는 “6m 이상이던 도로 폭이 3.6m가량으로 줄어 도로를 지나는 교통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해당 담장이 건축선을 침범하는지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이씨, 안씨, 박씨는 재판을 마친 뒤 “별도의 입장은 없다”며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씨는 지난 결심공판에서 “저희 회사 옆 골목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발생해 유명을 달리한 분들과 유가족들에게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앞으로 회사경영에 있어서 더욱 성실하게 법령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박씨와 안씨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당시 해밀톤호텔이 세운 가벽 때문에 골목의 폭이 좁아져 인명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씨는 지난 2018년 해밀톤호텔 뒤쪽 ‘브론즈’의 테라스를 무단 증축했다 용산구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자 이를 철거했다. 그러나 열흘 뒤 다시 경량철골과 유리로 이뤄진 건축물을 무단으로 증축하고 관할구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해밀톤호텔은 지난 2013년 호텔 북쪽 야외 테라스와 별관 가벽 불법 증축으로 적발된 뒤 지난해까지 9년간 5억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을 납부했다.

2018년 2월에는 실외기 차폐용 철제 붉은 가벽을 증축해 도로 폭을 20㎝가량 좁혔지만 이를 용산구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이씨 측은 지난 3월 첫 공판에서 테라스 증축과 관련한 건축법 위반 혐의는 인정했으나, 참사가 발생한 지점에 설치한 철제 가벽은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건축선을 넘었는지 불분명하며 신고 의무가 있는 담장도 아니란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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