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기술 및 산업육성의 장으로 ‘우뚝’

이색 체험행사로 정보와 재미를 동시 전달
다양한 재난관리 정보를 얻고, 최신 방재산업 트렌드도 엿볼 수 있는 ‘2011 기후변화 방재산업전’이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소방방재청이 주최하고 한국방재협회 등 3개사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주요 대기업을 비롯한 안전관련업체 103개사가 참여, 269개의 부스를 열고 첨단 방재관련 기술 및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또한 방재 관련 단체 등이 주관한 국내·외 학술행사도 코엑스 컨퍼런스룸 곳곳에서 열려 방재기술·산업육성의 장이자 전문지식 교환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번 전시회의 생생한 현장 분위기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주요 세부 행사들을 정리해봤다. 

 


더욱 풍성해진 체험 행사

이번 산업전의 가장 큰 특징은 홍수, 지진, 산사태, 폭설 등 다양한 유형의 자연재해를 예방·복구하는 최신 기술과 제품이 한 자리에서 전시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람객들 특히 구매를 목적으로 방문한 기업 관계자들의 경우 여러 제품이나 기술의 장·단점을 체계적으로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즉 산업전의 목적에 맞게 방문자들의 구매욕구를 극대화시킨 것이다.

산업전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예년보다 더욱 풍부해진 체험 행사를 들 수 있다. 기존의 심폐소생술 체험, 지진대피체험 등 단순한 체험행사에서 벗어나 ▲호우와 바람의 세기에 따른 대처 요령체험 ▲자연재해경보음·민방위경보음의 차이를 구별하고 각각의 상황에 대처하는 체험 ▲풍속·풍향계 만들기 체험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실시된 것.

아울러 어린이 관람객을 위해서는 재해관련 인형극 공연 등을 마련, 세대구분 없이 재난안전의 중요성을 습득케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밖에 KBS 김혜선 기상캐스터와 SBS 조경아 기상캐스터 등 인기 기상캐스터들의 사인회도 열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재미를 더했다.

소방방재청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방재안전교육을 익힐 수 있도록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더욱 성숙한 행사로 거듭나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이번 방재산업전은 사실 개최 전까지 우려가 컸다. 지난해 열린 제4회 방재산업전의 경우 홍보 부족으로 관람객의 참여율이 저조했고, 이로 인해 행사 기간 내내 전시장에 정적만이 흘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 행사 역시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개최 전까지 업계에 팽배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비해 18개 업체가 증가한 103개 기업이 참여한데다, 전시장도 행사 기간 동안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과 업계는 올 여름 발생한 잦은 폭우와 산사태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즉 높아진 이상 기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방재산업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행사를 계기로 절치부심한 방재청의 노력도 이번 성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방재청은 지난 4회 산업전이 교통편이 불편한 인천 송도에서 열리면서 관람객들의 발길이 뜸했다는 점을 감안, 이번 행사를 서울의 중심지인 강남 코엑스에서 개최했다.

아울러 방재청은 산업전을 공공디자인전시회, 도로시설산업전, 한국건축산업대전 등과 함께 패키지로 엮고 동시 개최함으로써 산업전의 집객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즉 실패를 교훈삼아 산업전을 한 단계 더 성숙한 행사로 발전시킨 것이다.

소방방재청 윤용선 기후변화대응과장은 “이번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방재산업전이 기업들의 우수한 방재기술과 제품을 홍보하는 비즈니스 공간이자 국내 방재산업·기술을 육성시키는 장이 되도록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방재관련 세미나, 토론회 등 성황리 개최
김소구 박사, 동해안 원전 안전성 강화 제안

이번 행사 기간 중에 열린 방재관련 세미나와 학술대회 등도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학술 컨퍼런스의 주제를 최근 관심이 높아진 지진이나 원전안전 등에 맞추면서 비전문가인 일반 관람객들도 행사장을 대거 찾은 것이다.

다음은 주요 세미나 중에서도 특히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던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의 발표내용이다.

동해에 쓰나미 발생 시 울진 원전 가장 위험

김 소장은 한국지진방재산업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건과 한반도 동해안에 위치한 원전의 지진(해일)으로부터 위험’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발표를 통해 김 소장은 올해 3월 발생한 일본 쓰나미의 형태와 원전의 사고원인을 자세히 설명하는 한편 우리나라 동해안에 위치한 울진, 월성, 고리 등의 원전도 인근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할 시 이러한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지역의 해저지형과 수심은 한반도의 동해 연안과 유사한 점이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모두 수심이 깊고 가파른 대륙 경사를 갖고 있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이로 인해 김 소장은 동해 일대에서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쓰나미가 밀려오면 이 일대 원전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소장은 이번 일본 쓰나미를 예로 들며 쓰나미가 대륙의 지형별로 피해를 입히는 특징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일본 동북부 해안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후쿠시마 보다 진앙지에 더 가까운 지역에 위치해 있던 오나가와 원전은 후쿠시마를 덮친 쓰나미(높이 14미터)보다 비교적 규모가 적은 높이 9.1미터의 쓰나미가 덮치면서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쓰나미의 경우 일반적으로 만보다 돌출한 갑이나 곶에 집결하는 특성이 있는데, 후쿠시마는 곶에 위치해 있고 오나가와 원전은 만에 위치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을 반영했을 때 김 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동해안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울진 원전이 쓰나미로 인한 가장 큰 피해를 겪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해, 지진 안전지대 아니야

김 소장은 과거의 사례를 예로 들며 동해안 지역의 지진 발생 가능성이 상당히 높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동해안 지역은 1981년 4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과 2004년 5월 29일 발생한 울진지진 등을 통해 활성 단층이 존재함이 밝혀졌다.

게다가 일본의 혼슈와 북해도 부근에서 발생하는 지진도 이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1940년 8월과 1983년 5월, 1993년 7월에 일본 서해에서 발생한 지진이 우리나라 동해안 일대에 피해를 준 적이 있었다.

따라서 김 소장은 위와 같은 두 가지 조건에 비추어 볼 때 동해안의 쓰나미 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원전시설의 쓰나미 안전을 해양지구물리학과 지진학적 차원에서 재검토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내진설계로는 원전 안전 확보 못해

김 소장은 동해안에 위치한 원전 및 방폐장의 지반을 정밀 조사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부산 앞바다에서 울진지역까지 지진토모그래피(Tomography)와 부게(bouguer) 중력 밀도토모그래피를 조사한 결과, 지하 10km에 50km이상 되는 단층이 울산 지역에서 경주쪽으로 존재함이 발견됐다.

김 소장은 “보통 16km 이상의 단층길이라면 최대 지진규모를 7.0 이상으로 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 위치한 원전은 더 큰 규모의 지진 발생해 대비해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진원재결정(hypoDD) 분석에서 경주-감포-울산-지역이 지진 다발지역이라는 것이 발견됐다”라며 “이 지역 부근의 원전 및 방폐장에 매우 위험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밀 조사와 보완작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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