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지고 까마귀 울어대는 바다는 어둑한데(月落烏嘶海色昏)
밤중에 밀물 불어 사립문을 두드릴 듯하네(亥潮初漲打柴門)
볼락 파는 배 도착한 줄 멀리서도 알겠으니(遙知乶?商船到)
거제 사공 물가에서 볼락 사라 소리 지르네(巨濟沙工水際喧)

김려(1766~1821)〈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담정유고)》(한국문집총간 289집)
이 시는 볼락어를 노래한 것으로 김려의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 실려 있다. 우해(牛海)는 진해(鎭海)의 별칭으로 김려가 유배 생활을 하던 곳이다.

김려는 1797년에 강이천(姜彛天)의 유언비어에 연좌되어 부령에 유배되었다가 1801년 진해로 옮겨졌는데 이때부터 <우해이어보>를 쓰기 시작해 1803년에 완성했다.

그는 한가한 때에 낚시를 하며 물고기의 생김새와 빛깔, 성질, 맛을 기록하였는데, 육지에서 보기 힘든 어종이나 방언으로 되어 있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도 한자를 음차해 빼놓지 않고 다 적었다. <우해이어보>에는 어류와 조개류부터 게와 같은 해물까지 약 70여 종에 대해 시와 함께 그 모양과 특성이 자세히 기록돼 있어,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와 함께 우리나라 전통 어종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김려는 볼락어에 대해 “보라어는 모양이 호서에서 나오는 황새기(黃石魚)와 비슷한데 매우 작으며 색깔은 옅은 자색이다. 원주민들은 보락이라고 부르거나 볼락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방언에 옅은 자색을 보라라고 하는데 보는 곱다는 뜻이니, 보라(甫羅)는 고운 비단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보라어(甫羅魚)라는 이름은 아마 여기서 나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젓갈로 만들면 맛이 약간 짜면서도 쌀엿처럼 달콤하며, 접시에 담으면 깨끗하니 색깔이 매우 좋다. 싱싱할 때에 구워 먹으면 약간 모래 냄새가 난다”라고 자세히 기술했다.

비록 우리말을 지나치게 한자의 의미로 해석하려는 무리수가 보이기는 하지만 당시 식생활상을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볼락은 현재에도 남해안 일대에 분포하는 어종으로 색깔은 회갈색, 회적색 등 다양하고 몸길이가 20~30cm 정도이다. 3~4월이 제철인데 회나 매운탕거리로 인기가 높은 어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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