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의 Safety & Law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법을 체계적으로 이행·준수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 변호사와 함께 해석이 분분하고 알쏭달쏭한 사례를 살펴보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보자.

오주연 변호사​​​​​​​(대한산업안전협회 법무지원팀장)
오주연 변호사(대한산업안전협회 법무지원팀장)

 

[사례]
A은행은 B자산운용의 운용지시에 따라 부동산을 취득·처분하며 명의를 제공하는 신탁업자이다. ㈜C건설은 A은행으로부터 위 부동산에 관하여 개발, 관리, 개량 및 임대 등 업무를 수탁받아 처리하고 있다. ㈜C건설의 종사자가 위 부동산 중 하나인 D건물 천장의 누수를 확인하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쳐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다.

이 경우, A은행은 위 사망 사고와 관련하여,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게 될까?

[해석]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동항 각 호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종사자’에는 ‘도급, 용역, 위탁 등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가 포함되므로(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7호), 도급인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수급인의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에 따른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하였을 때,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제4조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등이 도급과 관련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수급인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안전 및 보건 확보를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업자는 신탁업자에게 집합투자재산의 개발, 관리, 개량 및 임대 등(이하 “부동산 개발등”)과 관련한 운용 및 운용지시 업무 등을 하고, 신탁업자는 집합투자업자의 지시에 따라 집합투자재산을 보관·관리하면서, 신탁사업의 목적 범위 내에서 집합투자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며 자신의 명의로 이를 처분하는 등 법률상의 처분 권한을 보유·행사한다(자본시장법 제80조 참조). 따라서, 사실행위로서 부동산 개발등은 실질적으로 집합투자업자의 업무에 해당한다.

이에, 신탁업자가 부동산 개발등의 업무를 제3자에게 도급을 하는 경우에도, 해당 부동산에 대한 자산운용은 실질적으로 집합투자업자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지고, 신탁업자는 수급인에 대하여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으며, 집합투자재산의 명목상 소유권만 가지고, 그 업무 수행 장소에 관한 사실상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 위험에 대한 제어 능력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본 사안에서 A은행은 해당 부동산에 대하여 이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고 있지 않고, 또한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일러두기]
(본 칼럼의 사례는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산업재해 질의회시집’에서 일부 발췌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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